지난 18일 ‘던전스 앤 드래곤스 온라인(이하 DDO)’의 국내 퍼블리셔 ‘렛츠 게임’은 정릉동에서 게임 매체 기자와 북미 서버 유저를 대상으로 한글판 알파버전 랜파티를 개최했다. 많은 게이머들이 ‘DDO의 국내 서비스 성패는 한글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번 행사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DDO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국내 진출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해외 온라인 게임들의 선봉장 역할을 맞고 있다. DDO의 성공 여부는 추후 해외 게임들의 국내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DDO의 한글화 수준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부터 이번 랜파티에서 공개된 DDO 한글화 알파버전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DDO 정식 서비스 수준을 가늠해 보도록 하자.
DDO의
현지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지화(로컬라이징)은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끔 게임을 가다듬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한글화, 심의 등 여러
요소가 속해있다. 지금부터 DDO의 현지화는 어떤 수준인지 이번 랜파티에서 공개된
알파버전을 토대로 맥을 짚어보도록 하자.
①
한글과
외래어 혼용 남발
아쉽게도 이번에 공개된 DDO의
한글화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였다. 한글과 외래어가 혼동되어 있어?DDO
특유의 판타지적 느낌을 받수 없었다. 특히 캐릭터 피트(특성)의 설명 대부분은
번역기에 가까운 수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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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피트(특성)의 경우, 한 눈에 그 기술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해야 게이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DDO에선 그렇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선더(Sunder:적의 무기를 손상시키는 기술)를 외래어 그대로 ‘썬더’로 표기한다던지, 아이언 윌(Iron Will:강한 정신력으로 적이 시전하는 정신마법에 저항할 확률을 올려주는 기술)을 ‘강철 윌’로 표기해 한글과 외래어를 혼용한 단어를 썼다. 또, 캐릭터 피트(특성)의 명칭이 일관되지 않아 유저들에게 혼돈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고집세고 막무가네'를 나타내는 불리(Bully)라는 특성을 직역한 그대로 '고집센'이라는 형용사를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한글화를 하는데 있어 전혀 일관성이 보이지 않고 외래어/한글 혼용, 형용사 사용 등 일관된 명칭으로 표현되지 않아 유저가 한눈에 캐릭터의 특성을 알아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썬더는 ‘무기 가르기’로, 강철 윌은 ‘강철의 의지’로, 고집센은 '황소고집'으로 표기해 유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했을 것이다.
이런 단어 선택은 DDO가 한글화된 게임인지 단순히 외래어로 번역해 놓은 게임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전혀 판타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고 마치 인터넷 언어를 쓰는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 'Sir'를 선생님으로.. '저희 상점에는 여행자분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많이 있습니다. 한 번 둘러보시죠?' 라고 했다면 더 판타지 세계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았을까? |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번역수준이 게임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데 있다. DDO는 일반적인 MMORPG와 달리 심오한 역사와 세계관이 있다. 따라서 종족이나 지역, 그리고 직업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뉘앙스가 현격히 달라야 한다. 거친 성격을 가진 드워프나 약간은 거만한 뉘앙스를 풍기는 엘프가 모두 평이한 단어를 쓴다는 것은 DDO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종족간 문화차이를 표현하려면 게임의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어휘로 번역해야 한다. 하지만 한글판 DDO는 게임의 분위기에는 상관없이 모든 회화를 '평어체'로 번역해 놓았다. 마치 영어교과서의 무미건조한 회화체를 보는 듯 하다. 그야말로 내가 어떤 종족과 어떤 이야기하고 있는지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저 밋밋한 수준이다.
옛말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 해외 온라인 게임을 한글화 시키는 경우, 쓰여진 단어 하나 하나의 뉘앙스에 따라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와우’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린 한글화’라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②
한글 DM음성지원은 없다?
한글 DM음성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한글판 DDO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북미버전에는 유명 성우를 기용해 분위기에 맞는 음성을
추가했다. 바쁜 한글화 일정에
맞추기 위해 부득불 한글음성을 첨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는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DM음성이란 ‘와우’에서 캐릭터를 생성한 후, 게이머가 선택한 종족의 현재 상황과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음성과 비슷하다. DM음성은 캐릭터가 던전에 진입했을 때 상황묘사, 분위기, 캐릭터의 느낌 등을 직접 음성과 텍스트로 설명해줘 던전탐험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말하자면 TRPG를 온라인 세계로 옮겨놓은 DDO만의 특징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던전 마스터의 음성이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만 나온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한다.
DM음성의 중요성을 말하자면 게이머가 시각적으로 느낄 수 없는 촉각, 후각 등을 직접 음성과 텍스트로 설명해준다. 때문에 DDO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재미요소 중 하나다. 과거 큰 기대를 모으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던 ‘에버퀘스트2’의 경우 단어 통일성 부재로 유저들이 퀘스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에버퀘스트만의 방대한 퀘스트를 100% 즐길 수 없었고, 그로인해 서비스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렛츠 게임측은 현재로선 한글 DM음성을 수록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흘러나오는 DM음성은 DDO를 ‘앙꼬 없는 찐빵’처럼 반쪽 짜리 게임에 불하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DDO 고유의 특징을 유저들이 완벽한 한글화를 통해?100%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과연 필자의 지나친 욕심인 것일까?
③
국내
유저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마지막으로 DDO에 대해 초보 유저들을
위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DDO를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은 거의 대부분이
게임 타이틀처럼 TRPG ‘던전 앤 드래곤스’에서 가져왔다. 해외, 특히 북미의 경우
매달 관련 서적이 출간될 정도로 던전 앤 드래곤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북미와 다르게 국내에는 '던전 앤 드래곤스'라는 TRPG의 '룰'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 생성에 관련된 도움말을 준비해 준다면 초보 유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TRPG를 모르는 초보 유저들에게 DDO는 ‘완벽하게’ 어려운 게임이다. 특히 캐릭터 생성 관련 부분은 마치 별 나라 이야기처럼 보일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별도의 튜토리얼이나 쉬운 설명이 추가된다면 더 쉽게 게이머들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개발사인 ‘터바인’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한국 실정에 맞게 끔 구성해 준다면 게이머들은 DDO에 분명 찬사를 보낼 것이다.
DDO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서 정해진다
과거 ‘DDO는 컨텐츠가 부족하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미 세 개의 확장팩이 출시되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졌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한국의 대박 타이틀을 만들어낸 ‘빌 로퍼’도
‘현지화는 시장 개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 했다. 그 증거로
‘와우’와 ‘에버퀘스트2’를 들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해외 게임이라도 국내
실정에 맞추지 못한다면 ‘그림에 떡’이나 마찬가지.
현재 DDO 한국 현지화 작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한글화’다. 때문에 DDO라는 게임의 즐거움을 국내 유저들에게 100% 어필하기 위해선 질 높은 한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랜파티에서 공개된 버전에선 실망스러운 모습이였지만, 앞으로 DDO에서 수준 높은 한글화가 이루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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