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과 ‘룬의 아이들’의 전민희 작가. 두 거인이 만나 탄생한 아키에이지는 2011년 빅3 타이틀 중 하나로 연일 화제에 올랐다. 엔드 콘텐츠를 최우선 개발로 목표를 잡은 이유에서 일까? 지난 5월 24일부터 6일간 진행된 아키에이지 3차 CBT는 하우징, 해상전 등 아키에이지의 주요 콘텐츠가 상당히 다듬어져 있었다. 또한 전장, 던전 등 신규 콘텐츠가 공개되어 주목을 끌었다.
10가지 능력 조합, 120개의 직업
아키에이지는 총 10개의 능력 중 3개를 조합하는 것으로 최대 120개의 직업을 만들 수 있다. 판타지 게임의 고정 캐릭터 전사나 마법사, 사제뿐만 아니라 정치가, 고고학자, 경호원 등 독특한 직업도 만날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주로 자신이 주력으로 사용할 능력을 하나 선택한 후 해당 능력에 도움을 줄 부가 능력을 선택하곤 한다. 가령 강력한 마법사를 원한다면, 주 능력으로 마법을 선택한 후 적을 약화시키는 환술이나 죽음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 근접 전투 능력인 격투나 사명을 포함시키면, 마검사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평상시 상상해왔던 캐릭터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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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고민할 필요 없다. 일단 좋아 보이는 능력을 선택하자
직업의 다양성이 비단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 몇몇 능력 조합은 서로의 연계가 잘 이루어진 반면, 일부 능력 조합은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다. 특히 아키에이지의 시스템 상 언제든 능력이나 스킬을 초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훗날 국민 직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떤 조합을 선택하든 불리함을 주지 않는 밸런스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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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다리를 묶어도 한번만 때리면 바로 풀려나고 만다
반면 지속 피해 스킬의
경우 풀려나지 않는다
용자 혹은 장인이 되어보자
아키에이지는 사냥을 하거나 퀘스트를 따라가는 일반적인 MMORPG 스타일의 육성 외에 ‘노동력’을 이용한 레벨업도 가능하다. 아키에이지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인 노동력은 일정 시간마다 조금씩 차오르며, 이를 사용해 채집이나 제작, 건축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력을 소모할 때마다 퀘스트 보상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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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의 통달한 광부가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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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이 되어도 충분히 육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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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다양한 전문기술이 있으니 어떻게 육성할지는 유저의 선택!
특히 집이나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이틀 이상 모아야 하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물론 노동력이 차오르길 기다리며 천천히 만들어도 되지만, 임금을 지정해 놓는 것으로 타 유저의 노동력을 살 수도 있다. 이 때 노동력을 제공한 유저의 경우 경험치와 함께 임금을 받으므로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채집을 하고 싶은 유저는 채집만해도 되고, 제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제작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육성할지는 온전히 유저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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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것으로도 레벨업이 가능하다
참신한 아이디어, 평범한 던전 구조
3차 CBT에서 아키에이지의 최초 던전, ‘침묵의 거상’이 유저들 앞에 선을 보였다. 20레벨 대 유저들이 경험할 수 있는 ‘침묵의 거상’은 지형 지물을 이용한 ‘아키에이지 식’ 공략법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몬스터에게 둘러 싸이면 넉백 스킬을 이용해 절벽 밑으로 떨어뜨려 시간을 벌 수 있고, 대형 골렘을 나무 발판 위로 유인하여 발판을 무너뜨리게 만들 수도 있었다. 또한 최종 보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구축한 점은 매우 참신했다. 일반적인 루트로 진행할 경우 많은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던전 내 숨겨져 있는 오브젝트를 작동시키면 빠른 시간 내로 보스에게 도달할 수 있지만 그만큼 획득할 수 있는 전리품도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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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골렘에 의해 파괴된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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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져 있는 오브젝트를 작동시키면 보다 빠른 공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투 자체는 그저 달려가 몬스터를 공격하고, 생명력이 낮아지면 뒤로 빠져 물약을 먹는 단조로운 방식이었을 뿐 아키에이지의 색깔이 제대로 입혀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처음 공개되는 던전 시스템인 만큼 이번 ‘침묵의 거상’은 테스트 성이 짙었다. 아직 던전 시스템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다는 개발자의 언급도 있었으니, 향후 어떻게 등장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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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전략도 전술도 없었다. 그저 달려가 때릴 뿐…
나만의 집 혹은 공동주택
아키에이지의 하우징은 주거지역이라고 정해진 특정 지역에서 집을 건설할 수 있다. 제한된 구역이라고는 하지만 지역마다 주거지역이 2~3개씩 지정되어 있어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에 하우징을 즐길 수 있었고, 취향에 맞는 주변 경관을 가진 집터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오히려 주거지역이라는 틀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유저들이 모일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마을이 형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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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발견해 집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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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에 사람이 모이면서 점차 마을이 되어갔다
이 때부터는 서로간의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 집 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어 꾸며 놓았는데, 어느 날 접속해보면 이 모든 것이 사라져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버그가 아니다. 누군가 나무나 열매를 필요로 하는 이웃이 서리해간 것이다. 게다가 건물을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직은 집 자체를 파괴시킬 순 없지만, 추후 집과 가구 등을 약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남의 주변 경관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은 그저 이웃과 친해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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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미운털 박혔다간 이렇게 ‘테러’를 당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하우징의 메리트가 도드라지지 않았다. 착실하게 노동력을 모아 열심히 채집하고 가구를 제작하여 집에 설치했다. 그 뿐이다. 힘들게 만들어 놓아도 눈요기 외에는 다른 기능이 없었다. 특히 아키에이지에는 창고 시스템이 없다 보니 가방 공간의 부족에 허덕이기 마련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하우징이라 생각했던 유저들은 그저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차례에 걸친 테스트 기간 동안 당초 기획했던 ‘공방’이나 ‘편의 시설’ 등이 구현되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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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구를 설치해보았지만, 눈요기 외에 아무런 기능도 없었다
조작부터 전투까지 현실적인 해상전
2차 CBT에 처음 등장한 해상전은 3차 CBT에서 더욱 다듬어져 있었다. 키와 돛, 닻 등을 유저가 직접 조작하는 선박의 움직임과 상호간의 작용이 보다 자연스러워져, 마치 현실의 배를 조종하는 듯 했다. 이러한 조작 시스템의 변화는 선원(파티원)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른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었고, 자연히 함께 항해에 나설 선원을 모으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항구에서는 선원을 모으려는 외침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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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와 돛, 전투시 대포까지 모두 선장 혼자서 감당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했다
독특한 조작 시스템은 해상전에서 더욱 돋보였다. 일반 상태의 배는 파티원만이 키나 돛 등을 조종할 수 있지만, 전투 상태가 되면 적 선박의 키와 돛 그리고 닻을 조종할 수 있다.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대포로 적 선박을 공격함과 동시에 일부 선원이 적 선박으로 올라타 키와 돛, 닻을 조종하여 항해를 방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었다. 단순히 대포로 싸운다면, 먼저 대포를 발사하거나 대포를 조종하는 선원이 많은 배가 유리하다. 그러나 백병전을 벌여 적 선박의 조종권을 뺏어와 아군 선박을 공격할 수 없는 사각지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불리하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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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뺏기 위해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해상전에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단순히 배를 제작하고, 상대방과 싸우는 것으로는 그저 일회성 콘텐츠였을 뿐이었다. 특히 배 안에 ‘조작’에 관련된 키나 닻, 대포 같은 오브젝트 외에 해상 생활에 필요한 오브젝트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륙을 벗어난 또 하나의 콘텐츠. 즉, 항해라는 요소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것이 필요해 보였다.
범죄 시스템의 묘미 탈옥!
아키에이지의 PVP에서 독특한 점은 범죄 시스템이다. PK를 저지르는 순간 희생된 유저의 위치에 ‘핏자국’이 생겨나면서 범행 현장이 구현된다. 이 때 피해자 또는 제 3자가 핏자국을 주운 뒤, 사용하면 그 즉시 가해자의 범죄 지수가 상승한다. 이 점수가 100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가해자가 감옥에 구속된다. 그리고 감옥에 갇히는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범죄 지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점수가 0이 되면 감옥에서 풀려난다. 여기까지는 아키에이지의 기본 범죄 시스템이고, 재미있는 것은 ‘탈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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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현장에 떨어져 있는 핏자국을 주워 사용하면, 범인의 범죄 지수가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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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지수가 100에 도달한 유저는 재판 컷신이 끝난 후 감옥으로 이송된다
감옥에서 풀려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기 싫은 유저라면 탈옥을 하면 된다. 탈옥에 있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땅굴파기다. 감옥에 갇힌 재소자는 일정시간마다 감옥을 나와 노동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 확률로 ‘숟가락’이라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를 가지고 돌아와 감옥 밖까지 땅굴을 파는 것으로 탈옥할 수 있다. 또한 땅굴만이 탈옥의 전부가 아니다. 일부 유저는 탈옥에 뜻을 가진 자들끼리 모여 서로의 머리를 밟고 담을 넘어가는 등 다양한 탈옥이 시도되었고, 또 성공하기도 했다. 단, 탈옥에 성공하더라도 전투 능력이 감소되는 디버프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감옥에 남아있을 것인지, 탈옥할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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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를 위해 삽질을 하다 보면 숟가락을 얻을 수 있다!
공성전의 주춧돌, 전장
아키에이지 3차 CBT의 PVP는 크게 3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는 일반 필드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PK이며, 다른 하나는 배를 활용한 해상전. 그리고 마지막은 이번 3차 CBT에서 첫 선을 보인 전장이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단순히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노가다’ 혹은 다수의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한 콘텐츠가 아닌 전장이 추후 등장할 ‘공성전’을 연습하기 위한 장소라는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전장은 15레벨 이상 유저라면 마을에 있는 훈련소 입장 교관과 대화하는 것으로 언제든 참여할 수 있으며, 10대 10으로 10분간 진행된다. 룰은 FPS 게임의 데스매치와 같이 제한 시간 내 상대편 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처치한 팀이 승리한다. 전장에서도 역시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전술이 펼쳐지는데, 전장에 배치되어 있는 화염방사기와 대포를 이용하여 적 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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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다!
아직까지는 승리했을 때 주어지는 전장 점수로 구입할 수 있는 보상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유저 참여율이 저조했다. 뿐만 아니라 레벨 격차를 좁힐 시스템이 전무하여, 레벨이 높은 유저가 있는 팀이 상당히 유리할 수 밖에 없는 밸런스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밸런스 문제는, 전장을 최고 레벨 유저들만의 콘텐츠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 풀어야 할 우선적인 과제로 보인다.
미래가 기대되는 아키에이지
아직까지는 최적화의 부재, 각종 버그의 출현 등 3차에 걸친 CBT라 하기엔 완성도를 부족해 보였지만, 비로소 아키에이지는 무언가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레벨업과 ‘강한 캐릭터’에 몰두하는 국내 유저들의 취향과 더불어, 무엇이든 자유롭게 행동하는 샌드박스 게임 개발이라는 당초의 목표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이다. 전투 외 다른 분야에도 힘 준 게임 콘셉트는 개발의 방향성이 흐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더욱이 누군가가 옆에 집을 짓기 시작하면 함께 하우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특별히 퀘스트가 없더라도 선원을 모집하는 외침에 반응하는 그런 ‘순수한 커뮤니티’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움이었다. 3차 CBT에서 선보인 것들은 아키에이지라는 거대한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예정된 4차 CBT를 통해 더욱 다채로워진 아키에이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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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CBT에서도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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