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 2D 횡스크롤 액션 열풍을 일으킨 네오플이 그 간의 침묵을 깨고 5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신작의 정체는 다름 아닌 3D 액션 게임 ‘사이퍼즈’ 로 네오플과 ‘던파’ 라는 후광 속에서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게임이다. 이런 ‘사이퍼즈’ 의 1차 CBT가 오늘 종료됐다.
‘사이퍼즈’ 는 네오플의 차기작이라는 사실 외에도 액션에 AOS를 더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RTS를 기반으로 했던 기존의 AOS게임들이 전략성을 강조했다면 ‘사이퍼즈’ 는 캐릭터의 액션을 중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사이퍼즈’ 는 한 마디로 액션과 AOS를 결합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네오플의 차기작 ‘사이퍼즈’ 는 과연 어떤 게임인지, 직접 1차 CBT를 체험해 보았다.
AOS와 액션의 만남
AOS류 게임은 직관적인 게임 진행과 간편한 스킬 사용, 다양한 캐릭터를 조합하는 전략 운영 등이 특징이자 매력으로 ‘워크래프트3’ mod(일명 유즈맵)인 ‘카오스’, ‘도타’ 등이 크게 히트하며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타이틀로 개발되면서 그 게임성을 입증하고 있다. ‘사이퍼즈’ 는 AOS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먼저 적의 본진 건물을 파괴하기 위해서 방어탑을 파괴하고 상대편 플레이어를 제압해야 한다. 또한 레벨업과 아이템을 통한 육성으로 교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점 등은 AOS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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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을 통한 다양한 스킬 강화는 AOS의 백미!
하지만 ‘사이퍼즈’ 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액션 게임의 요소를 대거 추가해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냈다. 기존의 AOS는 출생배경 때문인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의 높은 시점, 마우스로 이동명령을 내리고 단축키로 스킬을 사용하는 등 RTS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사이퍼즈’ 는 이러한 태생적 틀에서 벗어나, 마치 TPS를 연상시키는 시점을 채택해 카메라가 캐릭터 바로 등뒤에 위치한다. 때문에 카메라가 캐릭터와 가까워진 거리만큼 유저도 전투와 가까워졌다. 기존의 AOS가 전장의 사령관이었다면 ‘사이퍼즈’ 는 직접 전투를 치르는 사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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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의 공방전. shift+좌클릭으로 마무리하는거죵 헤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장점은 앞서 말한 대로 유저를 전장에 대려다 놓음으로써 확실한 쾌감을 전해줄 수 있다. 카메라가 캐릭터에 가까워질수록 소위 손맛이라고 불리는 타격감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점은 시야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주변 상황 변화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반사신경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큰 전략을 짜서 게임을 운영해왔던 AOS 유저들은 FPS게임 유저가 아니기 때문에 큰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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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튜토리얼 모드가 필요 없는 간단한 조작법
시점이 바뀌자 조작 명령도 RTS를 벗어나 변화했다. ‘사이퍼즈’ 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이용하는 시점 전환, 이동, 공격 및 스킬 사용 등 역동적인 조작 방식이 특징이다. 여기에 10초 이상 끌지 않는 빠른 템포의 시원시원한 전투는 네오플이 “던파의 노하우를 3D 액션으로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정체성 때문에 ‘사이퍼즈’ 의 첫 인상은 AOS임에도 불구하고 RTS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일단은 성공, 사이퍼즈의 액션
섣부르게 두 장르를 혼합하려는 시도는 종종 최악의 결과를 야기하지만 적어도 이번 CBT에서 드러난 ‘사이퍼즈’ 의 액션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가능성이 엿보였다. 특히 팀플레이를 유도하는 스킬의 공격력과 스킬의 쿨타임 등은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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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해놓은 밥을 훔쳐 먹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이퍼즈’ 의 스킬 이펙트는 화려하고 눈이 부시지만 커맨드는 의외로 간단해, 적을 조준한 상태에서 우클릭, 쉬프트+좌클릭, E, F 등으로 간편하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에만 너무 몰두해 스킬을 남발하다보면 정작 팀단위 대규모 교전에서 마땅한 공격 수단이 없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각 스킬들은 저마다 판정, 범위, 위력 등이 다르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게는 10초 길게는 1분에 육박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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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쿨타임일 때 까불면 자주 보게되는 장면
또한 액션 게임답게 적을 공중에 띄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붓는 콤비네이션이 가능해 이를 완성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자신과 아이템과 레벨이 동급인 적을 한번의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제거하기는 힘들다. 이런 제한된 살상력은 일종의 제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팀플레이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아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중요하게 만든다.
실제로 전투에서 승리하는 팀은 뛰어난 컨트롤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소속된 팀이 아니라 팀웍이 좋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팀이었다. 공중으로 상대를 띄우고 다운된 적을 추가공격하는 스킬은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십분 활용해 혼자서는 제거하기 힘든 적을 팀원이 함께 공격해주거나 스킬을 사용해 재차 공중으로 쳐올리면 수월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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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짱을 고르면 우사인 볼트 등에 업힌 기분을 알수 있다
하지만 ‘사이퍼즈’ 의 액션과 PvP가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먼저 이동속도가 전체적으로 느려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아이탬 ‘스포렉스 슈즈’ 를 착용해도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달리기, 점프, 순간적인 대쉬가 불가능한 점은 공격자에게 다양한 콤비네이션 공격이 제한된 느낌을 주고, 선제공격 한번에 체력이 다할 때까지 얻어 맞아야 하기 때문에 피격자에게는 무력감을 들게 한다.
총체적인 난국, 사이퍼즈의 전략성
‘사이퍼즈’ 는 평균적으로 20분이 채 안 걸려 승패가 결정 나는 데, 이는 대표적인 AOS게임 ‘카오스’ 의 대전시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이런 짧은 대전시간의 원인으로는 매우 허약한 방어탑과 열세에 몰린 팀이 난국을 타계할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 등 전체적인 밸런스 문제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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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휴톤' 이 건물을 잘 부순다고??
‘사이퍼즈’ 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은 각자 역할이 있어, ‘레나’ 는 방어력이 약하지만 속도와공격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PvP에 강력하고, ‘도일’ 은 방어탑 및 건물 공격에 뛰어날 뿐더러 방어력이 막강해 적들의 공격을 무시하면서 건물을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방어탑은 공격 패턴이 단순하고 PvP 특화 캐릭터로도 쉽게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방어력이 악해, 공성능력이 뛰어난 ‘도일’ 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찬밥신세 캐릭터일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PvP 캐릭터들에 인기가 편중되다 보니 초반 교전에서 서너번 패배한 팀은 아이템과 레벨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포기한다.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 혼자서 3~4명을 처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사이퍼즈’ 는 AOS가 아니라 대량학살 먼치킨 게임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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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돈모아서 아이템 사는데 안 쎄질 수가 없음여
사실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캐릭터가 인기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가 불리한 팀 쪽에서 역전을 시도할 방법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AOS에 익숙한 유저들은 HQ를 파괴하는 승리 조건에 주목하면서 불리한 팀은 교전을 피하면서 상대 진영에 잠입해 본진을 빠르게 파괴하는, 이른바 ‘테러’ 라는 와일드 카드가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테러’ 를 감행하기 위해 맵 좌우에 배치된 샛길로 적 본진에 도착할 수 있지만 좁은 골목길은 대량 학살을 원하는 상대편이 진을 치기 딱 좋다. 만약 운 좋게 적진에 도착해도 HQ를 보호하는 수호자 NPC에 전멸을 당하기 일쑤고, 정면으로 적 본진에 침입하자니 미니맵에 위치를 훤히 노출시켜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최근 우려할만한 게임계 분위기는 흥행한 게임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전작을 답습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사이퍼즈’ 의 실험정신은 매우 고무적이다. AOS장르를 채택한 3D게임에서 ‘던파’ 의 타격감과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비록 최신 게임들에 비하면 ‘사이퍼즈’ 의 그래픽은 뛰어난 것이 아니자만 ‘던파’ 유저들이 그래픽 때문에 ‘던파’ 를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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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끝나면 3개의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한다
네오플은 이번 CBT가 끝나면 밸런스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성을 심도 있게 살리지 못하고 있어 게임의 역동적인 액션과 비교했을 때 다소 미흡한 느낌이었다. 균형 잡힌 캐릭터 밸런스에서 다양한 전략이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 밸런스와 전략성은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CBT에서 보여준 ‘사이퍼즈’ 의 밸런스와 전략성는 딱 CBT에 걸맞는 수준이었다. 2차 CBT에서는 게임모드가 AOS 밖에 없는 액션게임 ‘사이퍼즈’ 가 아니라 AOS와 액션이 조화롭게 융합된 ‘사이퍼즈’ 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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