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의 송재경과 ‘룬의 아이들’의 전민희가 뭉쳐 화제가 된, ‘아키에이지’, 송재경 대표가 직접 “울티마 온라인, 리니지 등, 1세대 게임들의 높은 자유도를 물려받자”라는 콘셉 하에 제작 중이라 언급한 이 게임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총 4일간 1차 CBT를 진행했다. CBT에 앞서 XL게임즈는 해당 버전은 순수히 ‘테스트’를 목적으로 제작된 ‘미완성품’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CBT 동안 발생했던 자잘한 버그와 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 CBT 내내, 테스트 버전임을 강조한 '아키에이지', 그러나 그 완성도는 예상외로 안정적이었다
그보다 일반인들에게 처음 공개된 ‘아키에이지’의 세상과 주요 시스템에 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이번 1차 CBT는 앞으로 XL 게임즈가 보여주고자 하는 ‘아키에이지’의 세상을 소개하는 청사진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직접 키운 나무로 농산물을 생산해 제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전투’ 중심의 일반적인 MMORPG에서 서브직업으로 밀려난 ‘생산직업’에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숲처럼 민감한 움직임 하나에도 반응!
1차 CBT를 통해 처음 접한 ‘아키에이지’의 첫 인상은 매우 ‘민감하다’라는 것이다. 유저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주변의 세계는 마치 ‘현실’처럼 반응을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NPC를 밀어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NPC들과 캐릭터는 이동 방향에 따라 서로를 조금씩 밀어낸다. 이는 ‘캐릭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NPC들의 이동 경로에 서있을 경우, 해당 NPC가 조금씩 캐릭터를 밀어 경로를 확보한다.
▲ 원래 건물밖으로 나와 있던 NPC를
▲ 안으로 밀어넣는데 성공! 물론 NPC가 자꾸 돌아가려 해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다
이러한 소소한 움직임은 NPC가 그냥 장승처럼 ‘서 있는’ 존재가 아닌 움직이고 숨쉬는 ‘캐릭터’임을 유저들에게 인식시킨다 또한 이번 1차 CBT에서는 원래 자리를 벗어난 NPC들이 시간에 따라 본래 자리로 돌아오도록 AI가 구성되어 있어, 짓궂은 유저들의 장난에도 신규 유저들이 제 자리에 없는 NPC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다.
▲ 이 외에도 NPC들은 서로 대화하고
▲ 유저와 같이 움직이기도 하며
▲ 때로는 갑자기 공격하기도 한다;;
‘아키에이지’에는 유저들이 심은 ‘나무’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존재한다. 이 중, 특정 나무들은 도끼질을 통해 목재를 수확하거나 직접 타고 올라가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게임 속 ‘나무’를 타는 생소한 경험은 낯설었지만 매우 신선했다. 또한, ‘나무 오르기’는 정확한 미니맵이 지원되지 않았던 1차 CBT에서 주요 목표물을 찾는 좋은 방법으로 활용됐다. 높이 오른 만큼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에 미니맵을 보는 것보다 더 빨리 주변 상황을 체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도끼질과 오르기, 둘 중 하나의 방법으로 '나무'를 이용할 수 있다
▲ 높이 올라가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 도끼로 나무를 베면 목재를 얻을 수도 있다!
‘나무’에 대한 자유도 시스템 적용 역시 이번 1차 CBT 정도가 적당했다. 모든 나무에 이 ‘자유도’를 적용하면 유저들의 쉴 새 없는 도끼질에 필드가 순식간에 ‘사막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무책임한 ‘자유도’는 유저들에게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하고 만다. ‘나무’의 종류를 구분해 필드의 지형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저들이 자유를 맛보도록 유도한 적절한 밸런스 작업이 돋보였다.
▲ 깊은 숲을 무대로 한 '엘프'의 시작 지역은 근엄함과 음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러한 자잘한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아키에이지’의 세계는 말을 타고 유유자적 즐기기 좋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필자가 선택한 종족 ‘엘프’의 시작 필드는 밤에는 앞도 잘 안 보이는 깊은 숲과 인위적인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고상함과 그 속에 숨은 음침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이러한 필드의 분위기는 이상현상으로 인해 죽어가는 숲과 종족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주 내용으로 한 ‘퀘스트’ 및 메인 스토리의 분위기를 살리는 양념으로 작용했다.
생산 및 하우징 시스템 - 100% 수작업에서 배우는 노동의 가치!
‘아키에이지’의 또 다른 특징은 서브 콘텐츠로 도태되기 쉬운 ‘생산’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이번 1차 CBT에는 아이템의 ‘생산’과 게임 안의 나만의 공간 ‘집’을 마련하는 ‘하우징 시스템’을 맛볼 수 있었다. ‘아키에이지’의 ‘생산’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우선 필드의 ‘재료’를 채집해 가공 과정을 거쳐 ‘아이템’을 완성하는 것과 자신의 ‘집’ 근처에 나무나 채소를 재배해 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이 2가지 중, ‘생산’의 묘미인 ‘장인정신’을 크게 맛 볼 수 있는 부분은 2번째 방법이다.
▲ 저녁 무렵 퇴근하는 나의 캐릭터..그에겐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할 '집'이 존재한다
‘텃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을 마련해야 한다. ‘집’은 이번 1차 CBT에서는 충분한 ‘노동력’만 확보되어 있으면 약 20분만에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한 ‘충분한 노동력’이란 3일 동안, 알뜰하게 모아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1차 CBT에는 다수의 유저가 힘을 합해 ‘집’을 완성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타 유저의 건축 과정을 도와주는 기능은 실질적인 도움 외에도 친밀감을 나타내는 ‘아키에이지’만의 독특한 소셜 액션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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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너무 예뻐 찍어버린 어느 유저의 집...그림 같지 않은가?
이런
집에서 살아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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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배경 삼은 집 역시 운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짓는 재미'밖에 맛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울 뿐
이번 1차 CBT에서는 아직 ‘짓는 재미’밖에 구현되지 않은 ‘집’이었으나 게임 속의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매리트는 확실히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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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는 나무나 농작물을 재배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나무를 많이 심으면 입구가 막혀 입장하기 곤란하지 않을까?
▲ 퀘스트로 주어진 '요술 콩나무' 키우기를 통해 '재배'의 재미를
설명하겠다
우선 이처럼 묘목을 심은 뒤
▲ 정성껏 키우면
▲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 높은 곳의 열매를 딸 수 있는 '거목'으로 성장한다(물론 나무들의 크기는 종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하우징’의 진짜 재미는 ‘재배’부터 시작된다. 집 주변의 ‘텃밭’에 원하는 묘목 및 종자를 파종할 수 있어 MMORPG 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농장 경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실제로 몇몇 유저들은 집 주변에 모든 종류의 나무를 심고 성장 속도 및 크기를 비교하는 한편, 또 다른 유저는 무려 80그루의 포도나무를 텃밭에 심어 ‘포도밭’을 일궜다. 이처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하는 ‘텃밭’은 ‘재배’하는 즐거움을 더해 ‘생산직’의 중요성을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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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를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는 모두 '노동력'이 소모된다
또한 텃밭을 일구고 결과물을 수확하는 모든 과정, 심지어 필드에 있는 재료를 채취해도 일정량의 ‘노동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약간의 포인트라도 헛되이 하면 안 된다. 쉽게 말해, 마구잡이로 ‘채집’을 이용했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력’ 포인트는 ‘생산 작업’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노동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게끔 유도한다.
‘아키에이지’는 1차 CBT에서 각 재료 및 아이템의 기본 레시피를 제공해 유저들이 꼭 필요한 곳에 ‘노동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왔다.
전투 시스템 - 3가지 능력의 의미를 모두 살리다!
‘아키에이지’의 클래스 및 전투 시스템은 매우 독특하다. 총 10가지의 능력 중, 자신이 원하는 3가지를 조합해 직접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유저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길’을 열어줬다. 이번 1차 CBT 때 제공된 능력만으로도 무려 120개에 달하는 직업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각 캐릭터의 직업이 겹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필자는 이 중, 격투와 야성(원거리 공격 능력), 마법, 이 3가지 능력을 조합한 ‘마전사’를 육성했다.
▲ 캐릭터 생성창...약소하게나마 커스터마이징이 지원되고 있었다
▲ 필자가 선택한 마전사(격투+야성+마법)...근/원거리와 마법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키에이지’ 전투의 가장 큰 특징은 근거리와 원거리 특성을 분명하게 구분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원거리 캐릭터의 경우, 별다른 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모두 ‘활’을 이용해 적을 처리한다. 그러나 ‘아키에이지’의 경우, 이 방법을 이용할 수 없다. 적의 위치에 따라 능력과 사용 무기를 바꾸지 않으면 공격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는 근/원거리 공격이 모두 필요하다.
▲ 거리적 제약을 덜받으나 딜레이 타임이 있는 '마법'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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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뿐만 아니라 높이의 제약을 받는 근거리 공격...
'아키에이지'는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요한다
또한 근거리 공격의 경우, 적이 나보다 위에 있으면 공격할 수 없다는 지형적 제약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마법’은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딜레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비슷한 능력보다는 서로 다른 특성의 능력 3가지를 조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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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무기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UI
세로로 길게 제시된 인벤토리
역시 낯설었지만 사용하기 편리했다
▲ 전투 시, 거리에 따라 활성화/비활성화 상태를 색으로 보여준 단축키 UI 역시 완성도가 돋보였다
전투 UI 역시, 안정적인 완성도를 선보였다. 우선, 보조 무기를 합쳐 총 3개의 무기를 동시에 착용하도록 지원했다. 여기에 별도의 조작이 없어도 상황에 따라 근/원거리 무기를 바꿔 공격하도록 구성해 컨트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점 역시 눈 여겨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적의 위치에 따라 활성화된 스킬은 하얀색, 비활성화된 스킬은 붉은색으로 표시해 어떠한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지 바로 안내한 단축키 UI 역시 사용하기 편리했다.
이러한 특성은 각 능력의 장점을 동시에 부각시킨다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이처럼 자유도 높은 직업 시스템은 유저들이 필요에 따라 ‘한 직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키에이지’의 경우, 상황에 따라 3가지 타입의 전투 스타일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서브 직업들을 고르게 육성해야 할 의미를 부여한다. 쉽게 말해, 유저들이 선택한 3가지 능력 중, 쓰지 않고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탈 것 - 기본은 충실, 앞으로 보완될 ‘마상전투’ 기대감 살려!
‘아키에이지’의 세계는 생각보다 광활하다. 주요 거점지도 많은 데다가 갈림길이 많아 도보로 이동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아키에이지’는 3레벨이 된 모든 유저에게 퀘스트를 통해 탈 것인 ‘말’을 제공했다. 이동을 돕는 서브 콘텐츠 ‘말’, 그러나 이 ‘말’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범상치 않다.
▲ 보기에는 좁아보여도 실제로 다니면 그런 소리 못한다;
▲ 따라서 발을 대신할 '말'이 절실한 상황
우선, 진짜 말을 타고 달리는 듯 한 탑승감이 살아 있다. 이러한 탑승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점프’였는데, 실제 말의 움직임을 살린 세심함이 돋보였다. 그루터기 등, 낮은 장애물이 많은 필드의 구조는 이러한 ‘점프’의 재미를 만끽하기 매우 적절했다. 또한 ‘말’에는 ‘빠르게 달리기’ 등과 같은 세부적인 스킬 역시 적용되어 있어 효율성 역시 높았다.
▲ 평지는 물론, 언덕/계단 등 다양한 지형을 소화하는 엄청난 말
▲
하지만 물 속에서는 꼼짝달싹할 수 없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또한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말'의 HP가 손상되어 죽어버리니 조심하자
‘말’과 같은 탑승장비를 사용하는 UI 역시 편리했다. 특히, 멀리 떨어진 말을 부를 수 있는 ‘호출’은 필요 없을 때마다 ‘탑승장비’를 돌려보내고, 다시 소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줬다. 또한, 플레이 중, ‘말’이 있는 위치를 몰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또한 ‘탑승장비’용 UI를 오른쪽 하단에 별도로 제시해 편의성을 상승시킨 점 역시 돋보였다. ‘탑승장비용’ UI는 캐릭터의 시야에 제약을 줄 정도로 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기능 및 단축키를 모두 지원해 매우 효율적이었다.
▲ 필요한 것만 모아놓은 효율적인 UI는 '말'을 모는 재미를 상승시켰다
이러한 안정적인 완성도는 앞으로 본격화될 ‘마상전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1차 CBT에서도 ‘마상전투’를 잠깐 맛볼 수 있었으나 위치에 따른 제약이 많은 등, 아직 완성도가 미약해 주요 시스템으로 언급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아키에이지’의 1차 CBT 현장을 돌아봤다. CBT 이전, ‘순수한 테스트 버전’이라 소개한 탓에 사실 완성도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버그 및 랙을 제외하고 게임 자체의 주요 뼈대는 기대 이상으로 갖춰져 있어 매우 놀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에게 일단 ‘즐기는 재미’를 어필했다는 것이다. 색다른 재미로 앞으로의 테스트를 더욱 기다려지게 만든 ‘아키에이지’, 부디 다음 테스트까지 무럭무럭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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