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영웅전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반 년이 흘렀다. 작년 12월 16일 프리미어 오픈을 시작으로 부지런히 달려온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영웅전)은 첫 등장 당시 침체된 MORPG장르의 메시아적인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여타 동일한 분류의 게임들처럼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 앉게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던 바 있다.
나름 ‘겨울방학’ 특수로 재미 본 영웅전에게 이제 두 번째 성수기가 찾아왔다. 아니, 오히려 기회라기 보단 ‘시험’에 가깝다. 지난 겨울에는 영웅전이 도전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새로운 신작 게임들이나 확장팩 등의 거친 공세를 버텨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여름나기’를 맞아, 영웅전이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를 되새겨 보도록 하자.
초보 유저들을 유치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영웅전이 가진 여러 가지 단점 중에서 ‘신규 유저’ 혹은 ‘초보 유저’들의 접근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민거리다. 어쨌든 영웅전의 태생은 액션 게임이라, 제자리에 서서 단축키를 눌러가며 스킬을 사용하는 MMO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조작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특정 종류의 세트 방어구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해당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은 유저들은 상위 던전의 파티에 끼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풍토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컨트롤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활한 던전 공략이 어렵고, 이 때문에 상위 장비들을 착용하지 못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차별까지 당하고 마는 게임 분위기는 액션 초보에겐 감당하기 힘든 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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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등장하고부터 장비 제한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
문제점을 파악한 데브캣은 던전 난이도 세분화, 보스 체력게이지 표시,
스토리 관련아이템 드롭율 100%로 증가, 대부분의 아이템 거래가능 및
장비 아이템의 거래불가 해제 등 신규 유저에, 신규 유저를 의한, 신규
유저를 위한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신규 유저의 영입이 원활하여 젊은
피가 꾸준히 수혈 되어야 게임이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기존 유저들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듯한 서운함이라고 할까, 신규 유저에게
쏟는 데브캣의 애정은 기존 유저들의 질투를 사기에 충분했고 너무 달라지는
영웅전의 분위기에 볼멘 목소리로 항의하는 유저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어, 슬슬 업데이트 할 때가 되었는데?
MORPG류 게임들은 그 특성상 반복적인 플레이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상위 던전들, 그리고 특정 보스들의 반복 사냥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국 데브캣이 내어놓은 해법은 ‘한 달에 두 번, 약속된 업데이트’ 였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면 그에 맞춰서 작더라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하겠다” 라는 전략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매달 초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중순쯤 대규모 업데이트에 관련된 마이너 업데이트, 혹은 새로운 레이드 보스와 장비를 추가하는 식으로 꾸준히 상위 유저들이 즐길 거리를 제공했고, 이는 상위 골수 유저층의 이탈을 막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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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데이트 된 트롤 레이드보스 `클라우스`
물론 이렇게 짧은 업데이트 기간에 심도 있는, 100%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긴 어려운 법. 일부 보스들이나 맵의 경우 기존 맵을 거꾸로 돌려놓거나, 색감만 바꾸는 등 ‘재활용’의 냄새가 풍기는 콘텐츠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아예 아무런 즐길 거리가 없는 것’ 보다는 ‘작더라도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MORPG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데엔 가장 현실적인 답안일 것이다. 현재 영웅전은 그것을 자신의 존재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최근 영웅전에는 이비의 2차 무기 배틀 사이드가 업데이트 되었다. 다른 캐릭터인 피오나, 리시타도 각각 해머와 듀얼 스피어라는 2차 무기가 정해져 있지만, 베이스 무기와의 차이점이 뚜렷하지 않고 특별한 장점도 없어 심심할 때나 들어보는 무기로 전락되었다. 하지만 이비의 배틀 사이드는 베이스 무기인 스태프와 전투 방식도 전혀 다르며 시원한 타격감과 함께 높은 대미지를 자랑해 많은 이비 유저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이비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늦게 등장했다 보니 밸런스적 측면이나 버그 수정
등 지속적으로 개발진의 관심을 받아왔으며 업데이트 공지사항에는 이비에
대한 조정이 끊이지 않았다. 미구현이었던 이비의 스킬들이 쉬지 않고
업데이트 되었으며 꾸준히 발전하고 거듭 개선되는 이비를 보는 다른
캐릭터 유저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곧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 서로의 헐뜯고 비난하는 분위기로 번지게 되었고 특정 던전에서
일부 캐릭터를 외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컨트롤로 먹고 사는 액션 게임에서 3개 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모습은 심각한 수준의 게임 분위기 저하를 야기한다. 개발진 입장에서는 모두 자식 같은 캐릭터들이지만 유저들은 가시적인 평등한 대우를 원하므로 피오나와 리시타 유저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이비만큼 다른 캐릭터도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 시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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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받고 싶다구요
전투의 노곤함을 녹여줄 길이 없네
영웅전은 던전을 진행하는 동안 박진감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함을 만끽하게 해주지만, 그로 인해?쌓이는 노곤함을 마을에서 해소할 길이 없다. 길드채팅을 비롯 낚시 같은 전투 외의 콘텐츠가 전무하여 유저들은 하루의 토큰을 모두 사용하면 거리낌없이 로그아웃 해버리는데 이는 마을에서 유저들을 만나기가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영웅전은 토큰만 쓰면 할 거 다한 거다`라는 단순하고 부정적인 플레이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인지 7월 내에 업데이트 예정으로 생산 시스템이 계획되어 있지만, 전투 외의 콘텐츠 부분을 얼마나 매워 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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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 업데이트에 등장한 인챈트 시스템, 이런거 자꾸 만들어 주세요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줘요, 그 부분이 아니야!
영웅전은 뚜렷한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고 국내 액션게임 장르의 한 획을 그은 독창적인 게임으로 칭송 받고 있지만, 유저들의 감각을 자극시킬 양념과 향신료가 아직 부족하다. 격주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업데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분명 덩치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유저들의 간지러운 곳은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말한 전투 외의 콘텐츠, 언제 구현될지 모르는 길드 시스템 등 유저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번 여름, 영웅전은 유저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내다 보기 어렵지만, 영웅전이 물들어 있는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항상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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