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를 볼 삼국지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필자는 삼국지와 담을 쌓은 사람이다. 남들 다 봤다는 60권짜리 만화삼국지도 안봤고, 이문열 선생님의 삼국지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일기당천’이나 ‘창천항로’ 같은 삼국지 관련 만화도 손대본 적이 없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분량이 길어서 멀리했다는 말밖에는 해 줄 수가 없다.
▲물론 삼국지 드라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필자는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좋아한다. 삼국지를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삼국지를 몰라도 병사들을 쓸어버리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진 삼국무쌍 온라인’에는 많은 기대를 했다. 과연 콘솔게임의 ‘킬러 소프트’가 온라인 게임에서도 ‘킬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신나게 썰어보자!
▲다~ 쓸어버리겠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일관된 장점은 일당백으로 수많을 적을 ‘썰어내는’ 쾌감이었다. 온라인게임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그 점에 대해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콘솔게임에서 하던 것처럼, 일반공격과 차지공격을 조합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화려한 콤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콘솔에서 증명된 게임성이니, 타격감이나 액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키보드로 게임을 하면 조이패드보다 조작감이 떨어지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패드에 맞춰 개발된 삼국무쌍 시리즈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패드를 꼭 써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패드로 게임을 즐겨본 결과 게임의 조작이 많이 편해졌고, 시점 조작도 자연스러웠다.
전투밖에 할 게 없는 게임진행
‘진 삼국무쌍 온라인’에서는 레벨의 개념이 없다. 플레이를 하면서 쌓이는 ‘의’를 통해 신분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계급이 능력치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이 올라가면 전장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질이 높아지고, 높은 랭크의 무기를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신분이 높을수록 좋은 무기와 장비를 들고있으니 강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적으로 떼로 몰려다니며 상대방을 잡는 게임 특성상 신분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연병모드는 FPS게임과 비슷한 게임방식을 보여준다
어쨌든 신분을 올리고 자금을 얻으려면 전투에 나가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다른 MMORPG의 ‘퀘스트’와 비슷한 ‘특무’ 는 초심자가 하기에는 어려운 편이다. 클로즈베타 테스트 당시, 플레이어들은 특무를 하기보다는, 일반적인대전모드인 ‘연병’에 집중했는데, 그 상황은 오픈베타때도 동일했다. 여전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연병관 앞에 모여 있었다.
▲아무리 사람이 적은 시간대여도 연병관 앞에는 사람이 늘 모여있더라...
왜 그럴까? 앞서 말했지만 특무가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도전해 봤으나 특무 두세개만 달성하고 (그것도 달성도 E) 나머지는 성공할 수 없었다. 물론 특무 수행을 포기하고 연병에만 매달린다면 언젠가는 진급을 하겠지만, 이러면 자금을 얻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연병에서 자금획득을 할 수 있게 만든다던가, 아니면 초기에 소지금을 얼마간 줘서 어느정도의 도움을 주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많은 플레이어들이 연병에만 매달리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없다.
또한 파티플레이의 허술함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파티를 맺은 상태에서는 연병에 참여할 수 없고, 특무를 하려고 하니 2인용 이상의 특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본인은 친구와의 파티플레이를 위해 연병 전투를 작성한 뒤, 친구에게 미리 들어오라 말하여 겨우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게임을 해도 딱히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싱글플레이의 연속’ 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복적 플레이는 졸음을 유발한다
▲전과보고를 받고
▲집에 와서 아이템을 확인하면 또 다시 마을로 가야 한다. 귀찮다.
‘진삼국무쌍 온라인’ 에서 지적되어야 할 점은 편의성에도 있다. 플레이어는 전투가 끝나면 순위를 보고, 그 순위를 다 보면 집으로 돌아가 전과보고를 받는다. 그것이 다 끝나면 다시 밖으로 나와 전투를 하러 가야 한다. 전투->집->전투->집의 단조로운 진행은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병을 하던 플레이어를 연병관 앞으로 보내준다던가 하는 약간의 배려만 있다면 그렇게 질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계단씩 클릭해서 내려가야하는 드랍다운 메뉴는 PC에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콘솔에서 그대로 들고 온듯한 불편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를 짜증나게 할 뿐이다. 드랍다운(펼치면 하위메뉴가 나오는) 인터페이스는 입력장치가 제한된 콘솔에서야 쓸만했겠지만, 마우스라는 도구가 존재하는 PC에서는 꼭 그걸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나를 설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메뉴를 눌러서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투의 반복을 유도할만한 요인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RPG의 레벨제도는 속칭 ‘노가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지만, 게임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레벨제를 없에고 신분제로 전환했다고 해서 ‘노가다’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노가다를 납득시킬 설득력이 부족하기에 사람들이 더 쉽게 질릴 수 있다. 레벨제를 없에고 신분제를 만들었다면, 그에 대한 보상과 성과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코에이의 온라인 재기작, 글쎄…
▲코스프레 대회를 통해서 의욕적으로 게임을 홍보하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후 코에이가 다시 한국시장에 온라인게임을 내놨다. 이번에 CJ인터넷에서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실패를 거울 삼아 공격적인 홍보를 해가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홍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게임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화끈한 액션쾌감 외에는, 다른 부분은 미흡한 면이 많이 보인다.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지루한 게임진행에, 벌써부터 질린다며 떠나는 사람들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코에이는 자신들이 게임을 만들었던 일본과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은 느긋하게 게임을 해도 되는 환경이지만, 한국은 빠르고 민첩한 게임진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근본적인 환경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외국게임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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