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슈퍼패미콤으로 발매된 마리오카트는 간단한 조작과 탁월한 심리전, 마리오시리즈에서 봐온 친숙한 캐릭터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은 받은 닌텐도의 간판 레이싱게임이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이 게임! 당시 일본 내에서만 38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었다 |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5년 12월 8일, 마리오카트의 최신작인 마리오카트DS가 NDS로 발매됐다. 그것도 NDS만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형태로 말이다.
※리뷰점수에 포함된 사실성이라는 항목이 마리오카트 시리즈와는 전혀 맞지 않는 관계로 ‘게임의 중심이 되는 시스템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느냐’를 중점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점 양해바랍니다.
아이템에 매달리던 시대는 갔다!
마리오카트 시리즈의 전통적인 컨셉은 ‘스릴 넘치는 레이싱’이다.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을 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빨간색 등껍질을 맞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야 말로 마리오카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릴이었고 반대로 이를 통한 한방역전의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리오카트DS는 다르다. 마리오카트DS에서는 거북이 등껍질을 맞아도, 장애물에 부딪혀도, 전작만큼 속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때문에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여준 ‘한방역전’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물론 한방역전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다른 시리즈에 비해’ 아이템의 효과가 약해졌다는 소리다 |
하지만 그렇다고 마리오카트DS가 단순히 한방역전의 즐거움이 사라진 김빠진 맥주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마리오카트DS에서는 아이템의 효과를 낮춘 대신 드리프트 후 가속과 슬립스트림 등의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레이싱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피 터지는 아이템 전쟁’ 대신 ‘0.1초를 다루는 레이싱’을 택한 셈이다.
여전한 미니터보와 새로운 슬립스트림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요소가 있기에 필자가 감히 ‘0.1초를 다루는 레이싱’이라는 겁도 없는 발언을 한 것일까? 그것은 마리오카트64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니터보’와 이번 작품에 새로 추가된 ‘슬립스트림’ 때문이다.
▲‘마리오카트가 0.1초를 다투는 레이싱게임이라고?’ 순수 레이싱 매니아가 들으면 기겁할 소리다. 하지만 진짜다! |
먼저 미니터보는 드리프트 도중 십자키를 반대방향으로 두 번 입력하면 일정시간 동안 추가속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코너는 물론 직선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기록을 단축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슬립스트림은 앞 차의 바로 뒤를 따라가며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레이싱의 기법 중 하나다. 물론 공기의 저항까지 판별할 여건이 안 되는 마리오카트DS에서는 상대방의 뒤에 3초 이상 붙으면 일정시간 부스터 효과를 얻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컨트롤만 좋다면 어떤 아이템이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 |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이템의 효과가 약한 마리오카트DS에서는 이 두 가지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된다. 게다가 이 두 가지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빠른 상황판단능력을 요구한다. 이정도면 왜 마리오카트DS를 0.1초를 다투는 레이싱게임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워진 마리오카트. 이제 ‘온가족의 게임’은 무리다!
하지만 아이템 의존도를 낮췄기 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마리오카트가 가지던 ‘온가족의 게임’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마리오카트DS에서는 Wifi라는 무선 인터넷 기능을 이용해 전 세계의 유저들과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Wifi에는 레벨에 맞는 플레이어를 찾아주는 시스템이 없다. 때문에 상당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면 기껏 Wifi를 갖추고도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Wifi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쉴 새 없이 미니터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미 ‘가볍게 즐기는’ 수준은 아니란 말씀 |
빠른 상황판단과 레이싱 요소의 강화는 좋지만, 이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마리오카트만의 장점이 없어져 버렸다.
NDS다운 그래픽과 엄청나게 부족한
속도감
콘솔과 휴대용게임기라는 차이가 있는 만큼 마리오카트DS의 그래픽은 전작인 마리오카트 더블대시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 대신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조해서 모자라는 그래픽을 최대한 보완했기 때문에 막상 즐겨보면 ‘그래픽이 나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배경과 속도감에는 문제가 있다. 닌텐도에서 의도한 바인지 아니면 NDS 성능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오카트DS의 배경은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때문에 부스터를 써도, 미니터보를 작동시켜도 빠르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느리다! |
물론 맵 상에 등장하는 트랩이 워낙 많기 때문에 충분한 상황판단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러 카트의 속력을 줄인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부스터를 발동시켜도 전혀 변화가 없는 배경이나 빗줄 몇 개만 나오는 속도감이라는 것은 레이싱게임에 있어서 엄청난 단점이 될 수 있다. 최소한 부스터나 미니터보 등을 사용했을 때만이라도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조작은 만점! 몰입도도 만점!
한 순간의 실수가 승부를 결정짓는 레이싱 게임에 있어서 조작감이란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마리오카트DS의 조작감은 최고에 가깝다.
먼저 미니터보와 슬립스트림, 아이템 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A, L, R 세 가지 버튼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데다가 레이싱게임치고는 미끄러짐 현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캐릭터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도 쉽다. 때문에 대부분의 레이싱이 컨트롤 보다는 상황판단능력에 의존하게 된다.
▲어떤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조작감은 좋다! |
물론 직선도로에서 미니터보를 사용하는 등 다소 복잡한 기술도 있지만 이 역시 상황에 맞춰 십자키만 좌, 우로 흔들어주면 된다. 결국 빠른 판단력이 중요한 것이지 컨트롤이 복잡하다는 소리는 아닌 것이다.
몰입도 역시 엄청나다. Wifi를 통해 세계 각국의 유저와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물론이요, 혼자서 즐기는 싱글플레이 미션과 그랑프리 등 다양한 항목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싱글플레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새로운 캐릭터와 차량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실제로 필자가 리뷰를 플레이하는 도중 목적한 지하철역에서 제대로 내린 기억이 없을 정도다.
혼자 놀아도 즐겁고, 여럿이 하면
더욱 즐거운 게임
이번 마리오카트DS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역시 Wifi를 이용한 장거리 멀티플레이일 것이다. 이러한 Wifi는 이후 등장하는 대부분의 NDS게임에 적용될 예정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리오카트DS가 Wifi를 이용한 멀티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다. 싱글플레이를 위해 마련된 60개 이상의 미션과 그랑프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혼자서 놀아도 즐겁다! |
비록 어정쩡한 그래픽과 부족한 속도감이 거슬리긴 하지만 정작 게임을 시작하면 이러한 단점을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도도 강하다. 그리고 ‘편리한 조작감’ 역시 몰입도가 높아지는데 한 몫을 거든다.
NDS가 있고, 기존의 마리오카트 시리즈 중 한 가지라도 재미있게 해본 기억이 있다면 반드시 즐겨보자.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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