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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2편의 확장팩이라고 해두지(코만도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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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는 낮을수록 좋다
그렇다. 코만도스의 전 시리즈를 열광적으로 사랑했던 필자는 유독 ‘코만도스 3’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비록 스페인 변방에 머무르고 있는 파이로스튜디오의 유일한 밥줄에 불과한 타이틀이지만 1998년 그들이 시도했던 첫 번째 도전은 ‘생산개념이 없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

출시 한달 만에 120만 카피가 팔려나간 원작에 이어 확장팩 역시 35만장이라는 걸출한 성적을 냈고 2편은 비약적으로 발전된 그래픽과 치밀한 미션구성방식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공략과 프리뷰 그리고 각종 특집기사까지 관련컨텐츠로 밥벌이를 해먹고 살아온 필자의 입장으로선 생사고락(?)을 함께한 코만도스 시리즈에 어찌 높은 기대를 걸지 않겠는가?

▶ 때때론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치는 낮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이번 작품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파이로스튜디오의 핵심멤버였던 곤조 수와레즈가 개발사를 떠났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이번 작품은 코만도스의 새로운 시리즈라기보다는 2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확장팩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코만도스 3는 충분히 즐겨볼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겨자와 식초가 빠진 냉면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새로운 시리즈이긴 한데… 무엇이 달라졌지요?
2차대전당시 치욕의 덩케르트 철수작전이 일어난 뒤 영국의 육군이 창설한 특작부대 ‘코만도스’의 일원이 되어 독일군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기본적인 게임모토는 5년 전에 출시된 원작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이 게임만의 전통이다.

▶ 폰트와 한글화 수준도 탐탁치 않다

2차세계대전의 ‘특수부대’라는 것은 각종 영화와 게임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재탕을 끓여온 소재임이 분명하지만 불과 4~8명에 불과한 대원들이 한정된 무기만을 지닌 채 적진을 초토화시킨다는 소재는 게이머들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키보드를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의 난이도 역시 게이머들의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중요한 매력포인트이기도 했다. 물론 충실한 미션구성이 뒷받침 된 상태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 폭파효과 하나는 일품이다

코만도스 3는 크게 스탈린그라드와 중앙유럽, 노르망디까지 3종류의 분쟁지역을 배경으로 16개의 미션을 제공한다. 이번 작품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원은 그린베레와 다이버, 공병, 스나이퍼, 스파이, 도둑까지 총 6명.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웠던 2편의 신 캐릭터 ‘나타샤’와 강아지 ‘위스키’가 빠진 것은 잘 된 일이지만 1편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운전병이 빠진 사실은 좀 아쉬운 감이 있다. 모든 대원이 차량을 운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폭발물과 화기를 다룰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운전병이 백수가 되리라는 사실은 자명했지만 나름대로의 특성을 부여하고 끌어오는 것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3편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대원의 기능이 확장되고 미션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데 있다. 도둑이 적군을 포박하고 들쳐업기까지 가능한가 하면, 한두가지 공략법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 미션해결법이 2배 이상 늘어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코만도스 3에서 변화된 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뿐, 개발자들의 성의가 몸소 느껴진 치밀한 미션구성방식의 1편이나 인벤토리시스템 도입, 건물내부의 묘사 등으로 변화를 추구한 2편처럼 주목할만한 ‘특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분노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거꾸로 진보한 그래픽
코만도스 3를 플레이하며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꼽으라면 바로 인터페이스다. 진보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채택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축키가 빠져나간 코만도스 3에서 마우스만으로 기도비닉(적과 대치시 소음을 내지 않고 몸을 숨기는 군사용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줄어든 단축키를 가지고 여러 명의 대원과 NPC를 한꺼번에 컨트롤하는 일은 시리즈 중 최강의 난이도를 보여줬던 코만도스 1편의 확장팩을 연상케 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2편과 비슷하게 평이한 수준이지만 불편한 인터페이스가 1편과 버금가는 세이브/로드 타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코만도스 3를 플레이하며 또다시 놀란 점은 800X600 해상도로 고정된 게임화면이었다. ?추후 패치를 통해 이 문제점을 고칠지는 미지수이지만 태반의 게이머가 1024X768 이상의 해상도를 이용하고 19인치 모니터로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이 시점에서 800X600해상도를 고집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전편보다 증가된 애니메이션으로 전장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잘 살려낸 것은 분명 칭찬할만한 부분이지만 제작사가 게임발표 전부터 강조했던 폭파엔진 도입과 같은 부분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느낄 수 없었다.

2편의 확장팩이었다면 9점은 줄 수 있었다
똑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똑같은 장르를 만들어내며 시리즈의 연장선을 그려나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것들이 어차피 모든 시리즈 물들의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전제한다면 코만도스 3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자체에는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약빨’이 떨어진 소재라고 게이머들이 단언하기 전에 파이로스튜디오는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어봐야할 것이다. 좀 더 디테일해진 그래픽으로 치장된 코만도스 3는 얼핏 보기에 풍성해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이전의 작품이 보여줬던 땀내 나는 긴장감은 사라져버렸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지만 왠지 양념을 빠뜨리거나 잘못 뿌린 듯한 느낌. 잃어버린 그 맛을 찾아내기 위해 파이로스튜디오는 MBC 드라마의 장금이가 맞았던 벌침이라도 처방받아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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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전략시뮬
제작사
게임소개
코만도스 3의 배경은 1, 2편과 마찬가지로 독일군이 제 3제국건설이라는 미명아래 세력을 뻗어나가던 1942년경의 2차대전을 주무대로 삼고 있다. 실사와 고증을 통한 작전지도의 스케치로 스탈린그라드, 중앙 유럽,...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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