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 리뷰 >

허락되지 않은 죽음을 걷는 불사신(맥스 페인 2)

/ 1

▶ 총이 그를 죽일 수 없다면 사랑이 그를 죽일 것이다

영화든 게임이든 블록버스터의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이지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1편 만한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몸소 증명하고픈 게임제작사가 어디 있겠는가? 락스타게임즈 역시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무척이나 고단한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을 것이 틀림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맥스페인 2’의 완성도는 만족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전편이 심어놓은 카리스마적인 이미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는 1편이 2년간 숙성시킨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이유 때문이며 매니아들이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다지는 푸념거리일 뿐…. 아련히 울려 퍼지는 재즈풍의 음악을 뒤로한 채 비 내리는 뉴욕거리를 바라보는 ‘맥스페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시간만큼은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처받은 영웅이 돌아오다
전편의 시작은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형사생활을 지속해오던 맥스페인은 어느 날 자신의 아내와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마약에 취한 갱들에게 무참히 살해되어 있는 장면을 퇴근길에 목격한다. 아내의 시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맥스페인. 더 이상 삶을 지속시킬 수단이 사라진 그는 마약단속국(D.E.A)에 들어가 마약사범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며 암흑가에서 공포의 존재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 맥스페인 1의 모습.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의 맥스는 한마리의 야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불행의 끈은 맥스페인을 부여잡고 끝까지 놔주지 않았다. 마약단속국의 절친한 동료인 알렉스가 거대마약조직에게 살해되고 동료를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쓴 그는 조직과 경찰의 추적 속에 외로운 투쟁을 벌여나갔던 것이다. 맥스페인은 자신의 아내가 죽은 이유가 초인병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약물로 생산된 마약 ‘발키리’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다. 결국 그는 발키리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려는 바이킹 프로젝트의 배후 ‘에이시어’ 그룹의 대표를 처단하고 누명을 벗으며 힘겨운 여정이 끝나는 듯 했다.

2편은 누명을 벗고 일약 영웅이 된 맥스페인이 마약단속국을 그만두고 다시 뉴욕경찰(NYPD)의 형사로 돌아온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족을 잃고 하루하루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 강도사건에 관여케 되고 이 사건이 전편의 암흑세력인 ‘이너 서클’과 관련되어 있다는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과거를 함께 했으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미모의 여인 ‘모나 색스’의 등장과 함께 2편의 이야기는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맥스페인 2는 말 그대로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같은 골격에 새로운 색깔을 입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구성방식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종결에 가까워진 장면을 게이머에게 보여주고 그 앞의 이야기를 챕터별로 짜맞춰나가며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을 차지했는데, 속편에서는 더욱 치밀해진 인물의 갈등요소와 스토리라인으로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단 맥스페인 2의 게임진행 방식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채화풍의 만화로 그려진 컷신이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를 설명하고 몇몇 중요한 장면은 게임의 흐름을 해치치 않는 범위에서 등장해 게임의 흥을 돋궈준다. 바뀐 점이 있다면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주 등장했던 컷신이 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전편에서 큰 찬사를 받았던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달 시스템인 전화나 TV중계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 한 강도사건에 연류되면서...

▶ 맥스페인은 또다시 암흑의 톱니바퀴에 빠져들고 만다

전편부터 게임의 시나리오를 써온 샘 레이크는 “게이머 자신도 모르게 게임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이번 작품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컷신은 가장 직관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으로 사용되는데, 2편에서는 이와 같은 단편적인 전달방식보다는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마치 ‘스폰지가 물에 젖는 듯한’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끔 게임진행 중에 볼 수 있는 딕 저스틱스 쇼라고 불리우는 TV방송을 통해 스토리의 힌트를 얻는다든가 전화기에 녹음된 음성 그리고 길바닥의 걸인이 사건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지나가는 말로 내뱉는 등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릴 수 있는 요소가 2편이 추구하고 있는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까울 정도의 많은 복선과 이야기꺼리를 7~8시간의 플레이타임으로 만족해야한다는 정도랄까. 스토리는 전편보다 더욱 치밀한 구성으로 짜여졌지만 왠지 모르게 게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든 이가 게임에 익숙해져버린 ‘속편’이라는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이유 때문이리라.

▶ 게임내 컷신의 숫자는 줄었지만 구성력은 더욱 탄탄하다

완벽한 하모니로 구축된 그래픽
시대의 흐름에 따라 눈높이도 함께 높아지는 게이머의 특성상 맥스페인 2의 그래픽을 두고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오히려 ‘최적’이라는 단어가 맥스페인 2의 그래픽에 더 적절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실제로 뉴욕에 가보지 않아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실제의 배경을 게임 속으로 그려 넣는데 있어 맥스페인 2보다 뛰어난 작품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맥스페인 2는 게임 속의 리얼리티를 살려내기 위해 주변환경을 표현하는데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으며 이는 실제 배우에게 초상권을 사들여 만든 게임 속 등장인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맥스페인 2를 빛나게 해주는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MAX-FX 물리엔진의 표현력이다.

그래픽의 질감이나 텍스처의 정교함은 논외로 치더라도 박스를 밀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폭탄에 충격을 받은 철근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넘어지는 등 마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주변사물의 움직임은 게이머에게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이런 물리엔진은 적과 벌이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빛을 발하는데, 머리나 배, 다리 등 어느 부위를 어떤 무기로 맞췄느냐에 따라 제각각 다른 움직임과 모션을 취하며 넘어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맥스페인 2의 미션구성 역시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토리라인은 전편처럼 일직선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화염을 헤치고 뛰어나오는 장면을 비롯해 악몽에 시달리는 맥스페인의 꿈 스테이지 역시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흐릿한 블러효과 함께 등장한다(다행히도 전편의 그 짜증스러웠던 미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_-).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편의 히로인이기도 한 모나색스와 맥스페인이 동일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역할연기를 바꿔서 진행하는 스테이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한가지 시야로만 좁혀졌던 게임의 배경에 더 깊숙이 개입할 수 있으며 저격미션 등 전편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경험해볼 수도 있다. 전편보다는 조금 단순하고 반복적인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감정이입의 측면에 있어 이러한 시도는 꽤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편이다.

좀 더 세련된 복장을 하고 나타난 적들은 단순히 총알받이로만 쓰이던 전편보다 좀 더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한다. 잘 만들어진 스크립트 덕분인지 아니면 제작사의 말대로 인공지능의 강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게이머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는가 하면 엄폐물을 활용하는 능력도 제법 뛰어나다. 물론 그들이 맥스페인의 초필살기라 할 수 있는 ‘불릿타임’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발전된 움직임은 게이머로 하여금 좀 더 생각하는 플레이를 유도하는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전편보다 똑똑해진 NPC 역시 2편의 큰 변화로 여겨지는 부분. 이들은 혼자서 중얼이는 말로 목적지를 잃은 게이머에게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며 분대원의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뒤통수에 탄환을 날리는 엉뚱한 행동으로 죽음을 자초하기도 한다.

맥스페인 2의 ‘한방’은 무엇?
화려하게 펼쳐지는 슬로우비디오 모션과 함께 쌍권총의 탄환을 뿌려대는 ‘불릿타임’은 오늘의 ‘리메디엔터테인먼트’를 있게 했던 맥스페인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다.

이 불릿타임은 2편에 이르러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데 불릿타임 게이지의 소모없이 [Shift]키를 누르는 것만으로 사용이 가능한 구르기 기술과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한 화려한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구르기는 맥스페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뛰어들며 탄환을 피하는 일명 ‘닷지’라고 불리우는 기술로서 리메디는 이 것이 매우 인상적인 게임의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때나 사용하기엔 제한이 너무 많았던 터라 이 기술엔 불릿타임의 소모를 없게끔 만들었다.

그냥 마우스 오른쪽버튼을 클릭함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불릿타임은 화면이 노란색 파스텔풍으로 바뀌는 효과를 보여주는데 이 상태에서 탄환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 마치 영화 ‘데스페라도’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360도로 회전하며 탄창을 바꿔끼우는 맥스페인의 화려한 개인기를 볼 수 있다.

잘 만들어진 물리효과와 함께 펼쳐지는 이러한 불릿효과는 게임의 모든 부분을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만드는데 일조를 하게 되며 비로소 게이머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맥스페인의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맥스페인 2의 단점은 너무나 출중했던 ‘아버지’였다
전편보다 다분히 어둡고 차분하며 은유적인 맥스페인 2는 진부하다면 진부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헐리우드식 복수극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세계인의 공통적인 분모인 ‘분노’를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필자에게 와닿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일까?

하지만 제레미 소울의 음악을 뒤로 한 채 칼리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적진을 활보하는 맥스페인의 모습은 여전히 매력덩어리 그 자체다. 적당히 난해하면서도 영화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스토리와 교차편집은 게이머로 하여금 맥스페인의 고뇌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그것이 비록 홍콩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로 그치고 있을 뿐이더라도 맥스페인이 시도한 도전 자체가 게임이라는 장르에서는 생소한 것이기에 여전히 게이머들은 환호의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PC
장르
액션
제작사
게임소개
2년 만에 돌아온 맥스 페인의 후속작으로 더욱 방대한 스토리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 보다 화려해진 불릿타임 액션으로 무장하였다. 기존의 스토리를 약간 비꼬아놓은 것이 특징인 이번 타이틀은 과거 맥스페인 팬들... 자세히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