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콜옵’ 될까? 29일 사전 오픈한 '아이언사이트' (사진제공: 네오위즈게임즈)
감히 적자면, 국산 FPS는 ‘서든어택’ 이후 정체됐다. 고증과 깊이보다 속도감을 우선한 캐주얼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이 10년간 장기 집권하는 사이 장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도전은 자취를 감췄다. 마치 시장을 평정할 것마냥 화려하게 등장한 ‘서든어택 2’가 갖은 지탄을 받으며 외산 게임인 ‘오버워치’에게 밀려난 것이야말로 이러한 정체의 결과 아닐까.
지난 29일(목), 네오위즈게임즈 ‘아이언사이트’가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국산 FPS 신작이다. 피망 계보 상 ‘아바’와 ‘블랙 스쿼드’의 후임인데, 추구하는 게임성은 사뭇 다르다. 가볍고 간편한 구성 대신 ‘콜 오브 듀티’로 대표되는 서구 FPS의 요소를 대거 채용했기 때문. 달리기와 포복, 정조준은 물론 자동 회복과 랜덤 리스폰, 킬스트릭(Killstreak) 등이다.
물론 무조건 해외 흥행작을 본뜬다고 더 좋은 게임이 되고, 장르적 발전을 이뤘다고는 볼 수 없다. 베끼더라도 ‘엣지 있게’ 잘 베껴야 하고 국내 유저의 성향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과연 ‘아이언사이트’는 국산 FPS에 다양성을 불어넣어줄 다크호스일까, 아니면 ‘서든어택’의 아성 앞에 사라져갈 또 다른 희생양일까? 사전 오픈을 통해 한 부분씩 짚어보았다.
▲ 국산 FPS '아이언사이트' 티징 영상 (영상제공: 네오위즈게임즈)
지리멸렬한 캠핑 플레이는 사절, 변화무쌍한 전장
‘아이언 사이트’는 자연 부족으로 인한 국제적 분쟁이 격화된 근미래를 무대로 삼았다. 익숙한 총기와 장비가 등장하는 등 현대전과 거의 다르지 않지만, 전장 구성이나 ‘드론’과 같은 특수 병기를 통해 SF의 강점을 살렸다. 기존 밀리터리 FPS와 이질감은 최소화하면서 나름대로 신선함을 더하려는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FPS에서 첫째로 따지게 되는 그래픽과 사운드, 슈팅 감각은 모두 준수하다. 자체 제작한 ‘아이언’ 엔진으로 개발됐는데, 여느 상용 엔진 못지않은 때깔을 보여준다. 그야 해외 유수의 AAA급 대작과 어깨를 견줄 수는 없지만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울러 폭넓은 사양의 PC를 고려한 뛰어난 최적화는 칭찬할 만하다.
▲ 중옵에서 이 정도, 2016년에 즐기기에 부끄럽지 않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래픽 자체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전장이다. 모든 전장은 비대칭 구조이며, 실내와 실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크고 작은 엄폐물로 공간이 꽉 차있다. 어느 지점에서 어디까지 요격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특정 위치가 지나치게 유리하지 않도록 계산된 배치다. 수직적 공간도 폭넓게 활용하여 고층과 지하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장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 전장 중앙에 자리한 미사일 발사대가 옆으로 돌아가며 각 저격 지점의 시야를 순차적으로 가리고, 발사 직후에는 후폭풍으로 해당 지역이 아예 가려진다. 어떤 곳에서는 수시로 배가 정박하여 길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유저가 직접 버튼을 눌러 길을 이었다 끊었다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실내의 비중이 높고 엄폐물이 풍부한데다, 구조물이 변화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캠핑’ 플레이를 막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수시로 부활 위치가 바뀌는 랜덤 리스폰 방식이고, 후술할 ‘드론’을 활용한 색적까지 가능해 한 곳에 머무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이처럼 자연스레 수비적인 플레이를 제한하고 활발한 교전을 유도하는 것은 이미 ‘콜 오브 듀티’를 통해 검증된 묘수다.
▲ 구조물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직접 조작하기도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략의 깊이를 더하는 드론, 비중은 조금 더 고민해야
‘아이언사이트’의 전장은 분명 ‘웨어하우스’에 치를 떠는 이들이 즐겁게 뛰놀만한 알찬 공간이었다. 그러나 전장이나 모션, ‘샷빨’ 등은 어디까지나 좋은 게임으로서 필요한 기본기이지,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는 아니다. ‘아이언사이트’가 내세운 핵심 콘텐츠는 바로 십 여종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드론’이다. 국내에는 아직 ‘드론’을 제대로 다룬 FPS가 없으니 얼굴마담으로 제격이다.
‘드론’은 적을 따라다니며 레이더에 표시해주는 작은 카메라부터 하늘에서 포화를 퍼붓는 전투기, 통로를 틀어막고 적들을 쓸어버리는 거대 로봇까지 크기도 성능도 다양하다. 이것들을 호출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을 통해 점수를 모아야 하는데, ‘콜 오브 듀티’를 즐겼다면 매우 익숙할 킬스트릭 시스템과 대동소이하다.
킬스트릭은 적을 일정 수 이상 사살할 때마다 보너스를 주어, 전투 의지를 고양시키고 전략의 깊이를 더하는 시스템이다. ‘콜 오브 듀티’에서는 레이더를 활성화하거나 항공지원을 부르는 것이 가능했는데, 사실 ‘드론’을 활용한다는 것 외엔 ‘아이언사이트’도 비슷한 편이다. 다만 여기서는 공격형과 지원형 ‘드론’이 구분되어 있어, 지원형은 그냥 있어도 포인트가 조금씩 쌓인다.
▲ 승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이것이 바로 '킬스트릭'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아무리 작은 자폭 ‘드론’이라도 불시에 작동시켜 적의 방어선을 삽시간에 붕괴시킬 수 있고, 전투기를 불러내 실내로 몰아 넣은 뒤 일망타진시킬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총기와 ‘드론’의 사용 빈도는 8:2 혹은 9:1로, 필살기 정도의 비중이다. 경우에 따라선 힘들여 호출한 드론이 EMP 재머에 요격되어 비명에 가기도 한다. 결국 교전을 지배하는 것은 사격 실력이다.
얼굴마담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슈터 본연의 정체성을 잃기 쉽다. 조금 다르지만 ‘오버워치’ 궁극기로 생각하자. 다만 ‘콜 오브 듀티’와 비교해도 사살 수 대비 포인트가 너무 야박한데, 서로 계속 죽고 죽이는 데스매치는 괜찮지만 폭파전이나 점령전에서는 거의 모을 수 없는 지경이다. 아무리 ‘드론’이 귀하다지만 일부 모드에선 아예 꺼내볼 수도 없다니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 '드론'은 어디까지나 필살기, 총을 잘 쏴야 이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정식 출시까지 만듦새 다듬었으면, 홍보도 적극 이루어지길
이외에도 지원형은 공격형에 비해 효율이 나쁘고, 강한 ‘드론’일수록 레벨 제한이 높아 고수와 초보의 양극화를 야기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적잖다. 포복에서 일어서며 정조준을 할 때처럼 여러 동작이 이어질 때 조작이 뻑뻑하고, 텍스처와 사운드가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총기간 밸런스 문제와 튕김 현상도 물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개발진이 직접 밝히지야 않겠지만 ‘아이언사이트’의 지향점은 ‘한국의 콜 오브 듀티’일 것이다. 완성도 높은 전장과 킬스트릭의 묘미가 느껴지는 교전은 게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 세세한 단점을 고치고 완성도를 끌어올릴 때다. ‘포스트 서든어택’ 기치를 내건 게임은 과거에도 숱하게 있어왔다. 유저들에게 인정 받으려면 만듦새를 다듬어야 한다.
끝으로 네오위즈게임즈의 미비한 홍보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는 20일 정식 론칭을 위해 기를 모으는지 모르겠지만, 사전 오픈이나마 게임이 열려있음에도 호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온라인 FPS는 유저가 적을수록 게임이 성립하기 어려워지고 평가까지 가파르게 하락하곤 한다. 게임이 괜찮은 만큼 적극적으로 알리고 통 큰 프로모션도 진행해보면 어떨까? 신병 ‘아이언사이트’의 건승을 기원한다.
▲ 마무리는 승리 인증으로, 모두들 전장에서 만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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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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