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퍼유니버스'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는 엄청난 성과를 남겼다. PC방 점유율 등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에서 200주 가량 1등으로 자리매김했고, 영원할 것 같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e스포츠의 대명사가 됐다. ‘갱킹’, ‘트롤’ 등 생소하던 단어를 일상회화로 가져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공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다양한 AOS가 등장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롤’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도타 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쟁쟁한 경쟁작은 있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익숙한 AOS 문법을 답습하다 보니 ‘롤 대신 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넥슨이 개성으로 똘똘 뭉친 신작 AOS를 선보였다. 씨웨이브소프트가 개발한 ‘하이퍼유니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공개 당시에는 ‘마비노기 영웅전’ 김범 아트디렉터가 그려낸 매력적인 캐릭터가 관심을 끌었다. 이후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게임성도 호평을 받았다.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색다른 모습, 짧은 시간에 꼭꼭 눌러 담아낸 AOS의 재미 등, 게임 완성도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2일, ‘하이퍼유니버스’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대결에 나섰다.
과연 ‘하이퍼유니버스’는 ‘롤’지말고 하기 괜찮은 게임일까?
▲ '하이퍼유니버스'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메이드 인 김범’, 믿고 보는 캐릭터
AO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캐릭터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안착한 경쟁자들은 앞다투어 캐릭터를 홍보하고 있다. ‘롤’은 133명이라는 엄청난 물량을 앞세웠고, ‘히어로즈’는 블리자드 게임 속 인기 캐릭터를 몰아넣었다. 여기에 맞서는 ‘하이퍼유니버스’는 어떤 식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할까?
공개 당시 ‘하이퍼유니버스’는 김범이라는 스타 개발자의 참여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실제 결과물도 그 명성에 뒤처지지 않는다.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낸 캐릭터들은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일러스트는 물론 모델링도 보기 좋은 수준이다. 판매되는 스킨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질 정도다. 게임의 첫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보이는 것’에는 충분히 합격점을 내릴 수 있다.
▲ 음, 보기 좋은 게임이군
▲ 허어, 월급날이 언제더라... (사진제공: 넥슨)
여기에 다양한 서브스토리를 통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세세한 설정까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굳이 공식 홈페이지나 캐릭터 정보창을 뒤지며 빽빽한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알아가게 된다. ‘하이퍼유니버스’가 캐릭터의 외형과 함께 내면까지도 착실하게 준비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예를 들어 ‘전장의 여신 아테나’는 설정 상 여신의 환생이라 불리는 차기 여왕이다. 때문에 상당히 오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실제 게임에서는 돌진기가 특징인 탱커다. 앞장서서 전장에 달려드는 호전적인 성격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뒤 해방되는 서브스토리를 보면 몇 걸음 걷는 데에도 마차를 대령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는 상세한 성격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 다양한 서브스토리에서 캐릭터 설정을 확인한다
아울러 특정 캐릭터를 플레이하면 그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열린다. 스킨이나 전용장비를 사용하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제공된다. 이외에도 누적 어시스트 100회 이상을 달성하면 킬을 뺏겨서 시무룩해진 ‘겔리메르’와 ‘손오공’이 푸념하는 대화가 나오는 등, 수많은 이야기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관련된 이야기를 전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 캐릭터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계속 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까지 맡은 것이다.
▲ 게임 플레이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 호기심 자극하는 메인 스토리까지
오락실 손맛을 온라인에서 맛본다
‘하이퍼유니버스’ 두 번째 개성은 ‘횡스크롤 액션’이다. 캐릭터는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고, 조작체계에서 마우스는 완전히 배제됐다. 그러다 보니 횡스크롤 액션을 강조한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와 비슷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쿼터뷰 시점과 마우스 조작이 보편화된 AOS 시장에서도 유독 이례적인 모습이다. 다시 말해 다른 AOS보다 두드러진 액션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 마우스는 게임 시작 버튼 누를 때만 쓴다
그렇다고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지는 않다. 횡스크롤이어도 어느 정도 깊이감을 지니고 있는 ‘던전 앤 파이터’ 류의 게임과 달리, 완전한 평면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동은 좌, 우 2방향으로 압축됐다. 그러다 보니 적의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도 2방향이다. 전투가 격렬해져도 직관성을 해치지 않는 셈이다. 물론 바닥을 뚫고 공격하는 스킬을 지닌 ‘하이퍼걸 제니퍼’ 등 예외도 있지만, 이 정도는 게임의 감초 역할로 볼 수 있다.
액션의 ‘손맛’을 느끼게 해줄 요소도 다수 제공된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것이 ‘캔슬’이다. 기본공격이나 스킬 사용 후, 모션이 끊기기 전에 바로 스킬 버튼을 입력하면 캐릭터가 번쩍하고 빛나면서 딜레이 없이 공격을 이어간다. 또한 위력이 늘고 소비 마나량이 줄어드는 등, 확고한 이점이 생긴다. 정신 없는 ‘한타’ 와중에도 캔슬을 시도하게 됐다. 물론 캔슬에 성공한다고 지던 싸움을 역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했을 경우의 쾌감이 강렬했다.
▲ 캔슬을 성공하면 손맛이 짜릿
또한 모든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대시’도 액션 재미를 더한다. 모든 캐릭터가 5초마다 한 번씩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보니 다양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적진으로 파고들어 ‘한타’를 여는 재미도 쏠쏠하고, 위기 상황에는 도망치는데 쓸 수도 있다. ‘롤’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자면, 모든 플레이어가 5초마다 ‘점멸’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액션성이 ‘하이퍼유니버스’의 참신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 대시만 돌아오면 잡는다...
다만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1 대 1 상황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몇몇 고수의 경우, 능수능란하게 캔슬을 활용하며 공격을 펼치고 이쪽의 반격은 대시로 유유히 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액션이 되려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이퍼유니버스’는 격투게임에서나 볼 법한 연습모드를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언제든지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조작을 연습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상황을 세팅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 고수를 이기려면 연습, 또 연습...
한타, 한타, 그리고 한타… 단조로운 전략
이처럼 ‘하이퍼유니버스’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캐릭터 매력도 어디 가서 뒤처질 일은 없다. 횡스크롤 액션에서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액션은 전부 담았다. ‘하이퍼유니버스’가 내세웠던 개성은 모두 참신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하이퍼유니버스’는 자신의 강점을 확실히 살리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AOS에 으레 기대하는 ‘전략’을 상당히 간소화시킨 것이다.
‘하이퍼유니버스’ 전체적인 구성은 치고 박고 싸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성라인은 2개로 축소되고, 상점이나 빠른 회복 등 마을의 기능을 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전투를 방해하는 요소를 전부 쳐낸 것이다. 라인전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쑥쑥 성장하고, 실수로 큰 피해를 입어도 잠시 후퇴하면 금세 회복된다. 따라서 초반부터 계속해서 교전이 펼쳐진다.
▲ 장비도 그냥 살 수 있다
▲ 위험해도 잠시 물러나면 금세 회복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투를 제외하고 나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횡스크롤 전장을 활용해 창의적인 기습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술’ 수준에 그친다. 버프를 제공하는 강력한 몬스터 ‘침략자’가 있지만 전황을 뒤집는 강력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오히려 전투에서 승리한 팀이 얻어가는 ‘보너스’ 느낌이 강하다. 어찌됐건 결국은 전투를 통해 상대를 몰아붙여야 한다.
▲ 존재가 자주 잊혀지는 '침략자'
이처럼 전략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보니 게임이 더욱 단조롭게 느껴질 우려가 있다. 같은 AOS 장르의 선두주자 ‘롤’은 바론 스틸이나 혼신의 백도어 등 ‘앗’하는 순간에 역전을 이끌어낼 전략이 있다. 매 판마다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하이퍼유니버스'는 순간순간 싸우는 재미는 충실해도, 매 판을 비교해보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합이나 실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밀리기 시작하면 이를 뒤집을 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하이퍼유니버스'만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
지향점은 ‘롤’ 아닌 ‘던전 앤 파이터’
천편일률적인 AOS가 차례차례 스러지는 가운데, ‘하이퍼유니버스’는 독보적인 개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매력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또 다른 무기인 횡스크롤 액션 역시 그간 AOS에서 볼 수는 없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바로 액션게임에서 느낄 법한 짜릿한 손맛이다. 이러한 2가지 차별화는 ‘하이퍼유니버스’에게 힘을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퍼유니버스'는 전략을 간소화했다. 액션에 집중하도록 게임을 설계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재미있는 전투를 빠르고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전략이 축소되고 액션이 강조됐기 때문에 그 시기가 더욱 빠를 수 있다. 결국 넥슨에서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 AOS보단 액션게임에 한 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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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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