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흔히 ‘첫인상이 절반’이라고 하죠.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줬느냐가 향후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평소에 조금 허술한 사람이라도 입학식, OT, 미팅, 면접 등 첫 만남만큼은 어김없이 매력적으로 꾸미곤 해요. 내근할 때면 비렁뱅이처럼 후줄근한 기자도 인터뷰에 나설 때는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차려입는답니다, 하핫.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비단 인간관계만이 아닙니다. 소비자를 대하는 콘텐츠도 초장에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야죠. 소설의 첫 문장, 광고의 3분, 영화의 10분, 그리고 게임의 15분에 보는 이의 마음이 동해야 합니다. 물론 진득이 보아야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도 있습니다만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만한 인내심을 기대하긴 어려우니까요. 플레이어로 하여금 ‘켠 김에 왕까지’ 몰입하도록 만드는 강렬한 게임 도입부 TOP5입니다.
5위 배트맨: 아캄 시티, 시작과 함께 드러난 복면 히어로의 정체
5위는 만화 원작 게임의 새 지평을 연 ‘배트맨: 아캄 시티’입니다. 전작에서 미치광이 ‘조커’가 악당들이 가득한 수용소를 엉망으로 만든 후 이어지는 이야기죠. 치안이 극도로 악화되자 시장은 빈민가 일대를 사들여 석벽으로 격리시킨 후, 그 안에 ‘아캄’ 수용소와 ‘블랙게이트’ 교도소 출신 범죄자들을 모조리 몰아 넣는다는 정신 나간 정책을 내세웁니다. 이에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아캄 시티’ 건립에 반대 성명을 내죠. 취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용병들에 의해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고 ‘브루스’는 납치당합니다.
▲ '배트맨: 아캄 시티' 인트로 (영상출처: 유튜브 Sniped Sox 채널)
시야가 하얗게 점멸하며 누군가 고문당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한 남자가 나지막하게 말을 걸죠. “배트맨보다 브루스 웨인을 잡는 것이 훨씬 쉬웠다’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 그의 정체는 ‘아캄 시티’ 관리자 ‘휴고 스트레인지’. 시작부터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최대 비밀이 들통나버린 겁니다. ‘배트맨’ 시점에서 게임을 즐기던 플레이어는, 가면 너머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사실에 심장이 ‘쫄깃’해지죠. 복면 히어로의 최대 성역을 무너뜨림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한 겁니다. 이어지는 탈출 장면은 시리즈를 통틀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유일한 구간이라 더욱 인상 깊습니다.
▲ "배트맨 보다 브루스 웨인을 잡는 것이 훨씬 쉽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4위 포탈 2, 수 세기만의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또 다시 절체절명
4위는 영리한 퍼즐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잘 알려진 ‘포탈 2’입니다. 개발사인 벨브는 매번 인상적인 도입부를 선보이는 걸로 유명한데, ‘포탈 2’는 그 중에서도 단연 충격적이죠. 전작은 광기에 찬 AI ‘글라도스’를 무력화하고 탈출한 주인공 ‘첼’이 기력이 다해 쓰러진 후, 다시금 지하 연구실로 끌려가며 끝을 맺었습니다. 헌데 2편에서는 뜬금없이 잘 정돈된 호텔방에서 깨어나며 게임이 시작되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안내음성에 따라 간단한 시점 조정과 이동 방법을 터득한 다음, 지시 데로 그림을 감상하고 클래식 음악을 켠 채 잠자리에 들면 됩니다. ‘첼’은 결국 탈출에 성공한 걸까요?
▲ '포탈 2' 인트로 (영상출처: 유튜브 CamSlice69 채널)
그러나 두 번째로 눈을 떴을 때 마주한 방은 살풍경하기 그지없습니다. 가구 배치는 그대로지만 표면 여기저기가 삭아버렸고, 조명도 꺼진데다 안내음성은 오류가 난 듯 “당신이 머문 지 999…9999…9…”라며 반복할 뿐이죠. 놀라기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AI ‘휘틀리’가 횡설수설하며 상황을 설명합니다. 사실 ‘첼’은 연구실 내 장기휴식실에 갇혀 무려 몇 세기를 잠들어 있었답니다. ‘글라도스’가 작동 정지하며 연구실이 방치된 탓에 오랜 세월 동안 수 만 명의 피실험자가 잠든 채로 죽었고, 그나마 ‘첼’은 제때 눈을 뜬 것이죠. ‘휘틀리’의 조작에 따라 방이 움직이며 벽이 무너져 외부가 드러나는데, 셀 수 없이 많은 트레일러가 겹겹이 쌓여 장관을 연출합니다.
▲ 수 세기 동안 잠자다 일어나니 곧바로 죽을 위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3위 갓 오브 워 3, 신과 거인이 격돌하는 신화적인 전장의 한복판
3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학무도 액션의 대명사 ‘갓 오브 워 3’입니다. 주인공 ‘크레토스’는 여느 게임 주인공과 달리 오직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며 악행도 서슴지 않는 무뢰한이에요. 1편에서 전쟁의 신 ‘아레스’를 처단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2편에서는 신들의 왕 ‘제우스’에게 배신당하고 피의 복수를 맹세하죠. 이윽고 삼부작의 종막 ‘갓 오브 워 3’에 이르러선 ‘가이아’를 위시한 ‘티탄’ 거인족을 이끌고 올림포스산 정상을 향해 대대적인 침공을 감행합니다. 이에 맞서 ‘제우스’ 또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 명계의 신 ‘하데스’, 태양의 신 ‘헬리오스’, 전령신 ‘헤르메스’, 대영웅 ‘헤라클레스’ 등 주요 전력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섭니다.
▲ '갓 오브 워 4' 인트로 (영상출처: 유튜브 HowBizarreIsThat 채널)
‘제우스’의 위엄 넘치는 연설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지막지한 ‘티탄’ 무리가 거침없이 올림포스산을 오릅니다. 그 선두에서 ‘가이아’를 타고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제우스’를 쏘아보는 ‘크레토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화적입니다. 그 유명한 “제우스, 당신의 아들이 돌아왔소! 올림포스를 파멸시키고야 말 것이오!”라는 일갈이 바로 여기서 나오죠. ‘포세이돈’은 거대한 물뱀 ‘레비아탄’을 소환해 ‘티탄’들을 추락시키는데, ‘가이아’의 거대한 몸을 전장 삼아 뛰어다니며 물뱀을 도륙해야 합니다. 천지가 요동치며 신과 거인이 격돌하는 현장을 좁쌀만한 ‘크레토스’로 전전하다 보면 압도적인 스케일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답니다.
▲ 신들의 전쟁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2위 바이오쇼크, 자유의지주의자의 꿈이 담긴 해저도시를 만나다
2위는 20세기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쇼크’입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비밀리에 건설된 해저도시 ‘랩처’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리고 있죠. 모든 이야기는 대서양 상공을 가르는 한 비행기에서 시작됩니다. 기내에 앉은 주인공 ‘잭’은 담배를 피우며 지갑 속 가족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죠. 그리고 이 순간을 회상하고 있을 먼 훗날의 그가 천천히 읊조립니다. “부모님은 늘 말씀하셨지. ‘아들아, 너는 특별하단다.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지’라고. 그거 알아? 그분들이 옳았어” 곧이어 사방이 어두워지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굉음이 들려옵니다. 시커먼 화면 너머에서 먹물이 번지듯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바이오쇼크’ 로고.
▲ '바이오쇼크' 인트로 (영상출처: 유튜브 AkN 채널)
‘잭’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심연을 향해 어지러이 가라앉는 잔해와 수면을 가득 메운 화마로 아비규환이 펼쳐졌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잭’은 저 멀리, 바다 한복판에 있을 리 없을 등대를 발견하죠. 가까이 다가가보니 고압적인 남자의 동상 아래 ‘신도 왕도 없다, 오직 인간 뿐’이라는 표어가 걸려있었어요. 마음을 가다듬고 등대 내부에 정박한 잠수정으로 들어가자, ‘랩처’의 창시자이자 자유의지주의자 ‘앤드루 라이언’의 선전 영상이 틀어집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노력한 대가를 받을 자격이 없는가?”라며 시작하는 일장 연설이 끝나고 “나는 선택했다, 랩처를...”이라고 말하는 순간, 잠수정 너머로 비춰지는 장대한 해저도시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하는 극적인 연출이었습니다.
▲ 대서양 아래 숨겨진 해저도시에서 대체 무슨 일이?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1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너무도 짧은 만남과 갑작스러운 헤어짐
1위는 PS3 황혼기에 등장해 뭇 게이머의 눈물샘을 자극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입니다. 정체불명의 살인 곰팡이가 창궐해 사회가 황폐화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로, 이런 장르로써는 이례적으로 아직 참상이 벌어지기 전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밤늦게 귀가한 주인공 ‘조엘’에게 어린 딸 ‘사라’는 ‘아직 생일이 20분 남았다’며 시계를 선물하고, ‘조엘’은 내심 기뻐하면서도 고장 난 것 아니냐고 장난을 치죠. 이에 질세라 ‘사라’도 아주 ‘하드코어’한 마약(…)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는 둥 농담을 날립니다. 짧은 대화 속에도 무뚝뚝하지만 헌신적인 아버지와 속 깊은 딸의 유대가 가슴에 와 닿는 훌륭한 연출이에요.
장면이 바뀌어, 곤히 잠들었던 ‘사라’가 작은아버지 ‘토미’의 전화 때문에 깨어납니다. ‘토미’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바꿔달라는 통에 ‘조엘’을 찾아나선 ‘사라’. 이 지점부터 플레이어가 직접 ‘사라’를 조작해 집안 곳곳을 둘러보게 됩니다. 즉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 조작하는 캐릭터가 ‘사라’에요.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다 마루에 나가면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조엘’이 나타나 폭동이 일어나 무력 진압이 시작됐다며 어서 차에 타라고 합니다. 살인 곰팡이가 퍼진 운명의 날이 다가온 것이죠.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인트로 (영상출처: 유튜브 Grant Voegtle 채널)
‘조엘’은 딸과 함께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추돌사고를 당하고, 끝내 군경의 무차별 사격에 ‘사라’를 잃고 맙니다. 출시 당시에는 패키지에 그려진 소녀 ‘엘리’가 ‘조엘’의 딸인 줄 오해한 플레이어가 많았던 터라 잔뜩 감정 이입한 ‘사라’가 사살당하는 전개는 충격 그 자체였죠. 심지어 어떤 이는 여기서 플레이를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감정의 울림이 절절했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도입부가 있었기에 변해버린 ‘조엘’의 모습과 ‘엘리’를 향한 복잡한 심경에 200% 공감할 수 있었고, 나아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불세출의 명작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 수많은 플레이어가 '조엘'과 함께 눈물 흘린 그 장면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013. 06. 14
- 플랫폼
- 비디오
- 장르
- 어드벤쳐
- 제작사
- 너티독
- 게임소개
-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언챠티드' 시리즈 개발사 너티독이 개발한 게임으로, 인류가 멸망한 후의 이야기를 다뤘다. 좀비나 타 생존자들의 위협을 해쳐나가는 '조엘'과 '엘리' 조엘과 엘리 부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자세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게임일정
2024년
12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인기게임순위
- 1 리그 오브 레전드
- 2 발로란트
- 3 FC 온라인
- 41 로스트아크
- 51 메이플스토리
- 62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7 서든어택
- 87 패스 오브 엑자일 2
- 9 메이플스토리 월드
- 102 오버워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