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컴퓨팅 시장의 이슈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8일에는 전 세계 애플 마니아들이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새 아이패드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아마 밤잠을 못 이루고 뉴스를 뒤져보던 분들도 적지 않았을 텐데 그 결과물을 두고는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새 아이패드에 대해 꼭 알아두면 좋을 부분들을 짚어보도록 할까요?
“뉴 아이패드, 이름 밋밋하다고? 알맹이는 싹!”
먼저 이름입니다. 당연히 아이패드 3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아이패드 2를 내놓을 때처럼 이름에 숫자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패드 2가 예외였지요. 애플은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그저 새로운(new)라는 수식어만을 붙입니다. 5.5세대까지 무려 7번 변신한 아이팟의 경우도 매년 ‘새 아이팟’이라고 해 왔던 것과 같지요. 이름이야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디자인만 빼고 알맹이는 싹 바뀐 아이폰 4s를 내놓았을 때 “5가 아니어서 실망했다” “아이폰 4의 가지치기 수준으로 새 제품이 아니다” 등의 볼멘 소리를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름은 중요한 것 같네요. 어쨌든 정식 이름은 ‘아이패드 3’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아이패드’입니다. 아마 내년 제품도 ‘아이패드’가 아닐까요?
<사진1> 새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기존 LCD보다 4배나 또렷합니다.
두 번째는 해상도입니다. 이번 아이패드는 화면 크기는 9.7인치 그대로지만 해상도는 종전 1024x768보다 네 배 높아진 2048x1536 픽셀입니다. 언뜻 두 배라고 헷갈릴 수 있는데 해상도는 픽셀의 개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4배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일단 네 배 더 많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지요. 애플은 이 화면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더 세밀한 화면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른바 레티나(retina, 망막)이라고 부르는 디스플레이입니다.인데 아이폰4, 4s 보다는 그 세밀함이 약간 덜하지만 이제껏 10인치대 디스플레이에 이런 해상도는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여러분이 흔히 쓰는 13인치 노트북의 LCD가 1366x768 해상도라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또렷할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사진2> 쿼드코어 그래픽 프로세서로 휴대용 게임기 못지 않은 성능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해상도가 높아지면 더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가 필요합니다. 애플은 A5X라는 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얹었습니다. 아이패드 2의 A5와 이름만으로는 비슷해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프로세서 자체 성능 외에 그래픽 성능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요즘 가장 성능 좋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계열의 SGX543MP4 쿼드코어 그래픽칩이 그대로 쓰였습니다. 4개의 GPU가 PC 그래픽카드의 SLI나 크로스파이어처럼 하나처럼 묶어서 높은 성능을 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게임 성능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A5X의 CPU는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듀얼코어입니다. 다만 화제가 됐던 LTE 4세대 통신망에 대해서는 국내 출시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통신망 주파수가 달라서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확실한 것은 와이파이 모델 뿐입니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 새 CPU 모바일 가능성 더해
인텔도 요즘 모바일 시장에 대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6일 인텔이 재미있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름 하여 ‘인텔 테크 투어’입니다. 인텔이 컴퓨팅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전과 그에 따른 기술, 그리고 실제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올해 컴퓨팅 시장에서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시를 눈앞에 둔 3세대 코어 프로세서입니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출시 전까지는 ‘아이비브릿지’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데 요 몇 년 새 1세대,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거쳐 오면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코어 프로세서의 또 다른 세대교체인 만큼 그 동안 큰 관심을 끌어 왔습니다. 이번에는 CPU의 기본 틀은 그대로 두고 제조 공정을 종전 32nm에서 22nm로 더 세밀하게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공정이 세밀해지면 전기는 더 적게 쓰고, 작동 속도를 올릴 수 있으며, 트랜지스터 하나하나가 더 작아지니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됩니다. 쌀알이 100개 들어가는 통 안에 좁쌀을 넣으면 훨씬 많은 낟알이 들어가게 되지요. 하지만 쌀과 좁쌀 한 톨이 각각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진3> 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터치 스크린, 윈도우 8이 들어간 데모용 울트라북입니다. 인텔이 울트라북의 미래에 대해 바라보는 바가 잘 녹아 있습니다.
실제로 3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게임과 동영상 처리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다이렉트 X 11 게임을 돌릴 수 있고 그 성능도 웬만한 그래픽카드를 뺨칩니다. 데모에서 돌린 H.A.W.X 2는 1920x1080 해상도에서도 웬만한 그래픽카드를 얹은 PC 수준으로 매끄럽게 돌아갔습니다. 이 정도라면 노트북에서도 게임하는 데 문제없을 듯합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인텔이 공식적으로 아이비브릿지를 3세대 코어 프로세서라고 처음 부른 것도 사건은 사건이네요.
“고성능 프로세서, 새로운 컴퓨팅 환경 위한 발판”
하지만 그 이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통합’입니다. 인텔은 윈도우 외의 운영체제를 깐 스마트폰, 태블릿이 울트라북과 유연하게 연결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페어 앤 쉐어(Pair & Share)가 있는데 이것은 각종 장치들 안에 들어있는 음악, 동영상, 사진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에 들어 있는 동영상을 울트라북 화면에서 재생한다거나 데스크톱 PC 속 사진을 갤럭시 노트에서 열어볼 수 있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OS나 플랫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화면 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마트폰과 울트라북은 아주 개인적인 장치입니다. 이 두 가지 장치가 연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면 노트북에 이를 알려주고 내용도 보여줍니다. 물론 노트북에서 답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스케줄, 알람 등 스마트폰이 내게 뭘 알려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노트북으로도 다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떤 장치를 쓰든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셈이지요.
<사진4> 곧 인텔의 태블릿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텔의 데모용 태블릿은 꽤 무거운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매끄럽게 돌릴만한 성능입니다.
이제 인텔은 단순히 CPU, PC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미래의 컴퓨팅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해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아이디어를 꺼내 놓고자 합니다. 오히려 이제는 이런 기술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강력한 성능의 CPU를 개발하고 있다고 봐야 할 지경입니다. 아직까지는 인텔이 직접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내놓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울트라북과 통합되고 울트라북이 윈도우 8과 궁합을 맞춘다면 된다면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겠지요. 올해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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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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