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대전격투게임의 제왕 ‘철권’이 장장 22년 만에 PC로 발매된다. 앞서 일본 현지에서 아케이드 가동을 개시한 ‘철권 7: 페이티드 레트리뷰션’이 2017년 초 PS4와 Xbox One, 그리고 PC로 이식될 예정이다. 이번 작에서는 4대에 걸쳐 피비린내 나는 반목을 이어온 ‘미시마’ 가문의 이야기가 완결되며, 그 과정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간판 캐릭터 ‘고우키’까지 참전해 화제를 모은다.
특히 PC 게이머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에선 ‘철권 7: 페이티드 레트리뷰션’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한국어화까지 확정돼 언어의 장벽도 없다. 과연 시리즈 최초 PC판 ‘철권’은 어떤 모습일까?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난 ‘철권의 아버지’ 하라다 가츠히로 프로듀서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자신의 '철권'을 내보인 반다이남코 하라다 가츠히로 프로듀서
22년 역사를 지닌 ‘철권’이 드디어 PC로 이식된다. PC 게이머는 대부분 키보드로 게임을 즐기는데, 조작이 이에 최적화됐나?
하라다 PD: 물론 PC판에서 키보드 조작을 버리고 갈 순 없다. 다만 ‘철권’은 본래 아케이드 기반이라 컨트롤러나 스틱에 최적화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키보드로도 손맛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지만, 솔직히 제대로 된 감각으로 ‘철권’을 즐기려면 컨트롤러가 좋지 싶다. 가령 레이싱게임은 핸들형 컨트롤러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처럼 장르마다 플레이에 적합한 기기가 있다고 본다.
특히 ‘킹’의 ‘자이언트 스윙’처럼 조이스틱에 조작에 최적화된 기술은 키보드로 쓰기가 난항일 듯 한데?
하라다 PD: 아무래도 스틱은 8방향을 자유롭게 오가기 때문에 키보드와 감각이 다르다. 하지만 키보드 쪽이 입력이 더 정확하여 편한 부분도 있다. 자신의 손에 맞도록 키 설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 스틱에 특화된 캐릭터를 키보드에 융화시키는 것이 관건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경쟁작 ‘스트리트 파이터 5’는 PC와 PS4 크로스 대전을 성사시켜 호평을 받았는데, ‘철권 7: 페이티드 레트리부션’은 관련 지원 계획이 없나?
하라다 PD: PC와 콘솔의 크로스 대전은 일장일단이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멀티플레이 유저층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PC는 콘솔에 비해 치트나 비인가 프로그램에 쉬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PS4 유저가 PC를 쓰는 상대의 부도덕한 행위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두 기기를 나눠서 생각하고 있다.
‘페이티드 레트리뷰션’만의 추가 캐릭터로 ‘고우키’가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제 ‘철권’에도 장풍계 캐릭터가 나올 물꼬를 튼 셈인가?
하라다 PD: 장풍은 아니지만 눈에서 빔을 쏘거나 그 비슷한 기술을 가진 캐릭터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장풍계를 의도적으로 넣지 말자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나는 늘 ‘철권’에 등장하는 무술의 폭을 넓히는데 관심이 많다.
▲ 모두를 놀라게 '고우키'의 '철권 7' 콜라보 참전 (사진제공: 공식 홈페이지)
최근 콘솔을 위한 추가 캐릭터로 ‘리 차오랑’이 공개되기도 했다. ‘철권’은 언제나 초월 이식으로 유명했는데 PC판을 위한 추가 캐릭터도 나올 수 있을까?
하라다 PD: 지금까지는 콘솔판을 위한 고유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PC판에도 팬들이 만족할만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전용 특전으로 배용준을 넣고 싶었는데 주위에서 말리더라(웃음). 한국 영화를 즐겨봐서 내심 송강호도 등장시키고 싶다.
향후에라도 유료 DLC 형태로 캐릭터를 추가할 생각은 없나?
하라다 PD: 그러려면 한 캐릭터 당 100만 엔(한화 약 1,100만 원)은 받아야…는 농담이다. 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료 DLC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DLC를 무료로 주게 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도 없이 추가 개발비가 나가게 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얼마 안가 패치와 같은 지원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그보다는 돈을 내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사후 지원을 받길 원하는 팬들을 보며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여담이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화폐에 0이 하나 더 많아서 DLC가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언젠가 한국에서 밥값을 계산하는데 3만 원을 3만 엔(한화 약 33만 원)으로 보고 “으아아아~”하며 기겁한 일이 있다.
▲ 한국 특전으로 영화배우 송강호가 나오면 좋겠다고 (사진출처; 영화 '밀정' 中)
이번 작에서 신규 참전한 캐릭터 중 누굴 가장 좋아하나?
하라다 PD: ‘럭키 클로에’를 가장 좋아한다. 사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노리고 만든 캐릭터였는데 되려 그쪽에서 심한 비판을 받아서, 나라도 좋아한다고 일부러 강조하는 중이다.
대망의 첫 PC 이식이 이루어졌으니, ‘철권 태크 토너먼트 2’와 같은 옛 명작들도 PC로 리마스터 판매하면 어떨까?
하라다 PD: 음, 생각보다 전작 리마스터에 대한 요청이 별로 없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신작 개발에 힘써달라는 팬들이 훨씬 많다. 아마도 2D와 3D의 차이인 것 같다. ‘길티기어’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같은 2D 게임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즐기는 이들이 많은 반면, 3D 게임은 다들 점점 더 나은 그래픽을 원하고 신작이 나왔을 때 자연스레 옮겨가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에는 ‘철권’ VR에 대한 소문도 들린다. PS VR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준비 중인 것이 있나?
하라다 PD: VR에 대해서는 여러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흔히 VR이면 1인칭일거라 지레 짐작하는데 격투게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형이나 누나에게 때려달라고 부탁해보면 알겠지만, 눈 앞에 주먹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철권’과 VR의 조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검토 중이다.
▲ '철권' VR 대응은 아직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벌써 몇 년 째 감감무소식인 ‘철권 vs 스트리트 파이터’는 개발 취소된 것인가?
하라다 PD: 취소는 절대 아니고, 실은 35% 정도 개발이 이루어진 상태다. 다만 이것을 언제 공개할지 고민 중이다. 이왕 이렇게까지 늦어졌으니 아예 모두가 잊어버렸을 즈음 발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철권’의 이야기가 완결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하라다 PD: 아, 7편을 마지막으로 ‘철권’을 완전히 끝낸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미시마’ 가문을 둘러싼 이야기의 완결이다. 벌써 20년을 이어온 작품인 만큼 팬들이 500만 엔(한화 약 5,500만 원)씩 내며 그만 만들라고 청원하지 않는 한 ‘철권’은 계속될 것이다.
2011년 선보인 CG 영화 ‘블러드 벤전스’는 평이 꽤 좋았는데, 이쯤에서 한 편 더 만들면 어떨까?
하라다 PD: 실제로 ‘철권’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를 만들자는 사업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팬들에게 제대로 된 결과물을 선보일 수만 있다면 미디어 믹스도 나쁘지 않다. 현재 개발진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것은 무리이고, 믿을만한 좋은 협력사가 나타나면 좋겠다.
▲ 원작 팬덤에게 호평 받은 CG 애니메이션 '블러드 벤전스'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철권’ 시리즈가 시작된 지 어느덧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 받는 비결이 무엇일까?
하라다 PD: 세계적으로 아케이드 시장은 꾸준히 축소되고 있고, 특히 대전격투게임은 오래 붙들고 있기 힘든 장르다. 그럼에도 ‘철권’은 그 짧은 순간 동안 집약적으로 짜릿하고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아닐까? 또한 시리즈 대대로 스토리와 세계관, 오프닝 영상에 많은 공을 들이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를 마련한 것도 캐주얼 유저가 부담 없이 입문하는 비결이라고 본다.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하라다 PD: 아, 기사 말미에 이 얘기를 꼭 적어주기 바란다. 한국의 ‘철권’ 팬 여러분, 부디 최고의 간장게장 맛집 추천해주기 바란다. 보통은 서울에 머물게 되니 가능하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면 좋겠다. 일전에 굉장히 추천 받은 집에 다녀와서 현지 택지 기사에게 자랑을 했는데 “겨우 그 정도냐”라는 반응이 되돌아와서 상처를 받았다. 이번에는 꼭 누구에게라도 부러움을 살만한 진짜 맛집으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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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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