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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용사 노릇 못 해먹겠다! ‘권악징선’ 게임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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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여러 매체를 보다 보면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이 참 많이 나옵니다. 정치권 모럴해저드, 공무원 모럴해저드, 엘리트 모럴해저드, 금융권 모럴해저드, 기성세대 모럴해저드, 청소년 모럴해저드, 그리고 슬프게도(?) 게임업계 모럴해저드까지. 그야말로 사회 전체가 모럴해저드에 포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는 ‘선’하게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범죄를 일삼으면서도 떵떵거리는 이들을 보면 자유, 평등, 박애 같은 오래된 가치들이 빛바래고 말죠. 그러나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부터가 주위에 작은 친절을 베풀고 서로서로 온기를 나눠야지 않을까요? …뭐, 현실에서는 말이죠. 게임에는 도덕 교과서대로 살지 않아도 되는 세계도 있답니다.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대리만족하는 것이야말로 게임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입니다. 온갖 악행을 일삼아 재물을 모으고, 어깨 떡 벌어진 괴물들을 보디가드로 부리며, 기분 나쁜 영웅 녀석을 붙잡아 고문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단! 게임에서만 말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여러분께 권하는 ‘권악징선’ 게임 TOP5입니다.

5위 오버로드, 악당보다 더 사악한 영웅에 맞서는 카리스마 ‘마왕’


▲ 충성스러운 미니언을 앞세워 마을을 약탈하고 영웅들을 쓰러트려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가장 먼저 트라이엄프 스튜디오가 만든 액션 어드벤처 ‘오버로드’입니다. 괴물 군단을 이끄는 악의 제왕이 이런 기분이구나 살짝 맛볼 수 있는 게임이죠. 주인공 ‘오버로드’는 위협적인 철갑에 투구 사이로 눈빛이 이글거리는 마왕입니다. 그의 목적은 충성스러운 ‘미니언’들을 이끌고 전대 ‘오버로드’를 쓰러트린 7명의 영웅을 찾아내 파멸시키는 것이죠. 겸사겸사 왕국도 좀 박살내고요.

재미있는 점은 전체적인 전개가 일반적인 영웅물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분명 주인공이 마왕이긴 한데, 실상은 영웅이란 놈들이 되려 악당에 가깝습니다. 탐욕스럽게 백성을 쥐어짜는 난쟁이부터 색욕을 푸느라 정신 없는 성기사, 선민사상에 찌든 요정까지… 7영웅은 성경에서 말하는 7대 죄악에 그대로 대응되죠. 이쯤 되면 대체 누가 마왕인지 모르겠습니다.

4위 이블 지니어스, 제임스 본드를 상어 밥으로 만들고픈 사악한 ‘천재’


▲ 007은 007인데 제임스 본드를 저세상 보내야 엔딩이 나오는 007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마왕이 좀 현실과 멀게 느껴진다면 엘릭서 스튜디오에서 만든 전략게임 ‘이블 지니어스’를 추천합니다. 제목처럼 사악한 천재가 되어 비밀기지를 건설하고 겁도 없이 기어들어온 첩보원을 처리하며 세계 정복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거죠. 연구에 특화된 대머리 과학자 ‘맥스’, 조직 운영이 뛰어난 미모의 ‘알렉시스’, 그리고 첩보원 제거 전문인 동양인 ‘셴 유’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아무리 똑똑한 악당이라도 몸 쓸 사람은 따로 필요하죠.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경비병을 배치해야 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거금을 들여 방비를 해놓아도 ‘슈퍼 에이전트’가 침입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는 거죠. 병풍만도 못한 부하들을 보며 멘탈이 터져나가는 영화 속 악당의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비키니 미녀와 하얀 정장의 신사처럼 70년대 첩보물을 패러디한 ‘슈퍼 에이전트’의 모습도 소소한 볼거리입니다.

3위 둥지 짓는 드래곤, 어떤 침입자라도 개심시키는 신사 ‘드래곤’


▲ 왼쪽부터 공주, 용살자, 기사. 전부 열심히 노력(?)해서 개심시킬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 코너에서 에로게임을 다루는 날이 다 오네요. 소프트하우스 캐러의 어드벤처게임 ‘둥지 짓는 드래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강대한 고대룡과 약혼하게 된 미남 드래곤 ‘블러드 라인’이 살아남기 위해(…) 신혼집이 될 던전을 꾸리는 내용이죠. 일단 주인공 자체는 그렇게까지 악독한 인물은 아니지만 드래곤이라는 입장상 인간 영웅들과 갖은 마찰을 빚게 됩니다. 무엇보다 에로게임이다 보니 영웅을 잡아다가 죽이지 않고… 흠, 흠.

사실 에로게임이라 해도 던전을 건설하고 병력을 배치하는 콘텐츠는 꽤나 충실한 편입니다. 여기서 백미는 감옥을 만들어 놓고 침입자들을 포로로 잡아서… ㄱ, 개심시키는 것이죠. 왕국 기사부터 보물을 훔치러 온 도적, 신을 모시는 승려, 심지어 용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용살자까지도 플레이어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아군이 되어줍니다. 아, 물론 드래곤하면 빠질 수 없는 공주님도 주요 히로인 중 한 명이니 서둘러 납ㅊ… 초대하기 바랍니다.

2위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무능력한 마왕을 먹여 살리는 보모 ‘파괴신’


▲ 파괴신 없었으면 도대체 어쩌려고 했는지 답이 없는 무능 마왕을 보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음은 소니의 레트로풍 전략게임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입니다. 이번에는 마왕이 소환한 파괴신이 되어 함께 악의 세력을 키워야 하죠. 파괴신이라니 대단해 보이지만 그냥 온갖 허드렛일 도맡아 하는 하인입니다. 이건 뭐 거의 램프의 지니 수준이에요. 정작 마왕은 겉만 번지르르해서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데, 용사를 만나면 그냥 무기력하게 잡혀갈 정도죠. 대체 파괴신은 어떻게 소환했을까요?

어쨌든 아무런 쓸모가 없는 마왕을 지키기 위해 파괴신의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열심히 땅 파서 던전 형태를 갖추고 용사들을 격퇴할 괴물들을 육성하죠.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괴물간 먹이사슬이 구현돼 있어서 약하고 작은 녀석을 이용해 점차 강력한 종을 길러낼 수 있답니다. 이따금씩 쳐들어오는 용사는 죄다 패러디 캐릭터라 실소를 자아내는데요. 특히 최강의 용사 이름은 아예 ‘ああああ’입니다. 저도 어릴 때 ‘AAAA’로 이름을 짓곤 했죠.
 
1위 던전 키퍼, 침입자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전문 경영인 ‘수호자’


▲ 던전 경영류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 '던전 키퍼', 혼드 리퍼의 포스를 보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끝으로 1위는 전설적인 개발자 피터 몰리뉴가 만든 ‘던전키퍼’입니다. ‘악당이 기지를 건설해 영웅의 진격을 막는’ 게임은 모두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보물과 영광을 쫓는 침입자들을 상대로 던전의 수호자(Keeper)는 흉악한 괴물과 온갖 기상천외한 함정을 배치합니다. 붙잡힌 적은 ‘둥지 짓는 드래곤’처럼 엄한(…) 방식이 아니라 끔찍한 고문으로 변절시키죠.

후에 나온 게임들이 여러모로 시스템 간소화를 꾀한 데 비해 ‘던전 키퍼’는 수호자가 신경 써야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던전 확장에 필수적인 ‘임프’부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혼드 리퍼’까지 각양각색의 괴물을 훈련하고 급료도 챙겨주고 저마다 입맛에 맞는 편의시설도 마련해줘야 하죠. 전투 또한 부하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휘도 하고 마법도 써줘야 해요. 돌이켜보면 상당히 불친절한 게임이지만, 이런 고난이도야 말로 ‘던전 키퍼’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던전 키퍼’ 신작이 나와 다시 한번 악의 세계를 호령하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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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어드벤쳐
제작사
게임소개
Triumph Studio에서 악마들을 수족으로 거느리며 세계 제패를 노리는 악마 군주의 이야기, 오버로드(Overload)를 선보였다. 게이머가 절대 악이 되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오버로드’는 수년 전 피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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