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Virtual Reality)이 PC 시장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텍스2016에 참가한 엔비디아와 인텔 등 칩셋 제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PC 제조사도 VR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AMD 역시 마찬가지. AMD는 대만 웨스틴 타이페이 호텔에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VR 솔루션을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라자 코두리(Raja Koduri) 부사장은 불만부터 토로했다. 지금 VR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한 그래픽카드는 너무 비싸다는 것. 전 세계에 14억 3,000만 개의 PC가 있지만 VR을 구동시킬 수 있는 PC는 1,300만 대뿐이다. 고작 1% 수준. 그나마 고사양 PC를 갖추고 있다는 게이머들조차 300달러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구입하는 건 16%밖에 안된다. 나머지 84%는 주로 100~300달러짜리 그래픽카드를 갖추는 게 현실.
코두리 부사장은 "VR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저전력으로 고성능을 내면서 가격이 저렴한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개한 것이 라데온 RX 시리즈.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만든 폴라리스 아키텍처 그래픽카드다. VR이 가능한 프리미엄 PC 그래픽카드로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일단 가격. 라데온 RX480의 경우 199달러다. 오늘(6월 1일) 환율로 계산하면 23만 7,000원 정도. 엔비디아 GTX1080이 699달러였으니 1/3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면 성능은? AMD에 따르면 500달러 이상의 그래픽카드만큼의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14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와트당 성능을 1.7배 올렸고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해 2.8배 더 끌어올렸다는 것.
▲ AMD 라디온 RX480 그래픽카드를 적용한 시스템. 부드러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윈도우10 운영체제와 16GB DDR4 메모리, 2TB/8GB SSHD, 128GB SSD를 담았다.
덕분에 게이밍 성능도 좋아졌다. 다이렉트X 12는 물론 GPU오픈, 벌칸 등을 지원해 디비전, 파크라이 등의 고성능 게임을 더욱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물론 멀티GPU도 지원한다.
5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내며 36개의 CU, 256비트레이트와 256GB/s 메모리 대역폭, 4/8GB GDDR5 메모리, 프리싱크를 지원하며 전력은 고작 150W 수준이다. 뒷면에는 디스플레이포트도 달았다.
코두리 부사장은 발표 도중 갑자기 “700달러 솔루션으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가(What else can you do with a 700$ solution?)"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성능으로 부드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답했다. 눈치챘겠지만 엔비디아 GTX1080 이야기다. 그보다 더 적은 돈으로도 비슷한 성능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어서 코두리 부사장은 한 장의 표를 제시하고 발표를 마쳤다. 엔비디아 GTX1080과 라데온 RX480 두 개의 성능을 비교한 것. RX480이 GTX1080보다 더 높은 프레임 레이트를 기록했다. 심지어 절반 수준의 GPU 점유율로. 물론 RX480 두 개를 합친 것이지만 그래도 가격은 200달러 이상 싸다.
AMD가 밝힌 RX 시리즈의 정식 출시일은 6월 29일.
코두리 부사장이 머리 위로 들어 올린 RX480만큼 자신감이 느껴지는 발표였다. 지금까지 컴퓨텍스에서 만난 AMD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AMD 기자간담회를 즐겼다. 엔비디아를 대놓고 비꼬는 여유도 오랜만이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시덥지 않게 보이는 건 그들의 말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의 VR 그래픽카드가 벌써 나온 것 때문이리라. 물론 실제로 제품이 나오고 테스트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어쨌든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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