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가장 최근에 서점에 들러본 적이 언제인가? 온라인 서점의 발달로 최근에는 서점에 들러본 기억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이들이 많을 듯싶다. 서점에서 가장 먼저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 곳으로 잡지코너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린이, 만화부터 무거운 주제의 시사, 전문잡지까지, 우리나라에는 2015년 기준 무려 7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잡지가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외국잡지까지 더하면 그 가짓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잡지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기자, 풍성한 읽을거리를 만드는 취재기자들의 정성과 편집기자의 아이디어와 교정기자의 꼼꼼함을 거쳐야 제대로 된 잡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 실제 잡지로 만드는 것이 바로 잡지 디자이너다.
<생김새로는 전혀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잡지 디자이너 김승대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승대 실장은 기술전문잡지를 만드는 주식회사 첨단의 디자인 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월간 자동화 기술, 전기기술, 전자기술, 신제품 신기술 등 무려 7개의 전문 잡지 디자인을 총괄한다. 참고로 컴퓨터 관련 책으로 잘 알려진 성안당 역시 첨단의 자회사다.
김승대 실장과 잡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승대 실장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책을 만드는 길을 쭉 걸어온 말 그대로 정통파 북 디자이너. 꾸준한 노력 끝에 실력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에 스카우트되기도 했고, 아예 다양한 책을 만드는 북 디자인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단다. 한마디로 북 디자인 한 우물을 파온 셈. 그러다가 거래하던 출판사들의 부도로 인해 운영하던 북 디자인 사무실을 접어야 했을 때를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북 디자인, 잡지 디자인의 환경에 대한 질문에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시작했다. 보통 책은 원고와 사진, 광고 등이 모이면 이를 하나의 통일된 양식으로 하는 디자인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만들어진 디자인을 실제로 한 번 인쇄하면서 오탈자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최종 확인되면 책 그러니까 종이에 인쇄할 수 있는 판형을 만들었다. 보통 필름에 인쇄한 상태에서 윤전기에 필름을 걸어 책을 인쇄하는데 꼭 필름을 걸고 나면 오탈자가 보이거나 출판사 측의 갑작스러운 요구사항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단다. 너무 시간이 없을 때는 필름에 직접 칼과 테이프를 들고 수정하는 응급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는 것. 이제는 모두 추억의 산물이란다.
그는 사용하고 있는 하드웨어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먼저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맥과 QuarkXpress로 쓰던 환경이 최근에는 윈도와 인디자인으로 바뀐 곳이 많다는 것이었다. 쿼크가 선보인 이래로, 사실상 기존의 출판환경을 이른바 전자출판으로 바꾼 일등공신이 바로 쿼크였기 때문. 물론 아직도 많은 출판사에서 애용되고 있지만, 김승대 실장은 첨단에 입사한 3년여 전에 확 시스템을 바꿨단다. 당시에는 첨단 역시 쿼크로 잡지를 만들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노후화되어 맥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으로 조립PC와 인디자인으로 변화를 준 것.
어도비에서 선보인 인디자인은 처음에는 느려터진 속도와 상대적으로 많은 기능적인 제약 등으로 인기가 적었지만, 윈도와 맥을 자유롭게 호환이 되고, 무엇보다 PDF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결정적 차이점으로 꼽았다. 첨단의 경우 최종 버전을 아예 PDF로 만들어 인쇄소에 보내면, 인쇄소에서는 다시 인쇄기계에 맞는 컨버튼 작업을 거쳐 다시 한 번 교정본을 보내오고, 최종 확인(컨펌)이 되면 기계에 걸어 잡지를 인쇄하는 식이란다. 덕분에 맥과 QuarkXpress를 쓸 때, 약 100페이지 분량의 잡지를 만드는데 거의 한 달이 꼬박 소요되었다면, 윈도 기반의 인디자인에서는 비슷한 분량을 약 10일이면 해치울 수 있어, 생산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첨단의 경우 PDF 버전으로 전자잡지와 eDM서비스도 같이 진행하고 있어, 이런 부수적인 작업까지 생각하면 굳이 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김승대 실장의 PC 사양은 생각보다는 그리 높지 않았다. CPU는 인텔 코어 i5-4690을 장착했으며, 기본 쿨러이다. 연말쯤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쓰는데 큰 불편함은 없단다. 메인보드는 ASUS H81M-K다. 메모리는 DDR3 PC3-12800 8GB 모듈을 하나 달아 두었다.
그래픽카드는 디자이너의 PC에서 CPU만큼이나 중요하단다. PDF를 비롯한 다양한 이미지를 처리하는데 단지 CPU 성능은 물론, 그래픽카드에서 처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김승대 실장의 PC에는 기가바이트 GTX960을 달았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 강력한 성능을 담은 제품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옵티무스 프라임 K500이다. 이름처럼 조용하면서도 무난한 전원공급장치. 케이스는 마이크로닉스 엘레나 미니 USB 3.0이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출력물과 모니터 두 대까지 올려두어야 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최소한 공간을 줄여야 할 때 추천할만한 모델이다.
전반적으로 대단한 사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승대 실장은 “인디자인은 분명히 어도비의 제품답게 컴퓨터 사양, 특히 강력한 CPU와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보다는 SSD나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다시 한 번 저장해두고, 백업은 물론 NAS를 통한 데이터 백업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백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첨단은 최소 3개월 분량의 디자인 작업물은 항상 보관하고 있으며, 그 이전의 버전은 NAS를 이용하거나 외장 하드를 통해서도 이중, 삼중으로 백업하고 있었다. 백업의 중요성에 대해, 실은 그 역시 예전에 몇 번 이른바 데이터를 날려먹은 이야기를 했다. 단행본의 경우 MS워드나 아래한글로도 만들 수 있어 상대적으로 파일 크기도 작고 백업도 쉽지만, 잡지 디자인의 경우 비교적 고용량 이미지를 다루는 작업인 탓에 백업을 잊기 쉽고, 항상 그럴 때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진다며 거듭 백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승대 씨의 잡지 디자인용 PC 사양 |
|
CPU |
인텔 코어i5-4세대 4690 하스웰 리프레시 |
메인보드 |
ASUS H81M-K |
RAM |
삼성전자 DDR3 8G PC3-12800 |
그래픽카드 |
GIGABYTE GeForce GTX960 |
저장장치 |
삼성전자 850 Pro 256GB |
케이스 |
마이크로닉스 Elena Mini USB 3.0 |
파워 서플라이 |
ENERGY OPTIMUS PRIME K500 EXTREAM |
인터뷰가 끝나갈 쯤 이르러서야 북 디자인, 잡지 디자인의 매력을 물어볼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전공 역시 디자인을 했다가 우연히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만, 자신의 손길이 담긴 이미지작업을 거쳐 책이나 잡지가 나오는 모습은 여전히 떨림이 있는 작업이란다. 한 편으로는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다른 한 편으로는 무사히 끝났다는, 도 다른 한 편으로는 혹시나 잘못된 것은 없을까하는….
김승대 실장은 앞으로 잡지디자인은 점점 더 쉽고 간결하며 PDF 같은 전자포맷을 지원하는 표준과 플랫폼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많은 출판사와 북디자인 사무실들이 맥과 쿼크를 고집하는 이유가 효율성이나 성능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용과 과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첨단 시대, 최신 정보를 다루는 전문잡지라면 그 내용은 물론 형식과 제작과정에도 최신 기술을 적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결국 옳다는 설명이었다.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잡지. 비록 2,000여 년 전 종이가 발명된 이래 종이 인쇄를 고집하고 있지만, 그리고 점점 줄어들고는 있지만, 전자책, 전자잡지와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새롭고 발전하는 모습을 김승대 실장은 꿈꾸고 있었다.
테크니컬라이터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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