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 시장은 DIY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사용자가 직접 자기가 쓸 PC의 제원을 정하고,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주요 부품을 비롯해 저장장치, 전원공급장치 등 모두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으로 꾸밀 수 있다. 특히 이런 DIY PC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제품이 바로 ‘PC 케이스’다.
특히 PC 케이스는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286, 386 시절에는 그 모양새가 대동소이했다. 단순히 PC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부품을 보호하기 위한 ‘박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PC는 아이보리색에 단순한 직사각형 일색이었고 그 것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486, 586 시기부터 PC 케이스는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걷는다. ‘PC 본체는 모니터 아래’라는 고정관념을 깬 데스크톱의 등장이 바로 그 변화의 시작이다. 데스크톱이 등장하면서 PC 본체는 모니터의 아래가 아닌, 좀 더 유동적인 활용을 보인다. 책상 아래 놓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모니터의 뒤로 놓거나 책상 끝에 두고 책꽂이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데스크톱이 등장하면서 PC 케이스에도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지만 직각이 아닌 곡선을 넣는다던지, 도어형 데스크톱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천천히 변모해 온 PC 케이스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개성을 담은 튜닝 PC 케이스도 어렵잖게 접할 수 있게 됐다.
PC 케이스는 시스템의 생김새와 용도, 그리고 전체적인 냉각 기능까지 담당하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미니 ITX부터 ATX까지 방대한 제품군을 통해 사용자 환경에 맞춘 PC 케이스를 골라 자신만의 시스템을 꾸밀 수 있게 됐다. 현재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바로 PC 케이스의 전성시대다.
◈ 최초의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까지, 그 모양새는 어땠을까
◆ 초창기 전자식 컴퓨터
최초의 컴퓨터는 전쟁을 계기로 탄생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공학자 콘라트 추제가 1936년 전자식 계산기, 즉 전자계산기 개발에 착수 했으며, 1938년 2진법으로 작동하는 Z1을 완성시킨다. 그러나 정밀한 계산에는 오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뒤를 이어 영국에서 독일의 암호화 통신을 해독하기 위해 막스 뉴먼 교수의 연구팀이 콜로서스(Colossus) 1호를 설계, 1943년에 제작된다. 현대식 전자 컴퓨터로는 콜로서스 1호가 최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다. 흔히 최초의 컴퓨터라 많이 알려진 ‘에니악(Eniac)’은 1946년 미국 팬실베니아 대학의 모클리와 에커트에 의해 제작됐다. 현재의 PC가 2진법을 쓰는 데 비해 에니악은 10진법으로 작동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한 초기 전자식 계산기(좌 Z1 / 우 콜로서스 1호)
이런 초창기 계산기는 한 대가 마치 지금의 웬만한 대학 서버실 만큼이나 큰 위용을 자랑한다. 하나의 컴퓨터를 운용하는 데만 해도 여러 명의 전문 인력이 달라붙어야 가능했다. 또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케이스라는 제품의 정립이 되기 이전인 시기다.
▲ 저장장치의 개념이 도입된 애드삭, PC 케이스가 아니라 캐비넷이라 불러도 무색할만큼의 위용을 자랑한다
최초의 컴퓨터는 아니지만 에니악을 기점으로 많은 컴퓨터가 등장한다. 에니악은 프로그램을 바꿀 때 기판과 배선을 일일이 교체해야 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1945년 존 폰 노이만이 내장 프로그래밍 방식을 제안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1949년 에드삭(EDSAC)을 개발하며 세계 최초로 프로그램 내장 방식 컴퓨터로 기록된다. 뒤를 이어 미국에서 1952년 폰 노이만이 자신이 제안했던 프로그램 내장 컴퓨터 에드박(EDVAC)을 만들었다. 에드삭과 에드박을 기점으로 저장장치가 등장했다.
◆ 개인용 컴퓨터(PC)의 등장
이렇게 컴퓨터는 빠르게 발전하며 제1세대 진공관, 제2세대 트랜지스터, 제3세대 IC, 제4세대 LSI(Large Scale Integration, 집적회로)를 거치며 점점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높여간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해 1974년 에드 로버츠가 최초의 상업용 개인 컴퓨터인 엘테어 8800(Altair 8800)을 출시했다. PC의 첫 등장이다.
▲ 지금 PC의 시초가 된 엘테어 8800과 애플I, PC 케이스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엘테어 8800은 토글 스위치로 코드를 입력하면 불빛을 부호로 출력하기 때문에 해독 능력도 함께 갖춰야하기 때문에 지금의 PC와는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후 현재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론 웨인,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집 차고에서 만든 컴퓨터 ‘애플I’을 선보였다.
◆ 지금의 PC 케이스가 정립되기 시작한 16비트 PC
▲ 현재 PC의 원형이 된 IBM PC
1981년 현재 PC의 원형이 된 IBM PC가 등장했다. 인텔 x86 16비트 CPU와 MS-DOS 기반으로 운용된 IBM PC는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치며 사실상 PC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IBM PC는 플로피 디스크와 자기 테이프 드라이브를 선택해 결합할 수 있게 설계되어 현재 PC 케이스의 기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마우스가 주변기기로 등장했으며 32비트 시대로 넘어가면서 PC 케이스가 비로소 PC 부품으로 분류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지금처럼 개성을 담는 아이템이 아닌, 단순히 PC 부품을 결속, 고정하는 데만 그치고 있는 시기다. 또 아직까지 ‘PC 케이스’가 부품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때이기도 하다.
▲ PC 케이스는 DIY 시장이 커지면서 부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286과 386을 넘어 486으로 접어들며 DIY 컴퓨터 시장이 활성화 됐다. 더불어 모니터 아래 베이스 타입이 아닌 데스크톱형 PC 케이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직접 자신이 쓸 시스템의 CPU 등 주요 부품 뿐 아니라 PC 케이스 역시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 그럼에도 완제품 PC의 가격에 비해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DIY PC 시장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펜티엄 시대를 지나면서 ‘전원공급장치 PC 케이스’ 세트로 판매되던 제품들이 각각 분리되며 PC 케이스는 좀 더 고급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비로소 지금 판매되는 PC 케이스의 기틀이 되기 시작한 시기다. 이렇게 완전히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PC 케이스는 점점 고급화, 상향평준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 PC 환경에 맞춰 변모하는 PC 케이스
이렇게 PC는 성능과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보조 저장장치도 함께 탄생하거나 사라졌다. PC 케이스 역시 이에 맞춰 변모했으며, 지금에서는 ODD(Optical Disc Drive)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가장 많이 쓰였던 보조 저장장치 FDD
일반 사용자들이 가장 익숙한 보조 저자장장치가 바로 FDD(Floppy Disk Drive)다. FDD 전성기 때의 PC 케이스에는 꼭 FDD용 베이가 마련되어 있었다. 5.25형 FDD가 많이 쓰이다 이후 더 작은 3.5형 FDD가 출시됐다.
FDD 역시 발전을 거듭하며 장당 1.44MB를 저장할 수 있었으며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가장 간편하게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보조 저장장치였다. 이후 2.88메가까지 확장된 FDD가 출시됐지만 크게 쓰이지는 않았다. FDD는 과거, 지금의 USB 메모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지만 콘텐츠가 점점 고용량화되면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보조 저장장치가 됐다.
▲ 흔히 FDD의 100배 용량을 담을 수 있다고 광고했던 집 드라이브
FDD의 용량에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던 시절 집 드라이브(Zip Drive)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FDD와 동일한 자기 기록 방식이었지만 장당 무려 100MB의 데이터를 소화했다. 일부 기업에서 사무용으로 많이 쓰였으며,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는 다소 부담이 됐던 저장장치다. 외장형과 내장형 두 가지 타입으로 출시됐지만, 대부분 외장형 모델을 선호했다. 집 드라이브는 자리를 잡기도 전에 CD(Compact disk)에 자리를 내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CD부터 DVD, 블루레이로 꾸준히 이어져온 ODD
5.25형 FDD가 3.5형으로 바뀌며 5.25형 드라이브의 바통을 넘겨받은 ODD(Optical Disk Drive)는 초기에는 ‘CD롬’이라고 불렸다. 장당 650MB를 담을 수 있는 CD는 PC의 보조 저장장치부터 음악, 영화, 게임 산업까지 두루 쓰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ODD는 레코딩이 가능한 RW 방식 제품이 출시되면서 많은 이들이 애용했다. 이후 4.7GB를 담을 수 있는 DVD 규격이 등장해 보조 저장장치의 명맥을 이어왔으며, 최근 최대 47GB(듀얼레이어)를 기록할 수 있는 블루레이 규격 레코더가 선보이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기 테이프를 비롯해 여러 규격의 저장장치가 있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많이 쓰였던 규격으로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PC 케이스 역시 이에 맞게 최근에는 FDD를 달 수 있는 외부 3.5형 베이를 갖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사용자가 많이 쓰였던 보조 저장장치에 따라 PC 케이스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쳐 현재는 ODD를 달 수 있는 5.25형 외부 베이만이 남아 있다.
◈ PC 케이스 춘추전국 시대
하나의 PC 부품으로 인정된 PC 케이스는 서서히 변모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기술의 발전은 PC의 소형화를 이뤘고, 현재는 작은 미니PC부터 베어본, 데스크톱, 빅타워까지 다양한 크기의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PC 케이스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고급형 튜닝 케이스에나 쓰였던 아크릴 소재를 전폭적으로 채택한 PC 케이스도 있을 정도다.
▲ 전면과 측면 아크릴 소재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 마이크로닉스 프론티어 아크 3000
▲ 사각형이 아닌 원통형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아이매직의 ITX PC 케이스 PI
이렇게 아크릴 소재를 써서 특징을 준 제품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직사각형 박스가 아닌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제품도 어렵잖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바꿔 말하자면 사용자는 더욱 다양한 모양과 기능의 PC를 꾸밀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PC 케이스 역시 상향평준화되어 낮은 가격에도 충분히 높은 퀄리티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1만 원대 미만의 제품이라도 가격에 비해 뛰어난 마감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도 있다. 사용자의 개성을 담는 PC 케이스는 이제 시스템을 만드는 이들에게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의 디자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 기성품은 싫다, 나만의 시스템을 위한 색다른 PC 튜닝
요즘의 튜닝은 예전과는 그 목적 자체가 달라졌다. 물론 더 좋은 냉각 시스템을 달았으면 오버클럭을 통해 성능 향상을 꾀하기도 한다. 예전의 PC 튜닝이 오버클럭에 치중된 성능 향상을 위한 작업이었다면, 요즘의 튜닝은 수랭 쿨러, LED,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로 PC 케이스의 차별화를 위한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 현재 튜닝은 성능보다 PC 케이스에 디자인적인 요소로 차별화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렇게 PC 케이스가 시스템의 개성을 살려주는 제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튜닝 PC에 관심을 가지는 사용자도 많아졌다. 때문에 더욱 독특한 디자인의 하나뿐인 시스템을 만들기가 용이해졌다. 또 직접 손이 많이 가는 튜닝 작업을 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의 PC 튜닝을 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용자가 ‘나만의 PC’를 원하면서 새로운 튜닝 바람이 조용히 불어오는 중이다.
◈ 격상된 PC 케이스의 위치
PC 케이스는 앞서 언급했지만 시스템을 꾸밀 때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제품이다. PC 케이스를 열고 메인보드를 안착시킨 후 각종 주요 부품을 자리에 맞게 고정한다. 모든 조립이 완료되면 마무리로 PC 케이스를 닫는다. 이렇게 PC 케이스는 모든 주요 부품을 보호하면서도 냉각 시스템까지 갖춰 시스템의 안정성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도 함께 담당한다. 때문에 안정적인 시스템을 꾸미려는 이들이라면 PC 케이스의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 시간이 갈수록 PC 케이스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튜닝 PC 케이스가 아니다, 기성품 트랜스포밍 케이스 인윈 H타워)
이렇게 자신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더욱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PC 케이스가 출시되고 있다. 고급형 제품 중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를 압도하는 제품도 속속 출시되는 추세다. 이제 PC 케이스 시장도 ‘차별화’라는 특별함이 없다면 사용자에게 외면 받는다.
초창기 전자식 계산기부터 이어져온 PC 케이스는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 사용자가 PC 케이스를 대하는 자세 역시 달라지고 있으며, 이런 기대에 부응할 만한 제품도 여럿 보인다. 다만 언제나 문제는 가격이다.
다음에는 PC 케이스의 종류는 어떻게 되며 눈에 띄는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신의 환경에 맞는 PC 제원을 생각해 뒀다면 어떤 규격의 메인보드를 쓸 것인지, 또 어느 정도 크기의 PC 케이스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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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맞춤형 PC의 첫걸음, 어떤 PC 케이스가 좋을까?
3. 특별한 소재의 PC 케이스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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