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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해커의 `공공재`가 된 대한민국의 주민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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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한국인 생성기? 중국발 해킹 쓰나미 게임업계 덮친다

필자는 최근 머리를 다듬기 위해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필자를 놀라게 한 점은 머리 스타일도,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기술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회원카드를 생성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 점이죠. 개인정보유출이 이슈화된 지금, 필자는 개인정보 제공이 만연한 현실을 미용실에서 실감했습니다.

국내 대규모 MMORPG가 CBT를 앞두고 있는 와중, 예기치 못한 ‘개인정보유출사태’가 불거지고 말았습니다. 사건 발생지는 중국으로 회원확보를 목적으로 게임 전문 웹진 및 커뮤니티가 국내 온라인게임 사이트에 정상적으로 가입 가능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신종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배포하고, 상세한 가이드까지 제공하여 개인정보 도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최근 대거 해킹 사태에 휘말린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입한 바 있는 필자는 ‘과연 나의 개인정보는 안전할까’라는 생각에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 나의 개인정보로 생성된 계정으로 정체 모를 누군가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매우 꺼림칙할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피해가 실체화되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기에 피해자들은 2차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가 높습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 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규에는 다른 정책 집행에 ‘개인정보’가 필요할 시, 일부적으로 이를 용인한다는 예외조항이 붙어있습니다.

예외조항 중 예로 들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입니다. 온라인게임에 적용될 셧다운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이트에 방문한 유저의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즉,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포함한 전 온라인게임에 대해 현재도 실시 중인 ‘본인인증’은 물론 ‘성인인증’까지 해야 셧다운제 실시 대상인 16세 이하 청소년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정보 제공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정책이 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주민등록번호 수집 철폐는 ‘알맹이’ 없이 ‘명분’만 남은 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게임메카 독자 분들의 의견은 어떨까요? ID genie8님은 “세상에 어느 나라도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와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게 왜 시작된 지 아는가? 다 홈페이지 주인들이 나중에 고객정보를 팔아먹기 위해서다…(중략)…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법으로 요구할 수 없게 만든다. 가입할 땐 계정하고 e메일하고 비번만 치면 된다.결제 할 땐 카드 번호만 적고 인증만 받으면 된다”라며 상당히 강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ID judgement님은 “이미 중국발 해킹은 이루어 지고 있다. 게임사들도 쉬쉬해서 그렇지 엄청난 해킹이 이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안유지도 못하는 사이트에서 뭔 놈의 개인정보를 적어야 가입이 되는지 빨리 폐지하자”라고 과도한 개인정보제공을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독자들의 의견 타진 중에 언급된 ‘주민등록번호 재발급으로 해결하자’는 제의에 ID 빨대렐라님은 “검색하면 이미 실명에 주민등록번호까지 나오는 이 마당에 주민등록번호 재발급 그것도 소용 없다. 왜냐, 관리가 이지경인데 새로 발급된들 얼마를 가겠는가 오로지 주민등록번호 폐지만이 해결이다”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은행업무까지 진행하는 국내 인터넷 환경에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운영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개인정보 제공이 불가피한 사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도 정액제 요금 납부 혹은 부분유료화 물품 거래 등 온라인 결제가 꼭 필요한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해킹 사태가 이어진다면 편의를 위해 제공한 개인정보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입니다.

철통 같은 보안으로 물 샐 틈 없이 지키느냐, 제공하는 신상정보의 한도를 지금보다 완화하느냐,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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