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성능 게이밍 마우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패키지 PC를 살 때 끼워주는 마우스를 쓰거나 아무 쇼핑몰에서 저가형 마우스를 구매하는 것은 옛날 얘기다. 요즘은 마우스 하나를 고르더라도 외형과 성능, 부가 기능을 따져본다. 마우스 하나에 10만 원 가까이 투자하는 소비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때다.
마우스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게임 때문으로 짐작된다. 갈수록 빠른 움직임과 정확한 포인팅을 요구하는 게임이 늘어나는 현재, 게이머가 좋은 마우스에 열광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원하는 곳을 잽싸게 잡아채는 반응 좋고 쥐는 맛 좋은 마우스. 자신에게 잘 맞는 마우스를 찾아내는 것은 실력 상승으로도 곧장 이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마우스의 종류는 매우 많다. 가격도 성능도 천차만별이라 고르기가 쉽지 않다. 만약 처음으로 게이밍 마우스를 사려고 마음먹었다면, 돈부터 치르고 일단 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비싸게 산 마우스가 손에 안 맞으면 보급형 제품을 사느니만 못할 일. 원하는 형태와 성능을 따져보고 기호에 맞는 마우스를 사는 것이 권할 만하다.
이번 시리즈 기사에서는 우리네 PC 라이프에서 빠질 수 없는 입력 장치, 마우스에 대해 살펴보고 자신의 손에 꼭 맞는 마우스를 찾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그 첫 기사에서는 간략한 마우스의 역사와 종류, 또 꼭 이해하고 지나가야 할 마우스의 핵심 요소들을 살펴봤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 더 정밀하게, 더 빠르게... 마우스의 역사
PC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변화는 거듭해온 입력장치 마우스. 그 발전 과정을 요약하라면 역시 센서의 진화, 곧 `구동 방식`의 변화를 놓고 마우스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초의 현대식 마우스로 일컬어지는 제품은 1963년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발명한 X-Y 축 표시기다. 마우스 밑바닥에 붙은 톱니바퀴 2개가 움직이며 X-Y 축을 읽는 방식으로, 휴대성이 용이한 크기에서 비춰봤을 때 현대의 마우스 조상 격으로 볼 수 있다.
더글라스 엥겔바트가 발명한 마우스 (위키백과)
이후 등장한 제품이 우리가 ‘옛날 마우스’ 하면 떠올리는 볼마우스다. 1981년 제록스가 버튼 2개를 지닌 볼(ball) 트랙 방식의 상업용 마우스를 처음 생산했는데, 비슷한 시기 로지텍,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각종 볼마우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오랜 기간 버튼 1개를 고집한 애플의 리사 마우스(Lisa Mouse)는 마우스가 대중화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볼마우스 (나무위키)
매킨토시용 마우스 (위키백과)
최초의 마우스가 바퀴 2개로 X-Y 축의 수직/수평적인 움직임만 읽을 수 있었다면 볼마우스는 공이 회전하며 X-Y 회전축을 동시에 굴려 대각선 움직임까지 읽을 수 있었던 점이 다르다. 마우스는 이후 애플과 더불어 MS의 윈도우 OS가 보급되며 키보드와 함께 필수 입력장치로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다.
볼마우스 다음 등장한 제품이 현재 주로 쓰이는 광마우스(Optical Mouse)다. 광학 센서로 바닥에 빛을 뿌린 뒤 빛이 반사되는 패턴을 읽어 이동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볼마우스보다 가벼운 무게와 섬세한 감도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초창기 광마우스의 가격은 값비쌌지만, 이때 스타크래프르트 등 게임이 인기를 끌며 정밀한 마우스 컨트롤이 중요하게 되자 광마우스가 보급되며 볼마우스는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게임 좀 한다는 이들이 마우스 성능을 따지던 것도 이때쯤부터다.
광마우스 (COUGAR)
광학 센서의 발전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센서가 바로 레이저 센서다. 광학 센서는 파장이 긴 붉은색의 가시광선을 사용하지만, 현재 고성능 게이밍 마우스가 주로 채용한 레이저 마우스는 더 높은 주파수와 파장을 지닌 적외선 레이저를 쓰기 때문에 광마우스보다 정밀함을 자랑한다.
당시 레이저 마우스는 일반 광마우스보다 가격은 비싼 데 비해 큰 성능 차이는 없어 변혁을 이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계속 값이 싸지며 현재는 보급화를 이룬 상태다.
레이저 마우스 (기가바이트)
가장 최신형 센서를 꼽아보자면 MS가 내놓은 블루트랙(BlueTrack) 마우스겠다. 광마우스와 레이저의 장점을 두루 지닌 마우스로 표면 재질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저보다 좀 더 감도가 높은 것도 장점. 모바일 시대에 맞춰 어느 장소에서든 마우스를 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로지텍에서 개발한 다크필드 마우스도 비슷하다.
MS의 블루트랙 마우스
로지텍의 다크필드 마우스
이 밖에도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탑재해 마우스의 기울기에 따라 X-Y-Z 축 3차원 좌표를 감지하는 마우스, 터치패드를 장착한 마우스, 수많은 기능 버튼을 탑재한 게이밍 마우스 등 다양한 마우스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 마우스, 형태별 방식별 장단점은 무엇?
간략하게 마우스의 역사를 알아봤다면 이제 마우스의 형태와 방식에 따른 특징과 장단점을 알아보자. 첫 번째는 마우스의 역사와 밀접하게 이어지는 감응 방식별 장단점이다.
현재 자취를 감춘 볼 마우스는 공의 움직임에 따라 마우스 내부의 바퀴가 돌아가는 기계식의 특성상 이물질에 약했던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과거 마우스 밑바닥을 열고 공을 빼낸 뒤 때를 벗겨본 기억이 있을 터. 감도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이물질을 제거해줘야 했으며 쓸수록 공이 마모되기 때문에 수명도 짧다.
광마우스는 볼마우스와 비교하면 정밀함은 물론 내구성까지 좋지만, 지금도 상당수의 제품에서 빛을 반사하는 방식의 한계를 볼 수 있다. 반짝이는 표면이나 빛을 통과해버리는 유리 등에서는 빛 반사율이 낮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광마우스를 쓸 때 꼭 패드가 필요했던 이유기도 하다. 현재는 계속 성능이 좋아지며 최근까지 대다수의 게이밍 마우스가 광학 센서를 채용하고 있다.
레이저 마우스는 일반적인 광학 센서보다 좀 더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역시 유리나 플라스틱 등 광택이 있는 표면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더 발전한 블루트랙 마우스도 대리석이나 나무, 카페트 재질에서는 쓸 수 있지만, 유리 같은 고광택 표면에서는 인식률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크필드 마우스는 광택이 있는 표면에서도 마우스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어느정도 두꺼운 유리 위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점이 장점. 물론 100% 투명한 유리에서는 사용이 어려우나, 기존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차세대 센서로 블루트랙 마우스와 종종 비교되며. 값은 현존하는 센서 종류 중 가장 비싸다.
유리 위에서도 트래킹이 가능한 다크필드 마우스
금속, 유리표면에서 트래킹이 가능한 블루트랙 마우스
감응 방식에 이어 형태별로도 마우스의 종류를 정리해볼 수 있다. 예컨대 마우스는 양손잡이용 생김새의 일반 마우스와 함께 노트북용으로 특화된 미니 마우스, 인체공학 마우스 등으로 분류된다. 딱히 이들을 완전히 구분할 기준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른손의 쥐는 형태에 맞춰 설계된 마우스 등이 인체공학 디자인이 적용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마우스
또 ‘트랙볼’이나 ‘디지타이저’ 등도 마우스를 대체하는 입력장치 중 하나다. 트랙볼은 손가락으로 볼을 굴려 포인터를 움직이는 장치이며 디지타이저는 흔히 ‘태블릿’이라고 말하는 장치다.
와콤의 디지타이저
마지막으로 연결 방식에 따른 분류도 가능하다. 유선이나 무선, 유/무선 겸용 마우스 등이 그것이다. 유선 마우스는 얼마 전까지 PS/2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인식률이 높은 USB 방식으로 대부분 대체된 상황이다. 무선 마우스는 크게 전용 수신기를 USB 단자 등에 장착해 쓰는 방식과 블루투스 연결 방식으로 나뉘며, 자신이 쓰는 기기의 형태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배터리로 작동하다 필요 시 유선으로 쓸 수 있는 유무선 겸용 마우스
◆ 밑줄 쫙 필수 정보! 마우스, 알고 구매하자
지금까지 간략하게 마우스의 역사와 감응 방식, 형태별 특징들을 아울러봤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마우스를 고를 땐 어떤 점들을 알고 있어야 할까? 마우스의 제원을 보고 성능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구매하기 어려울 일이다. 마지막으로 꼭 알아두면 좋을 마우스의 핵심 구성요소를 살펴봤다.
앞으로 마우스의 제원을 볼 때 DPI와 FPS를 보고 자주 성능을 따져보게 될 것 같다. 먼저 DPI(Dots per Inch)란 마우스를 1인치(2.5cm) 움직일 때 몇 픽셀을 움직이느냐를 뜻하는 단어로 마우스 센서의 민감도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예컨대 3,500DPI는 마우스를 1인치 움직일 때 최대 3,500픽셀이 이동하는 감도를 갖는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CPI(Counts Per Inch)라고도 한다.
DPI가 높다고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높은 DPI는 마우스 센서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마우스 커서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를 뜻할 뿐 이용자에 따라 적당한 DPI 속도는 천차만별로 나뉘기 때문이다. 빠른 동시에 얼마나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므로 DPI와 함께 FPS 확인이 필수적이다.
마우스 FPS(Frame Per Second)는 마우스가 초당 인식하는 횟수를 뜻한다. FPS가 높을수록 미세한 움직임을 부드럽게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 FPS가 낮으면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였을 때 커서가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스카이디지탈 FPS 설명
스캔율은 IPS(Inch per Second)라는 단위로도 표기되는데, 마우스가 초당 몇 인치의 움직임을 인식하느냐를 나타낸다. 100IPS는 1초간 100인치의 움직임을 인식한다고 해석하면 된다. 트래킹 스피드로 표기한 제조사는 1m/sec 당 40IPS라고 계산할 수 있으며, 보통 고성능 게이밍 마우스의 경우 200IPS 이상의 인식률을 자랑한다.
DPI, FPS, IPS 등 중요 제원이 탑재된 센서를 만드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아바고(AVAGO)‘다. 참고로 현재는 픽스아트(PIXART)사의 센서로 바뀌고 있는데, 픽스아트는 아바고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로 아바고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맥스틸 DPI 설명
전송률(Polling Rate)도 자주 따져보는 제원이다. 마우스와 PC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를 뜻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우스의 반응 속도가 빠르다. 과거에는 125Hz 정도가 한계여서 마우스의 성능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맥스틸 전송률 설명
옴론(Omron) 스위치는 아바고 센서와 마찬가지로 현재 마우스 스위치의 독보적인 브랜드다. 가벼운 클릭 느낌과 함께 튼튼한 내구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제품에 따라 500만에서 1,000만 클릭 이상의 내구성을 보장한다. 일본제냐 중국제냐 생산국에 따른 차이점으로 인해 호불호가 조금씩 갈리는 편. 일본제의 클릭감이 좀 더 가볍고 중국제는 약간 더 쫀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옴론스위치 (출처 : 스카이디지탈)
이 밖에 마우스 케이블의 재질에 따라 나뉘기도 하며, 연결단자의 도금 형태별로 분류가능하다.
리줌의 페브릭 케이블과 금도금 단자
마우스의 이동 속도에 따라 커서의 움직이는 거리가 달라지는 가속도(acceleration) 또한 주요 성능이기는 하나, 이용자의 개인 취향에 따라 유용할 수도 있지만 적응이 필요해 일부러 아예 꺼놓고 쓰는 이용자도 많은 기능이다.
이상으로 간략한 마우스의 역사와 종류, 마우스의 핵심 요소들을 살펴봤다. 다음 기사에서는 감응 방식별 마우스의 특징과 대표적인 제품들을 직접 살펴보며 마우스 구매 요령을 익혀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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