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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49세, 지금도 프로그램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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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커넥트 2015 '1세대 개발자 커리어 토크' 현장
왼쪽부터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넥슨 김동건 본부장,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 막고야 홍동희 전 대표

판교에서 열린 첫 대규모 게임 B2B 행사, 'G-HUB 게임커넥트 2015'에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열렸다. 송재경, 김동건, 서관희, 홍동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자가 40세가 넘으면 뭘 하고 살아야 하나'를 주제로 입을 모은 것이다.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는 "몇 년 사이에 개발자 커뮤니티에 '40대 개발자는 게임업계에서 뭘 하고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40대 개발자의 삶'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현업에 힘쓰고 있는 1세대 개발자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답을 내놓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26일 판교 공공지원센터에서 열린 'G-HUB 게임 커넥트 2015' 현장에서 열린 '1세대 개발자 커리어 토크'의 주요 발언을 한눈에 살펴보는 말.말.말 코너를 마련했다. 

이 날 현장에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넥슨 김동건 본부장, 홍동희 전 막고야 대표,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좌담회 진행은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가 맡았다.

송재경 대표 "내 나이 49세, 지금도 프로그램 짠다"

송재경 대표는 올해 49세다. 50세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그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송 대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는 아니지만 집에서 취미로 하거나 회사에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곤 한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1인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9세를 넘어 50대에도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서관희 대표 "엔트리브소프트 평균 연령은 36세, 실무에 문제 없다"

40대 개발자에 대한 통상적인 인식은 '젊은 직원에 비해 실무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관희 대표는 "회사 대표가 된 후 엔트리브소프트를 돌아보니 평균 연령이 36세더라. 2007년에는 29세였는데 그 사이에 평균 연령이 7세나 높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실무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동건 본부장 "직책은 쌓아가는 것이 아닌 순환하는 것"

40대 개발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재취업이다. 특히 한국은 문화적으로 40대 직원을 새로 뽑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김동건 본부장은 이에 동의하며 "처음으로 팀장을 맡아본 사람일수록 나이가 많은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어려워한다"라며 "그러나 게임회사에서 직책은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새 게임을 만들 때는 작은 팀에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장이 아니라도 다른 팀에 투입되어 일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따라서 '직책'을 '직급'처럼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밑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가야 되나',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되나'라는 걱정이 빠져들곤 한다"라고 강조했다.


▲ 넥슨 김동건 본부장

서관희 대표 "40대 개발자에 대한 대우, 회사와 직원이 함께 고민해야"

엔트리브소프트의 대표를 맡은 지 4개월 차인 서관희 대표의 고민 중 하나는 '체계 다듬기'다. 서 대표는 "팀장에서 다시 전문 프로그래머로 돌아온 개발자가 있다. 그렇다면 직책과 능력 중 어느 쪽에 맞춰서 연봉을 책정해야 되나. 엔트리브소프트만 봐도 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회사 차원에서 40대 개발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며 "그러나 개발자도 '연봉'만큼의 일을 할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40대 개발자를 일반 '스탭'으로 뽑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개발'과 '조직 관리' 2가지를 모두 해야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연봉은 그대로 받으면서도,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는 맡기 싫다'는 개발자가 더러 있는데 회사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연봉을 맞춰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송재경 대표 "인류는 아직 정시 출퇴근을 하며 좋은 게임을 만드는 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게임 개발 중에는 '크런치' 모드라는 것이 존재한다. 테스트나 출시와 같이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하루에 18시간에서 20시간씩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송재경 대표는 "크런치 없이 매일 꼬박꼬박 일을 하며 게임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없다. EA나 블리자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짐작한다"라며 "게임은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업이며 다 만들기 전에는 어떤 제품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아직 인류는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하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동건 본부장 "도전과 안정, 적정 비율 찾아야 할 때"

김동건 본부장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도전과 안정의 적정 비율을 찾아야 할 때라 전했다. 김 본부장은 "마비노기 제작 당시 넥슨에서 성공작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자극이 됐지만, 후폭풍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돈이 될만한 프로젝트에만 머물고, 돈이 안 되는 새로운 시도는 꺼리는 것이다"라며 "당장은 돈이 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새로운 것을 해나가는 활동도 게임업계에는 필요하다. 큰 업체는 도전과 안정, 두 부분에 적정 비율을 맞추고 작은 회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관희 대표 "안정적인 일을 찾고 있다면 게임은 아닐 수 있다"

서관희 대표는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가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외국의 개발자 친구도 지금은 게임과 관계 없는 일을 한다. 좀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것이 그 친구의 뜻이다. 게임업을 안정적으로 무난하게, 오래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리스크는 있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잘 될 때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라고 전했다.


▲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대표

10년 뒤에도 게임업계에서 일할 거라면 이것은 챙겨두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10년 후를 위해 대비해둬야 할 기술은?'이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패널 4명은 각각 독특한 답변을 남겼다. 먼저 송재경 대표는 "AI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NPC나 유저의 상황에 맞는 퀘스트나 목표를 주거나, 적합한 몬스터가 등장하는 등 더욱 정교해진 AI가 흥행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김동건 본부장은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즐기는 방법이 중요해진다. 야구를 예로 들면 지금은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보다는 보는 사람이 더 많다. 게임도 '플레이'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유저들이 모여 게임에 대한 토론을 하거나 유명 선수나 게이머의 플레이를 감상하는 것, 게임 자체를 수집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게임을 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서관희 대표는 "10년 뒤에는 더욱 더 다양한 툴과 디바이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또한 기술발전을 토대로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툴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때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재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라며 "따라서 '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를 언제나 탐구하는 자세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 2가지가 필요하리라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동희 전 대표는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고를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질 것이다. 특히 오픈소스만큼은 앞으로 대세가 되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선택권이 많아진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선택장애가 있다. 2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쉽지만 103개 중 3개만 선택하라고 하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라며 "따라서 수많은 소스 중 무엇이 옳은지 빠르게 고를 수 있는 기동성과 민첩성,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실 게임을 개발하는 중에 핵심 기술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업계에 있는 수많은 기술 중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 선택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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