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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불법복제와 오토, 성숙한 의식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

메카만평

이번 주 이구동성 주제는 불법복제와 오토입니다. 써놓고 보니 두 가지는 ‘효율적’, ‘경제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네요. 편한 것을 추구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반복되는 이야기와 논쟁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단속도 좋고 제재도 좋습니다. 손을 놓고 있는 것 보단 말이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는 개발사도 정부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키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게이머 여러분들이 들고 있죠. ‘성숙한 의식’. 예,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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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뉴스: 닌텐도 “한국 불법복제 심각한 나라” 지목

닌텐도가 미국무역대표부에 한국을 ‘불법복제가 심한 나라’ 중 하나로 지목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뉴스입니다. ‘스페셜301’이란 보고서에서 닌텐도는 한국을 중국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심한 나라로 지목했다고 하네요. 맞는 말이긴 한데 조금 아니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FTA협약을 체결하고 비준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끼어들어 남의 ‘단점’을 일러바친 모습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또 얼마 전 한국의 대통령이 직접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 만들어 보라’라고 까지 언급한 마당이라 마치 뒤통수 맞은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어쩌다 우리나라의 처지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하지만 모양새와 상관 없이 현재 우리나라의 불법복제가 심각한 수준은 사실입니다. 닌텐도 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닌텐도는 한글화 타이틀도 잘 내주지 않을 뿐 더러 애프터 서비스 또한 수준 이하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당당합니다. 한국시장 불법복제로 인해 게임인구 수에 비해 타이틀이 참 안 팔리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기업이 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아니 (너희들이 복제해서 쓰는 바람에) 장사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야?’ 라고 하는데, 또 그것이 사실인데 딱히 대거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이러니 저러니 떠들어대도 귀책사유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있습니다. ‘닌텐도의 아량’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일이죠. ID barborian의 의견입니다.

“한글화 안 해주는 이유가 불법복제 때문에 수익성이 없어서 그런 걸 아나 모르겠네. 한글화로 불평하려면 불법복제부터 끊는 것이 순서다. 한글화는 직접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일본어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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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 오토계정 7만개 영구정지, 오픈 이후 최대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에서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확실시 되는 계정 7만여 개를 영구정지 시켰습니다. 7만이라. 웬만한 게임의 동시접속자수 혹은 회원 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참고로 계정압류 전 ‘아이온’의 동시접속자수는 20만 근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액제 게임이기 때문에 계정의 압류는 바로 회사의 손실로 돌아옵니다.

엔씨소프트는 요즘 오토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업계의 좌장 격으로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죠. 물론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엔씨소프트 스스로 그런 부분(오토)을 키워 온 면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던간에 이번에는 확실히 싹을 잘라 놓겠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입장입니다.

ID sepler의 의견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말을 해도 온라인게임에서 한번에 7만개 계정이 영구정지 먹는다는것은 들어본 적도 없네요. 이 정도면 변화가 (오히려) 안 생기면 이상할 듯 합니다.”

ID 왜놈즐의 의견입니다. “자 이제 핵도 좀 잡자! 이제 오토는 문제가 안 된다. 진영간 전투에 스핵, 위치핵(좌표이동), 뎀지핵 이 웬 말이냐.”

물론 충고성 댓글도 있습니다. ID 생마의 의견입니다. “게임 시스템 수정에는 눈을 돌리고 주변 변두리만 때려잡는, 눈 가리고 아웅 게임을 계속한다면 엔씨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겁니다. 오토가 없어지면 수동 오토가 교묘하게 생겨나고, 싸구려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작업 작업장이 다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오토와의 전쟁’.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오토의 유혹, 유저들의 의식, 개발사들의 의지 등 여러 변수가 얽혀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 이 싸움에서는 중요한 것 하나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선량한 유저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

참고로 요새는 오토프로그램이 ‘게임 과몰입 방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팔린다고 하네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과몰입 방지를 위해 오토를 돌리세요.”라는 문구가 그럴듯합니다.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 캐릭터는 키우고 싶지 않나요.”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여기에 ‘성숙한 의식’을 들이대는 것은 어쩐지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뭐, 평소에 얼마나 성숙한 시민으로 살았기에 게임에서까지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겠지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

자, “오토 쓰는 것이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빠지시고. “오토, 당연히 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시면서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리는 분들. 여러분이 어떤 게임라이프를 살아가는지는 여러분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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