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연 버전이 선보여진 리니지 이터널'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2011년 지스타에서 처음 선보여진 엔씨소프트 신작 ‘리니지 이터널’이 정확히 3년 만인 ‘지스타 2014’를 통해 시연 버전을 공개했다.
‘리니지 이터널’은 98년 ‘리니지’, 2003년 ‘리니지 2’에 이은 3번째 시리즈다. 기자의 기억 속 ‘리니지 이터널’은 마우스 드래그를 통해 화면에 궤적을 그려 다수의 적에게 피해을 주는 시스템이 인상적인 쿼터뷰 시점의 액션 MMORPG였다. 더불어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 3’와의 유사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장면도 떠오른다.
이번에 공개된 첫 시연 버전은 ‘리니지 이터널’의 배경 스토리와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 스마트 뷰를 바탕으로 한 생동적인 연출 등 게임의 핵심 재미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과연 두꺼운 갑옷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 ‘리니지 이터널’은 어떤 모습일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게임을 체험해봤다.
▲ 새롭게 공개된 '리니지 이터널' 하이라이트 영상 (영상제공: 엔씨소프트)
실감나는 연출, 드래그 스킬은 조금 실망
게임을 시작하면 ‘리니지 이터널’의 클래스 3종(수호기사, 원소술사, 암살자)이 소개된다. 수호기사는 방패와 칼을 들고 적에게 뛰어들어 근접 전투를 펼치는 전사 클래스로,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원소술사는 빙결과 화염 등 다양한 원소마법을 펼치는 마법사 클래스로, 중급자용 캐릭터로 표기돼 있다. 마지막으로 암살자는 이번 버전에선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으나, 상급자용 캐릭터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기자는 드래그 마법이 인상적인 원소술사를 선택했다.
클래스를 고르고 나면 캐릭터의 외형을 간단히 설정할 수 있다. 현재는 기본 캐릭터 5종류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머리와 얼굴, 복장과 장비를 고르는 정도의 커스터마이징이 지원된다. 섬세한 커스터마이징으로 유명한 ‘블레이드앤소울’도 첫 시연 때는 기본 캐릭터 선택 정도만을 지원했으니만큼, 향후 캐릭터 꾸미기의 바리에이션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쿼터뷰로 진행되는 인게임 화면에서는 전체적인 머리 모양이나 장비류를 제외한 세세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블레이드앤소울’처럼 섬세한 부분까지는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 이번 체험 버전에서 공개되는 두 클래스, 수호기사와 원소술사
▲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굳이 상세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고 나면 인트로 영상이 재생된다. 처음에는 ‘리니지 이터널’의 시대적 배경과 사건이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는데, ‘아덴’, ‘켄라우헬’ 등 익숙한 ‘리니지’ 용어가 등장한다. ‘리니지’ 세계관을 아는 사람은 ‘리니지 1’에서 100여년 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는 기회지만, 전작을 잘 모른다면 파도처럼 쏟아지는 생소한 인물명과 지명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겠다.
세계관 설명 이후에는 대규모 공성전으로 화면이 옮겨진다. 공성전은 인게임 영상으로 표현되는데, 인상 깊었던 점은 전장의 크기와 표현 정도였다. ‘리니지’를 통해 공성전에서는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엔씨소프트답게, ‘리니지 이터널’의 전장 크기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넓지도, 답답할 정도로 좁지도 않은 중용을 잘 지켰다. 눈을 약간만 돌려 봐도 성벽에 불 붙은 돌을 던지는 투석기, 화살을 막으며 전진하는 병사들, 백병전을 벌이는 기사와 몬스터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쿼터뷰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다.
▲ 전장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성전 맵
공성전 전경을 둘러본 후에는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초점이 맞춰지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기자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마우스 드래그를 통한 스킬 발동이다. 몇 번의 시험 결과, 이번 시연 버전(원소술사 기준)에서는 짧은 클릭을 통해 조그마한 원형 공간에 폭발을 일으키고, 마우스 드래그를 통해 직선 공간에 불의 벽을 만들어 지속 대미지를 주는 두 가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꽤나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드래그 스킬 액션은 ‘리니지 이터널’이 첫 공개 당시부터 가장 강조하던 핵심 시스템이다. 일전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마우스로 각종 문양이나 도형을 그려 다양한 스킬을 발동하는 것이 묘사되었는데,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오직 一자형 드래그만 가능했다. 선이 휘어지거나 꺾이면 스킬이 발동되지 않았으며, 마법문자를 연상시키는 필살 커맨드 같은 것은 존재치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긴 하다. 선을 잘만 그으면 스킬 두어 번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적을 일망타진할 수 있고, 스킬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시 업적 비스무레한 것이 표시되기도 하는 등 전술적인 스킬 활용을 유도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시 다양한 드래그 스킬을 체험하지 못 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첫 시연 버전이라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 드래그 스킬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시나리오로 진행되는 공성전과 멀티플레이 필드전
게임의 시작점은 1인 플레이로 진행되는 공성전 필드다. 다만, 기대했던 것처럼 성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전투는 아니었다. 공성전이 진행되는 곳을 배경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싱글플레이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주변을 가득 에워싼 적과 아군 사이를 뛰어다니며, 사다리를 타고 성벽으로 잠입해 성문을 열어 전황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생각했던 공성전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상황에 맞춰 시점이 계속 변하는 스마트 뷰를 바탕으로 한 연출력 하나만큼은 기존 쿼터뷰 액션RPG와 비교를 불허할 수준이었다.
공성전 미션이 끝나면 성 안으로 잠입해 공주를 구출하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외길 형태의 던전으로 구성된 성 내부에서는 아군 없이 홀로 싸워나가야 하며, 간혹 등장하는 거대 보스와 사투를 펼치기도 한다. 보스는 움직임이 느리고 패턴이 단순해서 난이도가 꽤나 낮은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원소술사는 공격을 한 방도 맞지 않고 수십 초 내에 처치하는 것도 가능했다. 덕분에 1~5번 키에 등록된 각종 스킬을 사용하며 회피, 방어, 범위공격, 폭발 등 다양한 효과를 시험해 보는 것이 가능했다. 시연을 위해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는 느낌이 강한데,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성 안으로 잠입하여 다양한 중간보스와 싸우며 스킬을 사용해 보자
모든 미션이 끝나면 마을(필드)로 나간다. 여기부터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마을은 꽤나 넓었고, 마을 바깥에는 몬스터와 필드 보스가 존재하는 사냥터가 펼쳐져 있다. 필드 보스는 20여 명의 플레이어가 한데 모여 3~5분 가량 공격을 집중시키면 잡을 수 있는데, 공격 한 방에 플레이어를 빈사 상태로 만들 정도로 막강하다.
▲ 마을에서는 진정한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디...아블로?
30분 가량 ‘리니지 이터널’을 즐겨 보니, 아쉬움과 만족감이라는 두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먼저 이전부터 강조된 매력적 요소들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게임 곳곳에서 짙게 느껴지는 ‘디아블로’의 향기에서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시나리오 모드의 몇몇 연출을 제외하면 스마트 뷰 시스템은 거의 느끼지 못했고, 갈고리를 이용해 끊어진 다리를 건너는 것 역시 딱 한 번 등장할 뿐이었다. 앞서 말한 드래그 스킬 부분도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우려대로 ‘디아블로’의 느낌이 너무 진하게 난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공성전 부분에서는 조금 덜하지만, 성 안으로 들어가거나 마을 주변을 살펴보면 ‘디아블로 3’의 특정 챕터가 저절로 떠오른다. 아이템 및 장비 창도 ‘리니지’가 아니라 ‘디아블로’ UI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세계관과 아이템 컨셉만 바꾸면 ‘리니지 이터널’이 아니라 ‘디아블로 4’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 '리니지'보다는 '디아블로 3'의 특정 챕터가 떠오르는 맵 분위기
▲ 아이템 창은 이미......
그러나, 한편에서는 잘 만들어진 핵앤슬래시 게임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만족감이 느껴졌다. 다수의 적을 드래그 스킬로 처리하는 쾌감이나, 중압감을 뽐내는 거대 보스를 해치우는 성취감, 화려한 스킬 효과를 통한 타격감, ‘리니지’ 특유의 세계관, 웅장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된 공성전 전장 등은 ‘리니지 이터널’이라는 게임의 매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만족할 만한 점은 가능성이다. 한 번 상상해 보자. 현재 ‘리니지 이터널’에 다양한 직업군이 추가되고, 추가 스킬이 구현되고, 본격 공성전이 구현되고, 드래그 스킬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면 과연 어떤 게임이 될까? 분명한 것은, ‘포스트 디아블로’를 꿈꾸며 화려히 등장했다 불꽃처럼 사라져간 다른 게임들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 한다는 점이다. ‘디아블로 3’ 이후 핵앤슬래쉬 게임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리니지 이터널’ 시연 버전을 꼭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 확실히 지금껏 나온 핵앤슬래시 게임 중에서는 가장 나은 축에 속한다
▲ 일단 '지스타 2014'에서 플레이 할 1순위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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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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