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최용석] PC를 처음 조립해보는 초보자들은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다. 어떤 부품을 어떻게 구성해야 좋은 지를 잘 모른다. 때문에 견적을 잘 잡았는지, 구성한 부품에 호환성 문제는 없는지 등 조립에 관련된 문의가 가격비교사이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하루에도 수십~수백건 넘게 올라온다.
초보자들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부품 중에는 의외로 그래픽카드도 끼어있다. 다른 부품, 이를테면 CPU는 인텔 제품의 경우 펜티엄 i3-i5-i7 식으로 등급이 확실히 나뉘어있어 제품 이름만 봐도 대략 성능이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래픽카드는 R9 270X, GTX 750 Ti 등 마치 암호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 초보자 입장에선 그 제품이 어느 정도의 위치와 성능을 제공하는지 알기 어렵다. 하나 아는 것이라곤 ‘숫자가 큰 제품이 좋은 것’ 뿐이다.
게다가 요즘은 CPU 자체의 내장 그래픽도 있어 그래픽카드 선택을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인터넷과 동영상만 보는데 수 십만원이나 되는 고가 그래픽카드는 낭비에 불과하고,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엔 내장 그래픽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내게 알맞은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려면 우선 PC를 무슨 용도로 쓸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검색과 문서작업, 영화·음악 감상은 내장 그래픽으로 충분
전 세계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는 AMD나 엔비디아가 아닌 바로 인텔이다.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일반적인 PC 용도, 즉 인터넷 검색과 문서작업, 멀티미디어 감상 등의 작업은 모두 해낼 수 있어 노트북이나 저가 보급형 PC용 그래픽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기본적인 용도로만 쓰는 PC는 CPU 내장그래픽만으로 충분하다.
최신의 CPU 내장 그래픽은 멀티미디어 성능도 크게 개선돼 최대 2K급 고해상도 콘텐츠도 충분히 재생과 출력이 가능한 수준이다. 온라인 게임도 카트라이더나 서든어택 같이 오래되어 사양이 낮은 게임이면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한다. AMD의 APU 제품군은 내장 그래픽이 4만~5만원대 보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해 더더욱 외장 그래픽이 필요없다.
학생들이나 수험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강의 시청도 문제없다. 오히려 공부용 PC를 딴 짓(?) 용으로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장 그래픽만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
거의 기본 용도로만 PC를 쓰는 경우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딱히 필요없다. 그만큼의 비용을 아끼거나, SSD등에 투자해 PC를 더욱 빠르게 쓰는 것이 낫다.
다중 모니터 환경, 보급형 그래픽카드 달면 쌩쌩~
모니터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면서 한대의 PC에 2대 이상의 모니터를 동시에 연결해서 쓰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특히 사진이나 영상 등을 편집하는 이들은 넓은 작업공간 확보를 위해 다수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모습이 흔하다.
▲ 멀티 모니터를 쓴다면 내장보다는 보급형 그래픽카드로 구현하는 것이 낫다. (사진=다나와)
요즘은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2~3대 정도의 멀티 모니터 환경을 꾸밀 수는 있다. 하지만 내장 그래픽의 성능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는데다, 전용이 아닌 시스템 메모리를 공유해 쓰는지라 멀티 모니터 구성 시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이를테면 웹브라우저 창을 열고 닫거나, 드래그해 이동할 때 왠지 모르게 PC가 버벅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2~3대 이상 멀티모니터 구성을 하려면 5만~6만원대의 저렴한 엔트리급 그래픽카드라도 하나쯤 구매 리스트에 넣는 것이 낫다. 3D 성능은 내장그래픽에 비하면 조금 더 나은 수준이지만, 다중 모니터 환경에서의 전체적인 PC 퍼포먼스 개선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온라인 게이머, 10만~20만원대 그래픽카드 필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피파온라인 등과 같이 요새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기반 3D 게임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10만원대 중후반 정도의 비용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
내장 그래픽은 그저 게임을 ‘실행가능’한 수준에 불과하고, 10만원 이하 보급형 카드는 그럭저럭 플레이는 할 수 있지만 화질이나 해상도 등 그래픽 옵션의 타협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온라인 3D 게임을 즐기려면 10만~20만원대 그래픽카드가 적당하다.(사진=다나와)
하지만 15만원을 넘는 그래픽카드들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들을 풀HD 해상도에서 중상급 그래픽 옵션으로 충분히 돌려주는 본격적인 ‘게임용 그래픽카드’다. 그래서 PC방에서 쓰는 그래픽카드도 대부분 이 가격대의 그래픽카드를 쓴다.
혹시 풀HD를 뛰어넘는 2K급 이상 고해상도 모니터를 쓰거나, 같은 게임을 프레임 저하없이 최고 그래픽 옵션으로 즐기고 싶다면 조금 더 투자해 20만원대 그래픽카드를 쓰는 것이 낫다.
프로게이머나 전문가라면… 하이엔드급 카드는 ‘기본’
같은 게임이라도 그냥 재미로 즐기는 일반 게이머와 단 1프레임도 놓쳐서는 안되는 프로급 게이머에게 필요한 하드웨어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평균’ 프레임이 보급형 카드의 ‘최대’ 이상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이 요구된다. 최소 30만원대 이상의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가 필요할 때다.
특히 ‘배틀필드’ 시리즈나 ‘와치독’같이 높은 사양을 요구하면서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패키지게임들은 고가의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쯤 되어야 최상급의 그래픽 옵션에서 안정적인 프레임이 유지된다. 2대 이상의 모니터에 동시에 게임 화면을 출력하려는 경우도 그래픽카드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프레임 저하 없이 부드러운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게이임 화면을 다수의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GPGPU 기술을 이용한 전문가용 연산보조장치로도 쓸 수 있다.
▲ 최고의 화질과 끊김이 거의 없는 게임 화면을 만끽하려면 처음부터 30만원대 이상의 고성능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기존의 ‘쿼드로’나 ‘파이어GL’ 처럼 연산 전용 제품도 있지만, 그쪽은 카드 한 장이 수백 만원에 이르는 등 가격의 차원이 아예 다르다. 오히려 그쪽 기준으로는 게이밍용 하이엔드 그래픽카드가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보급형에 속한다.
GPGPU 연산 가속을 지원하는 전문가용 애플리케이션들은 랜더링 또는 인코딩처럼 오랜 시간이걸리는 작업을 대폭 단축시켜준다. ‘시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작업 시간 단축의 메리트 만으로도 수십 만원의 투자는 싼 편인 셈이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