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 블리자드가 내놓은 ‘디아블로’는 한 마디로 대작이었다.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잇는 인터페이스와 긴장감 최고의 액션, RPG적 요소로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쏠쏠한 재미가 전세계 게이머를 한손에 휘어잡은 것이다. 또 한번 열풍을 일으킬 ‘디아블로 2’의 제작팀은 현재 액트 3와 4의 세부작업과 함께 전체게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동영상 제작에 분투하고 있다. 14명이 ‘디아블로 2’ 동영상 제작에 투입되었는데 게임소개를 시작으로 액트가 시작되기 전 하나씩 총 5개의 동영상이 게임중간에 삽입될 예정이다. 게이머는 동영상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감지할 수 있으며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 <게임특집: 디아블로 2>, PC파워진, 1999년 4월호 |
PC파워진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디아블로 2’ 이전에 출시된 시리즈 첫 작품 ‘디아블로’ 역시 큰 인기를 누렸었습니다. 세밀한 조작 없이도 무수히 몰려드는 적을 처치할 수 있는 호쾌한 액션과 어두운 세계관, 각기 개성이 살아있는 직업군이 더해져 ‘디아블로’ 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구축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거죠.
▲ 등장하는 직업군도 대부분 공개된 상태
▲ 주요 장면도 밝혀졌고
▲ 몬스터 소개까지…사실 디아블로까지 나왔으면 다 공개된 거나 마찬가진데요
이게 그렇게 재밌었다죠
그 때문에 후속작인 ‘디아블로 2’ 역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디아블로 2’가 발매되기 1년 전 PC파워진에서는 4페이지를 할애해 긴급 입수한 ‘디아블로 2’의 정보를 발매 전에 공개했는데요, 잡지 분량이 약 400장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도 단일 게임으로서는 꽤 큰 비중입니다. 표지로 등장했던 ‘아미맨 2’과도 같은 분량이었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과연 ‘디아블로 2’는 자그마치 4년을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인가?” 성질 급한 독자를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블로 2’는 ‘4년이 아니라 10년도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너무 극찬이 아니냐’며 반문을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디아블로 2’는 롤플레잉 게임의 역사를 다시 쓰는 대작 게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스페셜 베타 공략: 디아블로 2 베타>, 넷파워, 2000년 6월호 |
그리고 2000년도 6월에 ‘디아블로 2’의 베타가 시작되고, 보다 완성형에 가까운 게임을 엿보게 됐습니다. 화면 하단 모서리를 장식한 체력과 마력 게이지, 스킬창과 캐릭터 능력치 화면…왜 문이 열리지 않냐며 컴퓨터 화면 앞을 지켜야 했던 그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 왜! 왜 문이 안열려!
난 왜 행복할 수가 없는 거냐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디아블로 2 베타’ 공략에 할애한 지면이 당시 ‘리니지’보다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게임 공략 콘텐츠의 특성상 분량이 많기 마련이라 해도, PC파워진에 비해 다소 날씬한 두께로 제작됐던 넷파워이기에 이런 할당량 배분은 더욱 파격적이네요.
▲ 테스트만으로도 큰 화제를 일으켰던 '디아블로 2'
▲ 인터페이스 구성과 게임 조작까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소서리스를 참 좋아했는데요
텔레포트가 압권이었죠
▲ 스킬 아이콘만 봐도 어떤 직업군인지 아시겠죠?
심지어 캐릭터 기술도 하나하나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서리스, 바바리안, 아마존…블리자드가 ‘초월번역’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후로는 접할 수 없었던 명칭들입니다. 지금은 마법사와 야만용사 등 친숙한 호칭으로 바뀌었지만, 해당 직업군이 ‘디아블로 2’에 한해 고유명사처럼 사용됐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지네요.
‘디아블로’에서도 새롭고, 독특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한 모험이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엇지만 아이템 복제, 해킹 등이 성행하면서 재미의 상당부분이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로는 100게임에서 1,000게임 정도 플레이해야 한번 발견할 확률을 가진 희귀 아이템들이 대량 복제로 배틀넷을 통해 퍼짐에 따라 오히려 이런 아이템을 갖추지 않는 게이머들만 바보 취급(?)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2’에서는 서버에서 모든 능력치, 아이템을 관리하므로 해킹이나 불법복제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좋은 아이템을 찾기위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자신이 힘들게 발견한 아이템이 그만큼 가치를 발휘하게 되므로 게임의 재미가 더욱 높아졌다. - <스페셜 베타 공략: 디아블로 2 베타>, 넷파워, 2000년 6월호 |
그리고 ‘디아블로’ 시리즈의 정수이자 꽃, 아이템 소개입니다. 사실 ‘디아블로 2’는 좋은 장비를 얻는 맛에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죠. 최고 아이템이 정해져 있어 다소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아블로 3’가 최근 아이템 드롭 시스템 패치로 제 매력을 찾았다는 것도 이와 같은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되찾았기 때문이죠.
▲ 추억이 새록새록, 아이템 종류들
영원한 ‘악마의 게임’으로 남아주기를
14년 전까지만 해도 ‘디아블로 2’만의 별명이었던 ‘악마의 게임’이라는 호칭은 최근 이곳저곳에 많이 사용되는 중입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이 높은 타이틀을 일컫는 고정 수식어처럼 자리 잡아 버린 것이죠.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중반에도 자칭, 혹은 타칭 악마의 게임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작품이 존재했었고, 현재 트렌드의 중심인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악마의 게임이라는 수식어의 강렬함도 차차 희석되는 듯합니다.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 사이 13년의 공백 동안 그 자리를 대체할 좋은 게임들도 많이 등장했고, 게이머들의 눈도 높아졌죠. 그리고 온라인에서 다른 유저와 교류하며 즐기는 콘텐츠가 대부분이 된 지금, 아이템을 파밍하고 좋은 장비를 얻는 것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가 예전만큼 강렬할지도 의문이고요. 실제로 ‘디아블로 3’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게임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속출했고,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통적인 엔드콘텐츠였던 아이템 파밍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으니까요.
▲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 자' 시네마틱 영상 (영상출처: 블리자드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하지만 아직까지 ‘디아블로’의 힘은 유효합니다. 2013년 5월 이른바 ‘왕십리 사태’를 일으켰던 ‘디아블로 3’ 정식 발매 행사는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죠. 더불어 지난 3월 25일 개최됐던 ‘영혼을 거두는 자’ 출시 현장도 인산인해를 이루었고요. 게다가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한 파격적인 시스템 패치로 인해 ‘디아블로 2’ 시절의 재미를 되찾았다는 평가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디아블로’ 시리즈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있어 명품 브랜드와 같은 존재입니다. 현재는 ‘디아블로 3’의 두 번째 확장팩만 예정된 상태고, ‘디아블로 4’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앞으로도 계속 악마의 게임으로 남아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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