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공포’란 무엇일까?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에 대한 압박 혹은 보이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기억하는 ‘다크 소울’은 단순히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앞서 말한 ‘공포’의 요소를 모두 갖춘 무서운 게임이었다.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최소한의 진행 방법 뿐. 죽음으로 이끄는 자비 없는 페널티와 제한된 저장 장치,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 등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밤잠을 잊게 한 ‘다크 소울’의 후속작 ‘다크 소울 2’가 지난 11일 PS3와 Xbox360으로 한글화 발매되었다. ‘다크 소울 2’에도 전작처럼 게임에 끝없이 빠져들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 끝없는 죽음이 기다리는 '다크 소울 2'
전작보다 대폭 커진 볼륨과 자유도
게임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는 ‘다크 소울 2’의 볼륨이 전작에 비해 1.5배 정도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다크 소울 2’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40종류로 대폭 늘어났으며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지역도 많아졌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다. 게임이 더욱 탄탄해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만큼 ‘플레이어의 고통이 길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 형 집행자의 채리엇에게서 압박감이 느껴진다
게임의 볼륨 뿐 아니라 자유도도 높아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났기 때문에 게임 진행을 위해 가야 하는 곳도 많아졌다. 겉보기엔 직선형 진행 같지만 ‘다크 소울’의 특성상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으므로 플레이어는 자신이 갈 길을 직접 정해야 한다.
전작에서는 그나마 문이 잠겨있다던가 진행을 위해서는 특정 보스의 ‘소울’이 필요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을 둬서 몇몇 장소를 제외하면 진행 방향이 명확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크 소울 2’에서는 튜토리얼인 ‘틈새의 동굴’을 지나서 만나는 첫 마을 ‘매듀라’부터 난감함에 빠지게 한다. 첫 마을에서부터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 세 군데가 나오기 때문이다. 각각의 지역에서는 또 다른 진행 분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다크 소울 2’는 오픈 월드 게임과 다름 없게 되었다.
▲ 첫 마을부터 막막하다
체감상 더 높아진 게임 난이도
‘다크 소울’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좋은 장비를 구해서 착용해도 적의 공격 한두 번에 맥없이 쓰러지거나 각종 함정에 빠져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죽음을 반복하면서 플레이어는 스스로 성장하고 앞으로 진행하는 것이 ‘다크 소울’ 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전작의 숨겨진 보스까지 잡았기 때문에 필자는 나름 자신감을 갖고 ‘다크 소울 2’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얼마 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각상’을 소모하지 않은 망자 상태일 때 죽으면 최대 HP가 10% 감소하는데, 계속 죽으면 최대 50%까지 줄어든다. 맞기 보다는 회피해야 하는 것이 ‘다크 소울’의 특징이지만, 죽음을 반복하는 와중에 절반의 체력만 가지고 재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게임의 난이도는 더 높게 느껴진다.
▲ 게임을 끝낼 때까지 보게 될 문구
또한 스테이터스의 세분화도 전작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원인 중 하나다. ‘다크 소울 2’에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전작에 비해 많이 느리다. 이는 ‘민첩성’이라는 신규 스테이터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민첩성’에 투자하지 않으면 행동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근력 전사로 적을 공격하고 나서 곧바로 큰 방패를 이용하여 방어하는 단순 플레이 등 전작에서 쏠쏠하게 사용했던 방법을 초반부터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전작에서는 ‘지구력’을 높이면 스태미너와 장비 장착 한계 중량 상한치를 동시에 올릴 수 있었지만 ‘다크 소울 2’에는 장비 중량을 담당하는 ‘활력’이란 스테이터스가 추가되었으며, 각종 장비 아이템을 장착할 때 요구하는 스테이터스 수치가 생겨서 장비 선택에도 제한이 생겼다.
▲ 스테이터스가 다양해져서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전작에 존재했던 각종 무적판정이 삭제되었다. ‘다크 소울’에서는 회피와 뒤잡기 등에 존재하는 무적 시간이 상당했으나 ‘다크 소울 2’에서는 대폭 감소되거나 삭제되어 안전하게 적을 공격하는 방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작에서는 고수 플레이어가 뒤잡기 무적 판정을 이용하여 초보자를 학살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뒤잡기 중에도 공격을 받기 때문에 어려워졌다. 심지어 상자를 여는 중에 있었던 무적 시간도 감소되어 아이템 먹는다고 좋아하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죽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시스템적인 변화 외에도 전작에 비해 방패의 방어율이 하락해서 적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없게 되었으며, 적의 패턴과 함정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체감 난이도는 전작보다 훨씬 높다. 개발사에서는 화톳불의 개수를 늘리고 장착할 수 있는 반지의 숫자를 4개로 늘리는 등 편의성을 늘렸지만 딱히 편해진 것 같진 않다.
▲ 직접 상대해보면 난이도 상승이 확 느껴진다
시스템의 강화
‘다크 소울 2’에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도 추가되었다. 양손에 각각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이도류’가 본격적으로 추가되었는데, 단순히 양손에 무기를 장착하는 것만 지원한 전작과 달리 ‘다크 소울 2’에는 이도류 전용 모션이 추가되어 장착 무기에 따른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졌다. 또한 양손으로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사용하면 더 강력한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 자신의 손에 맞는 무기를 선택하자
멀티 플레이 콘텐츠도 강화되었다. 전작에서 다른 사람을 낚는데만 사용할 뿐 별 도움이 안되었던 ‘피 글씨’가 쓸모 있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피 글씨’를 적기 위해서는 ‘붉은 납석’이 필요했지만 ‘다크 소울 2’에서는 특별한 조건 없이 메뉴에서 곧바로 쓸 수 있으며, 자신이 쓴 ‘피 글씨’가 도움이 되었다고 다른 사람이 평가할 경우 소울과 체력이 회복되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살아있을 경우에만 다른 사람의 세계에 갈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다크 소울 2’에서는 망자 상태에서도 ‘암령’으로 침입하거나 ‘흰 납석’을 사용하여 도우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일정 횟수 이상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도우면 망자에서 인간으로 부활할 수 있다.
▲ 메뉴만 열면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다
▲ 덕분에 유용한 '피 글씨'를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현세대 콘솔 기기의 한계?
이번에 발매된 콘솔 버전은 프레임 감소가 플레이에 거슬릴 정도로 종종 보이는 등 개발사에서 공개한 PC 버전 시연 영상과 비교했을 때 그래픽 면에서 뒤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딩 시간 역시 상당하다. Xbox360 버전의 경우 풀 인스톨을 지원하기 때문에 PS3 버전에 비해서는 로딩이 덜하다. PS3 버전 역시 PSN에서 DL 버전으로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차라리 현재 출시 중인 PS4나 Xbox One 버전으로 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토록 어려운 게임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다크 소울 2’는 정말 이상적인 속편이다. 전작에 비해 늘어난 볼륨과 자유도, 발전한 시스템, 더 다양해진 몬스터, 강화된 PVP와 협력 플레이 등 즐길 거리가 대폭 늘었다. 게임이 어렵긴 하지만 ‘다크 소울 2’는 유저에게 ‘불가능’한 도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노력하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며, 수많은 도전 끝에 목표를 달성하는 그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처음 ‘다크 소울 2’를 접한 유저는 게임이 어렵다며 짜증내면서 패드를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의 재미에 빠져 다시 패드를 주워 들고 계속 플레이하는 자신의 모습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혈흔이 많이 보이는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 무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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