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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순도 100% 열정으로 개최! ‘하스스톤 리그’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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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본 기사는 지난 2월 22일(토)에 개최된 ‘한국 대학생 게임리그(KCLG) 하스스톤 프리시즌 결승전’의 준비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 


e스포츠와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리그인 ‘한국 대학생 게임리그’는 대학생e스포츠동아리연합회 ‘에카’가 마련한 행사입니다. 100% 대학생들이 발로 뛰어 만들어낸 행사라 화려하거나 노련하진 않지만, 풋풋한 열정이 가득했었습니다. ‘하스스톤’ 프리시즌 리그를 시작으로 한국 e스포츠 리그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 필자인 카이스트 윤덕진 학생은 대학생e스포츠동아리연합회 '에카(Ecca)'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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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토요일, 삼성동 위메이크프라이스 사옥 1층 W카페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셨던 분 있으신가요? 마치 바둑을 두는 듯한 분위기로 앉아있는 두 사람과 그 사이에 놓인 모니터 두 개, 그리고 마이크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이들과 무전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했던 이곳은 바로 ‘한국 대학생 게임리그(이하 KCLG)’의 하스스톤 프리시즌 결승전 현장이었습니다.

‘KCLG 하스스톤 프리시즌 결승전’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생e스포츠동아리연합회 ‘에카’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오프라인 e스포츠 대회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이 한국에서 열리고 이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소재로 한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리그가 프로를 위한 무대만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마추어도 프로도 모두 함께 즐기고 웃을 수 있는 리그를 열어보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생으로써, 많은 대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e스포츠 리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던 이번 하스스톤 대학리그의 준비과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지난 2월 22일 이른 시간부터 진행됐던 KCLG 하스스톤 프리시즌 결승전

신청기간 (2월 10일~2월 13일)

본격적인 대회 일정은 대회에 관한 보도자료의 배포와 동시에 진행된 참가 신청으로 시작됐습니다. 참가 신청을 비롯한 대회의 모든 진행은 리그앤토너먼트(리앤토)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픈한 KCLG홈페이지에서 진행되었는데, 공식적으로는 리앤토 시스템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대회 진행 도중에도 몇 번씩 버그 테스트와 서비스 개선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사실 ‘한국 대학생 게임리그’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개최하는 행사이기도 하고, 참가자 숫자를 가늠할 수 있는 예가 없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참가학교 중 팀 구성 최소 단위인 3명을 만족하지 못하는 곳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습니다. 신청 기간 내내 수시로 홈페이지에서 현황을 확인했고, 3명이 넘는 학교가 나올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특별히 할 일은 홍보 외에 없었던 기간이었지만 아마 제일 가슴 졸이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리그를 홍보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대학생 게임리그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개최되는 행사기이도 하고, 광고를 의뢰할 만한 사정도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보도자료와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에 의존했었는데, ‘하스스톤’을 리그 종목으로 채택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스스톤 공식 페이스북에 홍보물 게재 문의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흔쾌히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홍보를 해주셔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어서 한시름 놓았지요.

학교 대표 선발전과 행사 현장 답사(2월 17일-18일)

본격적인 리그를 진행하기 전에는 학교 대표 선발전을 진행했습니다. 각 학교 당 선수는 최대 3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어서, 모든 신청자를 경기에 출전시키기는 건 무리였으니까요.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과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따로 만들어 리그에 관련된 공지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도모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주최측도 대학생, 참가자들도 대학생이다 보니 카카오톡을 활용한 공지에도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몇날 며칠을 고민해서 만들어낸 중계 화면과


▲ 대형 모니터를 설치, 터치 방식으로 하스스톤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제일 공들였던 부분을 한 가지 꼽자면, 경기 중계 방식입니다. 리그 종목이었던 ‘하스스톤’은 관전모드가 없어서 방송을 통해 경기를 보여주려면 두 플레이어의 컴퓨터 화면을 모두 한 화면에 비춰야 했습니다. 고로 각 플레이어의 플레이 장면을 개별 캡처보드를 통해 입력받아 중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캡처보드를 구하는 일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영상을 받아오는 HDMI스위처의 전환 속도가 너무도 절망적이어서 다른 방안을 구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블리즈컨에서 진행되었던 ‘하스스톤’ 대회와 ESGN의 Fight Night라는 리그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두 방송 모두 턴마다 각 선수의 개인화면과 화상을 번갈아 보여주는 식이었는데, KCLG 리그에서 사용한 방식도 이와 유사합니다. 화면을 분할해 선수의 얼굴과 플레이 장면을 비춰주면서 진행 상황을 중계하고, 중요한 전환점이 올 때마다 해당 선수의 모니터를 송출해 주는 방식이었죠. 국내 ‘하스스톤’ 리그에서는 처음 적용된 방법인데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괜찮았기에 가장 뿌듯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2월 18일에는 행사 현장인 삼성동 위메이크프라이스 사옥 1층에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경기장 구성을 위해 현장사진도 촬영하고, 행사장 각 구역 실물 길이도 측정했습니다. 사실 이런 행사를 준비해본 경험은 전무한 상태였는데, 물심양면으로 KCLG 리그를 도와주신 전국피씨방e스포츠협회 관계자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경기가 진행된 위메이크프라이스 사옥 1층 W카페 전경


▲ 행사 전야, 여기저기 널브러진 장비 박스와…


▲ 제자리를 찾지 못한 방송장비들이 곳곳에 흐트러져 있었다

답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오후 9시, 결승전이 4일 남은 상태에서 행사장을 꾸밀 현수막과 배너는 하나도 마련되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이 정도로 포기할 제가 아니죠. 산업디자인이라는 전공을 십분 살려 포토샵과 혼연일체, 모든 디자인 작업을 마쳤고 오디오 송출 시스템과의 전쟁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하지만 폭풍전야라고 하던가요? 물 밀 듯 밀려오는 업무는 행사 전야에 잠깐 멈춘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현장 이벤트나 진행 포맷 등 준비할 건 너무 많았는데, 리그가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여태 준비한 방송장비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 정도 뿐이였죠. 아, 행사 사전 준비와 방송 프레임 작업 때문에 오전 4시가 넘어서 잠든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올 것이 왔다, 리그 당일 (2월 22일)


▲ 얼추 경기장의 모습을 갖춘 리그 현장

대망의 KCLG 하스스톤 리그 당일이 밝았습니다. 잠은 충분히 못 잤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 9시 15분쯤 현장에 도착,만반의 준비를 마쳤고 스탭들 역시 약속 시간인 10시에 맞춰서 등장했습니다. 왠지 모든 게 잘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세상 일은 쉽지 않더군요. 

‘덕진아, 미안한데 토요일이라 차가 없네…예약해둘걸.’

이 문구는 경기 중계를 맡아주기로 한 선배의 문자입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입석을 타지 못했던 I모 프로게이머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죠. 

‘형, 우선 현장에서 중계진 보충해볼 테니까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반쯤 날아가려고 하는 정신을 붙잡고 온라인 중계를 준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프리카와 다음팟, 트위치TV 세 군데에 동시 송출을 세팅했었는데 갑자기 다음팟으로만 방송이 출력되더군요. 분명 사무실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인터넷 회선도 바꿔보고 세팅도 다시 해 봤지만, 먹통이 되어버린 방송은 회생이 어려웠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이번 리그 중계는 다음팟으로만 송출하기로 결정했지요.


▲ 환하게 내리쬐던 햇살 아래 진행된 '하스스톤' 리그


▲ 색다른 분위기에 중계진들도 한껏 들뜬 모습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돌발상황 때문에 리그 개시 시간은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어진 11시 2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를 비롯한 스탭들 모두 쉴 새 없이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처음 진행해보는 오프라인 경기다 보니 실수도 만발하고 미숙한 진행도 티가 많이 나더군요. 가령 4강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특정 선수의 화면이 종종 꺼지거나, 흑백으로 변해버리고… 해당 문제는 3,4위전으로 넘어가기 전에 HDMI 관련 장비들을 모두 재부팅해서 해결했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릅니다. 

게다가 중계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해버리거나, 선수들의 덱 수정이끝나지 않았는데 중계 상태로 넘어가버리거나 하는 사소하지만 큰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방음 헤드셋을 착용한 채로 경기를 준비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은데, 다음에는 중계진과 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수월하게 만드는 방안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우승팀인 성균관대학교 '팀_선비'


▲ 아마추어 리그지만, 우승자 인터뷰도 준비되어 있었다

매 순간 후회와 반성이 이어지던 가운데, 성균관대학교 대표팀 ‘팀_선비’가 인하대학교 ‘IN하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매 경기가 너무 빨리 진행되어버려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이르게 리그가 종료됐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몰려왔습니다. 2월 10일부터 장장 2주동안 진행됐던 ‘KCLG 하스스톤 리그’가 마무리된 거죠.

에카의 첫 오프라인 대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자체 진행에 초행이라서 아쉬운 점도 많이 남았지만, 전국피씨방e스포츠협동조합 관계자분들과 위메이크프라이스,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스탭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다음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좀 더 노련해진 진행과 이벤트 구성을 마련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행사로 꾸며나가야죠!


▲ 오붓하고 풋풋한 분위기 속에 끝났던, 대학생들만의 첫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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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스톤 2015. 04. 02
플랫폼
온라인
장르
TC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은 '워크래프트' 세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온라인 전략 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펼쳐 주문을 시전하고 부하를 소환하여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영웅을 조작하여 다른 유저와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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