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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③ 수많은 규제법안, 소스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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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게임을 술과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4대중독법에 대한 논란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이 왜 나왔으며, 어디를 뿌리로 두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거론된 적이 없습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와 4대중독법의 정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3번째 편은 산발적으로 제기되던 게임 규제 아이디어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하나로 통합되었는가를 파헤쳐보는 내용입니다.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이 본격적인 게임규제의 시작이었던 셧다운제였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이번 기고는 총 4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기사는 격주로 업데이트 됩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관련기사]

[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① 규제 뿌리는 하나였다

[기고] 게임중독법 속내보기 ② 청소년 수면방해 '진범' 따로 있다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게임중독법에 대한 자료를 찾던 도중에 부딪힌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고 게임하는 모습을 ‘게임 중독’이라 말하고, 이제는 그런 ‘게임 중독’을 뇌 질환으로 규정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연결되기까지 이른 시점에서, 실제 이런 규제를 직접적으로 제도로 만들려는 건 도대체 언제부터였느냐가 궁금해졌습니다.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80~90년대 초반에 나온 오락실에 대한 뉴스를 근거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오락실이란 곳은 어느 정도 게임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곳이었고, 지금의 PC방처럼 동네 곳곳에 있지는 않았으니 영업 시간 제한 정도의 규제 선에서 그쳤습니다.

 

이후, 1998년에 IMF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기업들의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아버지들이 생계의 수단으로 PC방 창업을 선택하며 (당시의 PC방 창업 붐은 요즘의 치킨집이나 카페창업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PC방 열풍이 불며 중고등학생부터 각 회사의 과장님, 부장님들이 게임으로 점심 내기, 저녁 내기를 하는 등, 게임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오게 됐습니다. 뒤이어 MMORPG의 시대가 오면서 국내 게임산업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자 게임 그 자체가 규제의 대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지요.

 

즉, IMF 시대의 PC방 창업붐을 기반으로 PC 및 온라인게임이 큰 인기를 얻어 게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그 반대급부로 신생 문화로 떠오른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게 된 것입니다.

 

이 때 핵심적인 인물들이 전편에 언급드린 김민선 사무국장과 권장희 소장입니다.

 

처음에 이 분들의 주장은 ‘게임을 셧다운해야 한다’ 정도에 그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주장과 근거들이 하나씩 덧붙기 시작했고, 언론들은 게임 중독이 만악의 근원이라며 선정적 기사들을 쏟아내며 규제론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결국 2008년 김재경 의원이 17대에 입법이 추진되다 폐기되었던 게임 규제법을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 발의되었던 법안은 당시 게임 업계의 폭풍 성장에 눌려 추진력을 얻지 못했지만, 이제야 말로 게임 규제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었다는 때가 왔다는 판단이 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재경 의원의 이 법안은 눈치만 보며 뒤로 밀리다 2010년에야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8대 국회 동안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도합 5개의 게임 규제법이 발의되었고, 각종 규제 내용들에 대한 문화부 안과 여가부안 등 정부의 대안입법까지 포함하면 7개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 양 당의 합의에 의해 여가부안으로 가결된 것이 지금의 '셧다운제'입니다.

 

그런데 이 발의자들의 입법 관련 토론회들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셧다운제가 한창 논란화되던 2010년 3월 26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법 입법 공청회’라는 곳에서 권장희 소장은 8개의 규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핵심은 이전까지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합친 ‘게임 규제’의 총정리이자 최종 목표를 만들어 공개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인터넷게임중독 예방법 입법 공청회 당시 권장희 소장이 제시한 8대 규제방법

 

이 규제안들은 이후 입법되는 게임 규제법안들에 일종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게임 업계를 압박하며 이 내용들을 관철시키게 되지요. 이것들 중 일부는 이미 도입이 되었고, 일부는 입법에 실패하자 게임 업계에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만들었으며, 또 일부는 앞으로 진행되는 규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생각하면 앞으로 입법되는 법들에 이 내용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회에서 정리했던 표에서처럼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뜻이지요.

 

▲ 지난 1화에 제시된 바 있는 셧다운제 법률안 4종 세부 내용

 

그런데 왜 이런 한두 사람의 주장을 바탕으로 게임 규제에 대한 틀이 잡히고 있는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들과 종교계의 주장으로 ‘게임 규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고 했을 때, 게임 규제를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합리적 안을 내놓은 곳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도 자발적으로 이런 부분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합의를 만든 적이 없고, 학계에서도 딱히 이런 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규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저 안을 가져다가 적당히 조절해서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전에 만들어진 게임 규제 아이디어를 대신할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외치는 사람들의 일관된 목소리(사실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국회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1994년 하이텔 ‘게임제작동호회(게제동)’ 활동
 1996년 아마추어 개발
 1999년 MMORPG <아타나시아>를 시작으로 전업 개발자
 2000년 KGDA(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설립 발기인
 2004~201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외래교수

 이메일: zondug.kim@gamedevguild.kr, 트위터: @gdguildo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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