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 메모리
시장에 고성능 고스펙 메모리 제품들의 약진이 심상찮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대변되는 대기업들의 텃밭이었던 국내 메모리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도가 최근 펼쳐지는 모양새다. 일부 글로벌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들고 나와
반짝 성공을 거둔 사례는 있었으나, 이처럼 꾸준히 주목받는 모습은 드물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간다.
그 돌풍의 중심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지스킬(G.SKILL)’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지스킬은 그간의 천편일률적인 메모리 제품과는 다른 화려한 외관은 물론, 스펙별로 세분화된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활발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메모리 제품군 카테고리의 인기 제품 상위 20개 중 지스킬 제품이 무려 14개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스킬이 외산 메모리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순조롭기만 한 행보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스킬 한국 공식 수입사인 이노베이션티뮤가 5년 전 지스킬을 처음 국내에 소개했을 당시만 해도 고성능 메모리 시장은 규모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 지스킬은 외산 브랜드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한국형 고성능 메모리’라는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지스킬의 국내 런칭 5주년을 맞아 이승태 이노베이션티뮤 전략영업부 부장을 만나 지스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승태 이노베이션티뮤 전략영업부 부장.
지스킬, 과거의 실패에서 미래의 성공을 엿보다
이노베이션티뮤가 지스킬 브랜드를 5년간 국내에서 꾸준히 성장시켜올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이승태 부장은 철저한 시장 분석을 꼽았다. 기존에 고성능 메모리를 들고 국내에 진입했던 외산 업체들의 실패 요인이 실제 시장 규모보다 훨씬 부풀려진 거품에 의존했기 때문이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고성능 메모리는 주로 게이밍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이 주도해왔는데, 한국이 e-스포츠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너도나도 한국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높은 만큼 시장 규모도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현실적이지 못한 물량과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들과 전혀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이 점에 이노베이션티뮤는 주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밝은 수입사 및 유통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이노베이션티뮤는 철저한 분기별 시장조사와 함께 보다 현실적인 마케팅을 위해 지스킬 본사와 끊임없는 조율에 들어갔다. 본사 임원이 매달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해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타 브랜드들이 반복해온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기존 메모리 제품군들과의 가격 장벽을 해소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시장이 작은 만큼 일반 제품들과의 가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가가 관건이었다. 이 점에 있어서도 이노베이션티뮤는 원가 변동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내부 정책을 세웠다.
실제로 올해 중순 메모리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당시에도 지스킬 제품의 가격은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대부분의 메모리 제품들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지스킬 제품과 가격차가 얼마 벌어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노베이션티뮤는 절대적인 가격차가 발생하는 부분은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메운다는 전략도 함께 가져갔다. 이 부장은 “소비자 불만은 단순히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보다 이를 응대하는 방식이나 얼마나 투명성 있게 처리하는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면, 그에 걸맞게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서 그만한 가격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려는 지스킬 메모리 제품에 대한 이노베이션티뮤의 라이프타임 워런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라이프타임 워런티는 해당 제품이 몇 년이든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동안 사후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을 말한다. 앞서서도 라이프타임 워런티를 내세운 업체들은 여럿 있었으나, 정작 업체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이름만 무색했던 사례도 많았음을 고려하면 지스킬이 5년간 국내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음은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크다.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지스킬 본사와 이노베이션티뮤의 강력한 대응도 같은 맥락에서다. 불과 10~15%의 가격 차이임에도 병행수입 제품은 정상적인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 더구나 이러한 차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입게 되면 정작 지스킬 브랜드는 물론 이노베이션티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본사 차원에서의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하이엔드 사용자 넘어 ‘한국형 고성능 메모리’ 꿈꾼다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주요 타깃은 역시 게이머라 할 수 있다. 고사양 메모리가 일반 제품보다 고가라 하더라도, 고사양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한 시스템 구성에 있어서는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스킬 역시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리그 공식 후원 메모리로 활동하는 등 프로게이머 및 게임 시연 PC 등에서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아왔다.
때문에 고성능 메모리는 일부 하드코어 게이머들만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도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지스킬은 꼭 필요한 기능만을 탑재하고 대신 좀 더 합리적인 가격대를 구현한 ‘한국형 고성능 메모리’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장은 “올해 중순부터 이노베이션티뮤가 지스킬 본사측에 의뢰해 한국형 메모리 모델 개발에 착수했고, 그 결과물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이르면 내년 초 정식으로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라며 “기존 지스킬 제품이 일반 메모리 대비 약 20%의 가격차가 있었다면, 이 제품은 10%내외로 줄여 좀 더 실용적인 고성능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지스킬의 한국형 고성능 메모리는 그간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는데 주력해온 이노베이션티뮤의 행보에 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제는 지스킬 메모리를 몰라서 못 쓰는 사용자들보다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사용자들이 더 많다는 판단이 섰음을 의미하기 때문. 한국형 지스킬 메모리 출시에 발맞춰 이노베이션티뮤의 고객 서비스 시스템도 한층 보강될 것이라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고성능 메모리 제품군 외에도 내년에는 지스킬 브랜드의 다양한 게이밍 기어들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게이밍 기어 개발에도 국내 게이머들의 취향과 습관을 반영한 이노베이션티뮤의 조언이 적극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노베이션티뮤는 연말을 맞아 지스킬 정품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시리얼 및 정품 사용 중임을 인증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구매자는 물론 기존 정품 사용자들도 해당되는 만큼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부장은 “이제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평가 기준이 단순히 제품을 넘어 서비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만 프리미엄을 외칠 것이 아니라 얼마나 소비자들과 잘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내년 지스킬이 한국형 고성능 메모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서비스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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