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순간 현실과 게임을 넘나드는 기분을 선사하는 작품 '테어어웨이'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의 미디어몰레큘이 신작을 내놨다. 팝업북 컨셉의 액션 어드벤처게임인 ‘테어어웨이(Tearaway)’는 털실과 천으로 만든 듯한 느낌을 자아냈던 전작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미디어몰레큘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콘텐츠를 녹여냈다. 유저 제작 콘텐츠(UCC)를 강화하고 그로 인해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말이다. 작년 9월에 출시했던 ‘리틀 빅 플래닛 비타’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지형을 꾸미고 미니게임을 만드는게 가능했다면, ‘테어어웨이’의 핵심 콘텐츠는 종이접기다.
사실 ‘테어어웨이’를 처음 보면 종이접기는 고사하고 ‘그냥 평범한 액션 어드벤처게임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지역에서 장애물을 넘고 색종이를 모으고, 숨겨진 보상들을 찾는 일련의 행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개발사의 재치와 아이디어에 끊임없이 감탄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왜냐고? ‘테어어웨이’는 그야말로 PS비타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플레이어를 완벽하게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을 가졌으니까.
▲ '테어어웨이' E3 2013 트레일러 (영상출처: 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공식 채널)
내 두 손으로 메신저를 돕는다
‘테어어웨이’와 현실의 경계를 지우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하는 것은 바로 조작법이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조작하는 데에는 아날로그 스틱과 ○△□X 키를 사용하고, 가끔 상단 R, L버튼도 쓰인다. 이와 같은 방법은 기존 어드벤처게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미디어몰레큘은 PS비타의 장점을 게임 속에 기민하게 활용했다. 바로 전면&후면 터치 패드와 카메라, 음성 녹음 기능 말이다.
▲ 후면 터치 패널 패턴이 새겨진 이 부분을 만나면
PS비타의 후면을 두드려주자
▲ 전면 터치는 지문으로 표기
의아할 수도 있다. ‘어드벤처게임에 왜 저렇게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라는 질문도 생긴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감정은 거의 사라진다. ‘테어어웨이’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속을 누비는 캐릭터가 아닌, 그들을 돕는 신이 되기 때문이다. 메신저(‘테어어웨이’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부르는 총칭) 아이오타가 태양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관을 만나면 절대적으로 플레이어의 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메신저가 풀이 묻은 벽을 따라 이동하면 종종 길이 끊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플레이어는 전면 터치로 종이를 펼쳐 캐릭터가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후면 터치 역시 메신저의 점프력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날 때 플레이어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 길은 없는데, 앞에 있는 기둥이 종이로 덮여 있다면
▲ 직접 뒤집으면 쨔잔! 길을 개척했다
▲ 풀을 칠한 길 역시
▲ 말려 있는 종이를 펴면 출현한다
게다가 위와 같은 PS비타의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전면 터치는 뒤집어진 스크랩(‘테어어웨이’에 등장하는 적의 총칭)을 눌러 처치하거나 특정 지형에 덮여 있는 종이를 밀어서 제거하는 데도 필요하다. 후면 터치 패널은 메신저를 띄울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종이 바닥을 뚫어 장애물을 쓰러트리고 기둥을 밀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심지어 색을 잃은 주변 기물을 카메라로 촬영해 본 모습을 찾아주며, 직접 녹음한 목소리를 적을 쫓는 데 사용하는 등 한시도 플레이어가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시로 태양에 유저의 얼굴을 비추어 내가 이 세계의 신임을 상기시켜 주는 건 덤이다.
▲ 쑥! 올라온 이것은
바로 나의 손가락
▲ 지켜보고 있다…
즉, ‘테어어웨이’의 조작은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플레이어의 영향력을 요구하고 메신저를 포함한 모든 등장 캐릭터들이 유저를 우러러보는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내가 중요한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리틀 빅 플래닛’에서 단순히 모니터를 통해 캐릭터를 바라보고 조작하는 제3의 인물이었던 플레이어를 효과적으로 게임 속에 끌어들인다.
종이, 가위, 그리고 풀
앱스토어로 출시된 모바일게임 중 ‘이어 워크(Year Walk)’라는 작품이 있다. 이 게임은 스웨덴의 인디 개발사 시모고에서 제작한 호러 어드벤처로, 곳곳에 산재한 힌트를 모아 특정 정원의 문을 여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몽환적인 그래픽 외에는 다소 특별할 것 없는 게임이지만, ‘이어 워크’를 플레이하면서 놀랐던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바로 게임과 연계된 개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회차 플레이 시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다.
‘테어어웨이’ 역시 게임 외의 콘텐츠로 작품의 여운을 진하게 이어가는 작품이다. 본 작품은 팝업북에서 영감을 얻어 그와 비슷한 느낌의 그래픽으로 구현됐는데, 이를 감안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종이접기’를 게임에 접목했다. ‘테어어웨이’를 진행하며 곳곳에서 획득 가능한 종이 도면이 그 매개체다.
▲ 어젯밤에 하얗게 불태운 듯한 도형을 카메라로 찍으면
▲ 실제 도면으로 등장하는데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 및 주변 기물의 종이 도면을 대부분 얻을 수 있고, 해금된 도면은 공식 사이트에서 인쇄 가능하다. 애초 그래픽이 종이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도면을 완성하고 나면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세계로 튀어나온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모니터 속의 2D 미소녀가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덕분에 게임 볼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으나, 종이공예를 게임과 연계하여 스토리를 완료한 후에도 놀 거리가 풍부하다. 그래서 가위질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돌려주고, 아이들은 게임 외의 재미를 얻을 수 있다.
▲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엘크'라는 동물인데요
▲ 오, 비슷합니다
▲ A4용지로 만들었는데도
플레이모빌의 무게를 잘 버텨냅니다
개발사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
‘테어어웨이’에는 블록버스터급 시나리오나 현실적이고 웅장한 그래픽이 없다. 전체 플레이 시간은 엔딩까지 총 4시간 정도로, 작품 하나만 봤을 때는 그리 길지 않다. 이것만 보자면 5만원에 육박하는 타이틀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PS비타의 모든 기능을 게임 시스템 속에 자연스럽게 접목한 아이디어와 플레이어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명민한 장치들은 꽤 인상적이다.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자라면, 또는 뭔가 독특한 작품을 경험해보고픈 게이머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타이틀이 될 것 같다.
▲ 이렇게(?) 신선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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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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