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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 PC의 시간을 되돌리자](2) FP RAM에서 DDR3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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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은 지난 20년간 PC의 발전상을 살펴보는 몇 편의 기사를 연재 중입니다.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20년 전, 그리고 10년 전 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CPU편은 즐겁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CPU에 이어 메모리 이야기를 해 볼 생각입니다. CPU의 급격한 발전만큼은 아니라 해도, 지난 20여 년간 메모리 분야에서도 재미있는 ‘사건’이 많았으니까요. 자, 함께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20년 전 주력 메모리는 바로 이 제품!

 

20년 전, 1993년은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난 해이기도 했습니다. 선진국, 기술강국들만의 독무대였던 반도체 시장에서 믿을 수 없게도 한국의 기업이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한 해이기 때문이지요.

 

삼성전자는 1993년 DRAM 반도체 시장에서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이후 20년간 삼성전자는 주도권을 내어준 일 없이 오늘날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삼성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차치하고 보면, 참으로 대단한 성과임에 분명합니다.

 

 

초기의 PC는 메모리가 메인보드의 소켓에 장착된 형태였습니다. 메모리 칩 단위로 설치해야 하던 탓에 개인 사용자가 이를 구매해 설치하기란 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시스템 역시 메모리의 확장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요. 이후 PC/AT 시절로 접어들며 보다 풍족한 메모리를 손쉽게 확장할 수 있도록 메모리만을 모듈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93년 당시는 30핀 8비트의 메모리 모듈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FP RAM’이라 불리던 30핀 메모리입니다. 386DX나 486 시스템의 버스는 32비트였고, 메모리는 8비트였으니 부족한 대역폭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 8비트 메모리 네 개를 꽂아주어야 했지요. 검지손가락 길이의 작은 메모리 4개를 일렬로 장착한 모습을 기억하실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16비트인 386SX나 286은 두 개를 꽂아야 했겠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PC는 ‘첨단기술의 총아’라 할만한 제품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 물건을 손에 넣었다면, 그 호기심에 내부를 엿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아마 그 시절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신 분들이라면, 위 이미지와 같은 모양의 메모리를 쉽사리 기억해내실 겁니다.

 

 

낯선 브랜드인가요? 그렇다면, 아마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으신 독자이신 게 분명할 겁니다. ‘GoldStar’는 한국의 전자기업 금성의 브랜드였습니다. 당시엔 삼성뿐만 아니라 금성(현 LG)과 현대도 반도체 사업을 꾸려가고 있었지요.

 

DRAM을 만들던 금성일렉트론은 이후 1995년에 그룹 전체가 LG로 사명을 바꾸며 LG반도체가 됐고, IMF를 겪으며 메모리를 만들던 또 하나의 한국기업 현대전자산업에 합병됐습니다. 현대전자산업은 이후 하이닉스(Hynix)로 사명을 바꾸게 됩니다.

 

 

가격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386, 486 사용자들은 더 넉넉한 메모리를 장착하는 공통의 꿈을 가졌었지요. 대부분의 PC엔 4MB, 조금 넉넉한 집안(?)이라면 8MB 정도를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30핀 메모리는 256KB, 1MB, 4MB 용량으로 출시됐는데, 4MB 모듈은 가격이 어마어마해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486은 이런 메모리 네 개를 같이 꽂아야 한다고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 하나에 20만원이 넘던 4MB 모듈 4개면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오늘날 PC 한 대 가격보다 비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용자들의 꿈은 제발 1MB 메모리 네 개만 구입하는 것이었겠지요. 1MB 네 개를 구입하는 데만도 수십 만원이 필요했으니 당시 램 가격은 CPU 가격만큼이나 무지막지 비쌌던 셈입니다.

 

이후 메모리는 32비트 기반의 72핀으로 발전합니다. 486에는 한 개, 펜티엄 계열에는 두 개를 꽂아야 했던 72핀 메모리는 핀의 변화 없이 대역폭을 개선한 EDO 메모리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10년 전, 2003년엔…

 

시간을 조금 앞으로 이동해 보겠습니다. 10년 전인 2003년은 인터넷이 일반화 됐고, PC의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데 비해 가격은 급격히 낮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인텔과 AMD가 CPU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고, 메모리 시장엔 삼성, 하이닉스, 미이크론, 엘피다, 인피니온 등 굵직한 업체에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까지 가세하며 매해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CPU 편에서 살펴보았듯, 이 시절은 이미 윈도XP가 주된 OS로 자리잡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2003년은 한마디로 DDR400 SDRAM의 전성기였다 할 수 있습니다. RDRAM으로 잠시간의 외도(?)를 마친 인텔이 DDR SDRAM으로 회귀했고, AMD 역시 이를 지원하며 당시 DDR 방식의 메모리로는 가장 높은 200MHz의 동작속도를 가졌던 DDR400 메모리가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오늘 죽느냐 내일 죽느냐를 놓고 거대기업들간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가격은 더할 나위 없이 저렴했겠지요. 여기에 DDR400을 지원하는 콘트롤러, 메인보드가 시장에 물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니 상황이 ‘딱’ 맞아 떨어진 셈입니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DDR400으로 옮겨 탈 수 있었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이미 64비트 대역폭을 가졌던 메모리임에도 각 제조사들은 이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진 168핀으로 발전한 SDRAM 하나만 꽂아도 시스템이 동작했는데, 이 시기에 이르러 다시 두 개를 꽂아야 동작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메모리의 성능을 향상시켜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흔히 ‘듀얼 채널’이라 불리는 이 방식을 통해 시스템들은 128비트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이지요. 쉽게 생각하자면, 30핀 시절 FP RAM을 4개씩 꽂았던 방식을 되살려낸 것입니다.

 

인텔의 8, 9 시리즈 메인보드. 과감하게 칩셋 시장에 뛰어들었던 엔비디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VIA와 SIS 등 꽤나 많은 종류의 칩셋, 이를 채용한 보드들이 시장에 존재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FP RAM, EDO RAM, SDRAM, 그리고 DDR SDRAM

 

그 사이 FP RAM은 EDO RAM으로, 다시 SDRAM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486에 사용하던 30핀 메모리가 FP 램이며, 이를 32비트로 확장한 것이 72핀 램, 이 램의 대역폭을 개선한 것을 EDO 램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메모리들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프로세서의 버스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이 개발된 것이 SDRAM입니다. 100MHz 버스 속도를 유지하고, 두 개의 기억장치에 동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 것이지요.

 

다른 방식의 RDRAM이 인텔에 의해 잠시 사용된 예가 있습니다만, 결국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인텔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끝을 맺게 됩니다.

 

반면 SDRAM은 이후 한 번의 동작 주기에 한 번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대역폭을 높여갔습니다. DDR2, DDR3 등 메모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에 성능이 빨라진 메모리 몇 개를 병렬로 묶어 더 빠른 성능을 만들어내는 기법도 지속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DDR3 메모리 세 개를 묶어 사용하는 제품도 존재합니다. 과거와 달리 프로세서 내부에 메모리 콘트롤러가 집적돼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지요?

 


[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의 개념도]

 

메모리는 지금도 발전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현재의 DDR3보다 15배나 빠르다는 ‘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가 발표됐지요. 우리는 언제쯤 이 매력적인 메모리를 PC에 사용해 볼 수 있을까요? 무척 기대가 됩니다. 아마 10년 후엔 바로 이 기사와 같이 과거를 되짚는 기사를 통해 “예전 사용자들은 지금으로 보면 형편없이 느린 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의 등장에 열광했다”고 쓰게 될까요?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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