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상인 NPC가 미쳤어요 TOP 5

최근 마비노기에서 돈 복사 버그가 터졌다. 12월 적용된 묶음 구매 기능을 특정 금액 이상으로 사용할 시 오버플로우가 발생하며 낮은 가격에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태가 퍼지자 제작진은 해당 버그는 수정하고 버그 악용자에 대한 제재와 함께 99%에 달하는 부정 이득을 회수한다고 밝혔지만,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게임에서 상점 버그를 이용한 돈이나 아이템 복사 버그가 종종 발생했는데,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며 경제가 형성되는 온라인게임에서 이 같은 사태는 자칫 게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례가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온다면 치트키 같은 소소한 재미요소가 된다. 방금 100원에 산 아이템을 120원에 되사기도 하고, 물건값을 준 후 정작 물건은 가져가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저 가게는 대체 뭘 먹고 사나 의심이 들 정도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않는 횡재와도 같다. 특히 짜임새 있는 QA가 어려웠던 과거 게임들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아낌 없이 퍼 주는 상인 NPC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씰-나르실리온으로 이어지는 바람과 가람 3부작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명작으로 칭송할 만큼 아는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게임이다. 이 중 발매 순서로도, 세계관 흐름 상으로도 두 번째 작품인 레이디안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액션 RPG로, 전투가 어려운 건 물론이고 소모품이나 장비류 가격 밸런스도 상당히 높게 잡혀 있는 데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기에 돈 벌기도 어려웠던 게임이다. 물론 정상적으로 플레이 할 경우다. 많은 이들은 이 게임에서 돈 걱정 없이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첫 번째는 세이브&로드 신공을 이용한 도박장 털어먹기, 또 하나는 아이템 되팔기다.

아이템 되팔기의 경우 최상위 회복약인 엘릭서가 활용됐는데, 체력과 마력을 모두 회복시켜주는 끝판왕급 회복 아이템으로 4~5개만 사도 웬만한 종결급 장비류 가격이 나오는 약이었다. 원래 의도는 정말 비상 상황에나 하나 먹기 위해 들고 다니라는 의도였겠지만, 버그로 인해 중후반 상점에서는 이 엘릭서를 초기 아이템 가격에 판매했다. 그런데 이를 되팔 때는 원래 비싼 가격에 비례해 매입가를 매겼으니, 그 자리에서 몇 배의 이득을 쉽게 취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상점에서 엘릭서가 등장하는 중반 이후엔 게임 난이도가 급격히 쉬워져 수많은 괴물들 사이에서도 무한 회복술을 펼치며 누구나 손쉽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훌륭한 밸런스 조절 버그였을지도?

국산 RPG 여명기에 등장한 포가튼 사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외전격 게임으로, 당시 게임치고 매우 높은 자유도를 자랑했으나 그만큼 많은 버그로 악명 높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그 중에는 버그라고 부르기에도 어려운 상점이 몇 곳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고락스 마을에 있는 아이템 가게와 주점 등이다. 이 곳들에서 판매하는 해독약, 고락주 등은 소모성 아이템인데, 잔뜩 산 후 되팔 경우 산 값보다 비싸게 구매해준다. 예를 들어 100겔더짜리 고락주를 되팔면 280겔더에 팔 수 있기에, 사고 팔고만 반복해도 갑부가 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렇게 아이템을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주는 집 중에는 자리건드 마을에 있는 '장사 안 되는 주점'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 곳은 가게 경영이 위험 상황에 빠지자 같은 동네에 있는 장사 잘 되는 주점을 망하게 하기 위해 악당들에게 의뢰해 대표 가수를 납치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다.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자신들의 경영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우선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쨌든 여기서 얻은 돈으로 최고급 물약과 상점표 고급 무기들을 잔뜩 사 들고 다녔던 주인공 파티로서는 잘 된 일일 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최신 게임인 스토커 2: 초르노빌의 심장부에도 이러한 아낌 없이 주는 상인이 등장한다. 게임 극초반부터 적용 가능한 버그인데, 일단 2개 이상 겹치기 가능한 아이템을 최대한 많이 모은 후 아무 상인이나 골라서 거래를 시작한다. 만약 해당 상인이 이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면 전부 사서 없앤다. 이후 거래창에 해당 아이템을 전부 올리고, 다시 내 인벤토리로 드래그한다. 그러면 아이템을 몇 개나 돌려놓을지 묻는 창이 뜨는데, 해당 창을 무시한 채 거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마치 아이템을 모두 판 것처럼 돈이 들어오고 아이템은 상인의 인벤토리로 이전된다. 여기서 아까 그 창의 아이템 전부 돌려받기 버튼을 누르면 아이템을 다 가져올 수 있다.

현실로 반영하면 상점에 아이템을 팔기로 하며 돈은 받았는데, 정작 아이템은 가져가지 않고 되돌려 준 상황이다. 황당할 따름이지만, 스토커 2의 세계에선 이것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게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다소 급하게 만들어져서인지 이런 버그가 내재된 채 출시된 것으로 보이는데, 다행히고 1.1 패치에서 막히며 상인의 가계부를 안정화시켰다. 참고로 이와 방식이 같지만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버그가 바로 아래 소개할 파랜드 택틱스 2 버그다.

한국에서 유달리 흥행한 작품이자 '택틱스'라는 이름을 유행시킨 RPG, 파랜드 택틱스. 그 두 번째 작품인 파랜드 택틱스 2는 사실 밸런스 면에서 다소 거친 작품이었다. 스테이지 난이도도 들쑥날쑥한데다, 육성 측면에서도 주인공인 카린만 제대로 육성하면 모든 스테이지를 전체마법으로 손쉽게 끝낼 수 있을 정도. 물론 이러한 방법을 모른다면 다소 어렵기도 하고, 육성 트리 잘못 탔다가 중간에 막혀 영원히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에 마냥 쉬운 게임이라고 추억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런 인생 실전 세계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상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약초나 회복약 등 수많은 아이템들의 수량을 99개로 맞추기만 하면 된다. 장비 아이템을 팔고 각종 아이템을 전부 다 팔아서라도 어떻게든 특정 아이템 수량을 99로만 맞추면 그 다음부턴 돈이 무한 생성된다. 아이템을 모두 팔아도 수량이 99에서 변경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싼 약초 기준으로 극초반부터 사용 가능한 수법이었기에, 파랜드 택틱스 2에서는 돈 아껴가며 플레이 한 기억이 없을 정도다.

2023년 주요 GOTY를 싹쓸이하며 게임계 GOAT에 오른 발더스 게이트 3에도 이러한 상인들은 숨어 있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돈과 아이템을 제공해주며 일리시드에 대항하는 주인공을 응원해줬다. 가장 유명했던 사례는 일명 '주머니 치기'라 불리는 수법이다. 한 캐릭터로 상인과 거래창을 열고 빈 주머니를 판매한 다음 해당 주머니에 상인의 아이템을 최대한 담는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로 전환한 후 해당 주머니를 열면 '전부 습득' 버튼이 활성화되는데, 이를 누르면 해당 주머니에 있는 아이템이 전부 내 인벤토리로 들어온다. 물론 돈은 나가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꾸러미 치기'라 불리는 수법이다. PC판에서는 거래 아이템 창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다중선택 하는 것이 가능한데, 여기서 고르고 싶은 아이템을 다중선택한 후 마지막 물건을 가장 싼 물건으로 고른 후 내 인벤토리로 드래그하면 해당 아이템이 모두 옮겨지지만 돈은 마지막에 고른 싼 물건값 하나밖에 지불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상인 로딩 시간에 잘 맞춰 일괄판매 버튼을 연타하면 물건은 그대로인 채 돈만 들어오는 버그도 존재했다. 물론 해당 버그들은 추후 패치에서 대부분 막혔지만, 이미 상인들의 지갑은 너덜너덜해 진 상태. 만약 상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면 세계(나)를 구하기 위한 기부였음을 속삭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