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게임스컴에 풋풋한 신작으로 출품했던 배틀그라운드는 현재까지 어떠한 게임도 넘지 못한 스팀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인 325만 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스팀 출시 이후에도 기종에서는 콘솔과 모바일, 지역적으로는 인도 등 신시장에 진출하며 7년이 지난 현재도 안정적인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크래프톤이 제2의 배틀그라운드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유력한 후보작을 게임스컴 2024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크래프톤의 출품작은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로 압축된다. 배틀로얄 전성기를 연 배틀그라운드를 시작으로, 배틀로얄에 던전 공략과 RPG를 더한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완전히 다른 장르로 나아간 인조이까지 점점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흐름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방향성을 21일 게임스컴 2024 현장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쇼케이스에는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를 각각 맡고 있는 안준석 PD와 김형준 PD가 등장해 자사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을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안준석 PD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하며 배틀로얄, 던전 공략, RPG가 결합되어 하드코어한 원작 게임성을 어떻게 하면 모바일로 부드럽게 옮길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안 PD는"터치 기반의 작은 화면에서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하면서도 깊이를 유지하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저희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힌트를 준 것 중 하나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다. 안준석 PD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각자 스타일에 맞게 컨트롤 방식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처럼 2핑거, 3핑거, 4핑거까지 손가락을 활용한 조작을 적극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사용하는 손가락 수를 본인 취향과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데,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그 경험이 전수된 셈이다.
이어서 대중적인 기기인 모바일이라는 특성에 맞춰 하드코어한 게임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다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안준석 PD는 "AI 용병도 있어서 파티플레이도 지원하며, 다른 유저들과도 팀을 이뤄 능동적으로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다"라며 함께하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각기 다른 스킬과 역할을 지닌 클래스를 원하는대로 조합하고, 이를 토대로 일반부터 헬까지 4가지 난이도로 나뉘는 던전을 공략해간다.
이처럼 쉽고 직관적인 게임성에 몰입도를 높여주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더해진다. 안 PD는 "언리얼 5.2를 사용해 현실감 있는 던전, 다이나믹한 조명, 정교한 모델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사운드 역시 숨소리, 횃불 소리, 무기가 부딪치는 충돌음을 통해 몰입감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인조이에 대해서는 MMORPG만 20년 넘게 개발해온 김형준 PD가 인생 시뮬레이션에 도전한 이유와 개발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 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개발 배경에 대해 김형준 PD는 "인생 시뮬레이션을 오랜 기간 즐겨왔다. 미술을 전공하여 유저가 원하는 캐릭터 등을 만드는 커스텀 콘텐츠를 즐겨했고, 이제는 장성한 아들과도 곧잘 해왔다. 나중에는 아들과 함께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인조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심즈다. 실제로 심즈에서 심과 같은 '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조이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 인조이의 목표다. 다만 게임 내에서 구현되는 것은 조이와 집 주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게는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집을 꾸며 일상을 즐기는 것에서 출발해 넓게는 도시 전체에서 여러 조이들과 교류하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경험할 수 있다.
김형준 PD는 “도시 안에서 조이들이 서로 싸우거나, 불쾌해하거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설정할 수 있고 날씨도 조정 가능하다. 도시 한 곳에 200곳에 달하는 꾸미는 공간을 마련했다"라며 "도시 안에 있는 조이들이 대화하면 그 내용이 도시 내 커뮤니티에 퍼진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홍보하면 소식이 널리 전해지며 물건이 많이 판매되거나 반면 돈을 훔치는 것이 들통나면 나중에 검거된다는 점이다. 모든 사건은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 인조이 안에서 떠돌고, 카르마 시스템에 쌓여서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봤다면 트레일러에 나온 것처럼 멋지게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러한 측면이 강해지면 '게임'이 아니라 '일'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몰입도가 급격하게 하락하기도 한다.
이에 인조이가 추구하는 또 다른 방향은 간편함이다. 우선 이 장르에서 보편적인 유저들이 서로의 캐릭터와 건축물 디자인을 공유하는 자체 플랫폼 '캔버스'가 제공된다. 여기에 AI를 기반으로 원하는 재질을 바로 생성해서 가구, 옷, 가구를 만들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를 넣으면 3D 오브젝트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3D 프린터도 지원한다. 안 PD는 "미술 전공에, 20년 넘는 개발자에, 커스컴 콘텐츠를 즐겨함에도 만드는 과정은 손이 많이 가며 외부 툴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을 게임 내 AI와 시스템으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에서는 초보 개발자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자동차가 도시에 둥둥 떠다닌다거나, 도시 안 조이들이 모두 차도에 나와서 대화하다가 차에 치인다거나, 햄버거 가게에 일하는 직원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아 매장이 쓰레기로 가득차거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조이 600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등이다.
마지막으로 안 PD는 "앞서 이야기한 부분은 현재는 모두 해결됐다. 인조이 팀이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 수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이 장르에서 높은 꿈을 꾸고, 유저들과 소통하며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아직 걸음마 단계 아기 정도인 인조이를 멋진 어른으로 키우겠다"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바탕으로 전 직원 3,000명 이상의 거대한 게임사로 성장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뒤를 이을 차기작 발굴이 더디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이번 게임스컴에 출품한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가 어려운 과제를 해소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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