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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작 리메이크에 쏠리는 부정적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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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토니시아스토리 리파인 플레이엑스포 부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스토니시아스토리 리파인 플레이엑스포 부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대원미디어가 어스토니시아스토리 리파인을 공개했다. 1994년 손노리가 출시한 어스토니시아스토리를 리메이크 한 것인데, 2002년작 어스토니시아스토리 R에 이은 두 번째 리메이크다. 시연 버전에서는 신규 시스템이 일부 추가되고 전반적인 그래픽이 새로 구현된 점이 확인됐다.

다만 여론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어스토니시아스토리 리파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최근 게임업계 분위기가 그렇다. 환세취호전, 창세기전, 얼론 인 더 다크, 시스템 쇼크 등 추억 속 명작들이 지속적으로 리메이크 되고 있으나, 성공 사례는 바이오하자드 RE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극히 적다. 명작 리메이크 타율을 야구 타자라고 치면 진작에 방출됐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이 어스토니시아스토리 리파인에도 이어질까 걱정하는 여론이 많다.

명작 리메이크는 양날의 검이라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원작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자니, 과거 게이머들에게는 추억보정 조미료가 한껏 배어든 과거 명작의 모습과 비교당하고 현대 게이머들에게는 구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고 원작의 틀만 남기고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하자니 원작훼손의 비판이 따라온다. 선을 잘 지켜 적절히 고쳤더라도 이번에는 "옛 느낌이 아니야!" 라는 취향적 비판이 등장한다.

스토리와 엔딩 등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보니 기존 유저들에겐 큰 메리트가 없는데, 이를 건드리는 순간 기존 팬들의 분노를 산다. 원작과 하나하나 비교당하며 이것 낫네 이건 아니네 하는 평가를 들어야 하고, 나은 점이 더 많더라도 덜한 점 몇 개가 눈에 띄는 순간 혹평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을 통과한 게임은 바이오하자드 RE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등 극소수 뿐이며, 심지어 이들마저도 저런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이처럼 명작 리메이크는 일반 게임보다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

추가로, 게임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명작 리메이크만으로는 상업적 수지가 안 맞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단적으로 옛날 명작들은 개발진 몇 명, 혹은 십수 명이 생활비나 받으면 다행인 상황에서 열정페이와 사람 갈아넣기로 만들어낸 경우도 많았다. 전반적인 개발자 임금도 적었고, 시장도 작았다. 성과를 냈다 해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작은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 수준에서 '대박' 소리가 났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옛날 수준의 성과를 낸다면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혹평이 뒤따르는 순간 옛날 수준의 성과조차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최근 과거 명작을 리메이크 했다가 흥행 실패를 인정한 모 게임은 "인건비조차도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개발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리메이크 하기 적합한 게임은 명작보다는 수작 정도의 평가를 들은 게임들이다. 당시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긴 했으나, 시대와 사업적 상황 상 아쉬운 점이 꽤 많았던 게임 말이다. 창세기전 시리즈로 따지자면 템페스트 정도가 있겠고, 어스토니시아 시리즈로 보자면 포가튼 사가다. 최근 펀딩을 시작한 프린세스 메이커: 카렌의 경우도 아쉬움을 짙게 남긴 프린세스 메이커 Q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에 해당한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재미만큼이나 아쉬움이 큰 작품들이며, 패치 정도로 개선되지 않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 욕구가 남아 있다.

과거 명작을 리메이크 해 흥행과 평가 모두 호평받기란 낙타가 바늘 지나가는 것만큼 험난한 길이다. 오직 하나의 이점이라면 원작의 명성으로 초기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 뿐인데, 이것만으로 게임이 팔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명작 급에 들진 못했지만, 확실한 매력이 있는 게임들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편이 훨씬 부담이 덜하고 새로운 점이 들어갈 여지도 많다. 2024년, 게이머들은 명작 리메이크를 결코 반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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