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늘 시도해 볼 게임은 배니쉬드(Banished)야. 2014년에 나온 중세 시대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이지. 왠지 모르게 중세 시대를 다룬 게임은 얼마 전 출시된 매너 로드도 그렇고 1인 개발작들이 많은데, 이 게임 역시 1인 개발의 전설로 꼽히는 작품이야.
배니쉬드는 꽤나 평화롭고 목가적인 중세 마을 경영 게임이야. 여기서 사람이 죽는 경우는 낙석 같은 업무 중 사고, 무잔 같은 자연재해, 굶주림, 추위, 질병, 노환 뿐이야. 혹한기가 찾아온다거나, 약탈자들이 습격한다거나, 마을이 둘로 갈라지는 인문학적 재해가 생긴다거나 하는 건 없어. 그렇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급증가하는 인구를 한정된 자원으로 먹여살리려다 결국 한계가 오는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 그리고 이로 인한 저출산 고령화지. 그러니까 이번 주제는 마을의 저출산을 해결하는 소…
“중세 시대, 숲속, 추방(Banished)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소녀를 그려줘”
왜 다들 후드를 쓰고 있지? 중세를 어쌔신 크리드로 배웠나? 설마 추방된 이유는 암살자 집단이라서?
주민들의 과거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고 생존하는 마음이지.
일단 집부터 만든다.
“주변에 있는 나무를 도끼로 벌목하는 것부터 시작!”
괴물을 사냥하는 게임에 나올 듯한 해머는 들지 않아도 돼. 여긴 몬스터가 없는 세계야.
도끼로 나무를 베는 건 많이 했으니…
“통나무를 옮겨.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립니다.”
‘나 하나쯤이야’를 정말로 부정 입력 칸에 넣었는데 통나무를 두 개 들고 있는 건 그것 때문인가?
이제 모은 나무로 집을 만든다.
건축 중, 반쯤 만들어진 나무 집, 공사 중이라고 해도 다 만들어진 집만 나오니…
“반파된 나무집 옆에 건축 자재를 쌓아 놔”
어찌저찌 만들긴 했는데, 집 짓는 중이라기 보다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이후의 재해 복구 현장 같군.
의식주 중에 주거지는 완성되었고… 의복은 동물 가죽으로, 식사는 채집과 농사로 해결한다.
“숲에 다시 들어가서 사슴 사냥, 뿌리채소, 버섯, 블루베리, 양파를 채집한다!”
사슴인 사냥꾼 말고! 악마사냥꾼은 악마인 사냥꾼이게? 맞네. 일리단 이 나쁜 자식!
“도축된 사슴! 뿌리채소! 블루베리! 양파! 버섯!”
채집과 수렵으로도 어느 정도 식량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인구를 증가시킬 정도의 안정적이고 대량의 식량 수급은 역시 농사지.
“작은 텃밭에 밀과 옥수수를 심는다!”
지금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작은(?) 밭을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커서 노동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밭도 크게 만들고 다른 부가가치 생산품도 만들어서 교역도 해야 해. 소, 양, 닭은 교역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거든.
밀의 수확이 끝나면 겨울이 온다.
“겨울은 농사를 못 지으니 벽난로가 있는 집에서 가족과 식사를 해야겠지?”
벽난로를 만들고 연료를 구하려면 곡괭이를 들고 석재와 철광석을 캔다.
그런데 이쑤시개만한 곡괭이를 들고 있는 건 대체…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저 후드 때문에 제설 작업 중으로 보여서 PTSD가…
돌아오는 봄에는 춘계진지공사… 으윽 내 머릿속에서 나가!
이제부터 템포를 올려서 빠르게 시간을 보내자.
“봄에는 농사를 시작, 모종을 심는다.”
관상용 꽃이 아니고 뿌리를 먹는 작물이라고 믿겠다.
한가지 작물만 심으면 행복도가 낮아지고, 행복도가 낮아지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마을의 발전이 느려지지.
작물의 다양화를 위해, 식사의 평화를 위해, 세계가 멸망해도 심는 그것
“사과 묘목을 심어라! 과수원을 만든다!”
사과 씨가 아니라 열매를 땅에 내려놨군…
과수원은 나무가 자라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몇 년이 지나야만 수확이 가능하지.
“여름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집을 만든다.”
집을 만들면 부모의 집에 살고 있는 남녀 한 쌍이 들어와 바로 아이를 낳기 시작하지.
집을 많이 만들수록 미래의 노동자를 만드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기 때문에 마을의 발전을 위해 많이 만들어 두도록 하자.
“가을에는 옥수수를 수확한다.”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키웠나, 뭐 이리 커!
옥수수와 사람의 크기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군.
겨울에는 강까지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교역소를 짓는다.
“약초와 소를 교환해 주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소가 왜 저리 비실비실한 것이 나왔냐…
아무튼 목장을 지어 잘 키우면 건강해지겠지? 나중엔 알아서 번식하고 일정 수가 넘으면 자동으로 도축되어 가죽과 고기를 얻을 수 있어. 이걸로 소고기도 먹는 풍족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벽난로가 있는 따뜻한 집안에서 소고기와 채소를 곁들인 훌륭한 식사를 하는 소녀를 그려줘”
조금 풍족해졌다고 야채를 장작으로 써?
이렇게 모든 게 순조롭다고 방심할 때 재앙은 시작된다.
식량은 1, 2, 3, 4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1, 2, 4, 8, 16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인구 증가 속도를 식량 생산 증가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론!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 경고! 창고에 식량이 떨어졌습니다”
밥이 없다! 야채도 없다! 고기도 없다!
사실 맬서스 트랩은 기술 혁신과 제도 발전으로 깨진 이론이지만, 중세 배경 게임에선 맬서스 트랩이 발동한다! 다른 말로 보릿고개!
이 게임에는 보리는 없고 비슷한 시기에 수확 가능한 콩이 있지!
“당장 콩부터 심는다!”
파종을 위해 따로 빼 둔 콩이다. 먹지 마!
그런 기능도 없긴 하지만 미래를 소각하는 행위니 해서는 안 되겠지...
계절에 상관없는 식량 수급처를 늘려야겠어! 물고기도 잡는다!
“배를 타고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현대식 배를 나무로 만들었다고 중세 느낌이 나는 줄 알아!
아까 약초와 소를 바꿀 때도 멀리 무역선 있었고!
“나룻배! 나룻배를 타고 물고기를 그물로 잡아!”
강물의 움직임과 배의 흔들림이 표현된 건가?
아무튼 유전자 조작 콩, 돌연변이 물고기 싫다고 반찬 투정 같은 걸 할 시대가 아니다!
콩이 수확되는 초여름 전까지 가능한 식량을 생산해서 보릿고개를 버텨야 한다!
“묘지를 만들어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조선시대에는 보릿고개 때 양곡을 빌려주고 추수 때 되돌려 받는 환곡제도를 운영하여 기근을 대비했다는군. 하지만 이 게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추방자라서 그런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지.
1~2년 치 식량을 저장하고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자. 새로운 집을 만들어서 인구를 더 늘리는 건 그 뒤에 소모되는 속도를 보면서 천천히 해야겠어.
일단 계속해서 식량의 종류를 늘리자.
“목장에서 양을 기르다. 양치기”
인구가 줄었을 뿐 기반 시설이 파괴된 건 아니니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마을은 다시 복구된다!
“선술집에서 잉여 식량을 맥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아무튼 기근, 화재, 추위, 자연재해 대책을 완벽하게 세웠다!
이대로 조심히 마을을 확장하면 자체 엔딩이라 할 수 있지… 라고 방심할 때 또 시작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가!”
집을 많이 지었을 때 생긴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이 되어 죽기 시작하니 엄청난 속도로 노동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식량의 저장을 우선시하는 동안 새로운 집을 만들지 않았더니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고, 신혼 부부도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를 낳더라도 한 명 이상 낳질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 인구의 감소는 해결 방법이 게임 내에 제공되어 있지.
“유목민을 마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유목민은 침략군이 아니야!
유목민족이 폭력적이다는 편견은 누가 가르친거야? 징기스칸?
에라이 그냥 다 덤벼! 중세를 어쌔신 크리드로 배운 AI에게 암살단 출동을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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