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는 공전의 히트작으로 손꼽히지만 영향력이 큰 지역은 다소 제한되어 있다.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중국 정도로, 규모에 비해 주력 시장이 다소 좁은 것은 사실이다. 올해 20주년을 앞둔 던파가 단일 게임을 넘어 IP적인 측면에서 영역을 넓히고 싶다면 주력 시장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할 타이밍이다.
스핀오프 타이틀이나 후속작을 전개하는 측면에서 던파는 설정상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시작이라 할 수 있는 PC온라인 던파 외에도 던파 모바일, DNF 듀얼 등 여러 게임이 공존하는 다중우주 세계관인 일명 ‘DNF 유니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각 타이틀이 독립된 세계에서 각자 여정을 이어가면서도, 시리즈를 세계관 내에 하나로 묶으며 응집력을 더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넥슨과 네오플이 준비 중인 소울라이크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맡은 역할은 더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글로벌로 세를 확장하려는 던파 세계관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지을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기종보다 상대적으로 북미∙유럽 비중이 높은 Xbox를 겨냥하여 7일 MS가 주최한 파트너 프리뷰 행사를 통해 플레이 영상을 공개한 것 역시 글로벌 유저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정석 소울라이크에 던파 스토리와 아트를 결합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파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액션 RPG로, 플레이를 통해 공략법을 배워나가는 소울라이크 액션을 표방하고 있다. 7일 공개된 신규 플레이 영상을 통해 카잔이 엠바스 지역에서 강력한 보스인 바이퍼와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많은 부분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보스의 공세를 뚫어낼 최적의 공격 타이밍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적들을 일격에 처단하는 처형 모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소울라이크 장르의 또 다른 특징인 막힌 길을 풀어나가는 요소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도 바닥에 있는 레버를 당겨 아래에 있던 길을 끌어올리는 장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보면 플레이적인 측면에서는 긴박하게 공방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보스를 공략해가는 전투와, 여러 경로를 뚫어나가는 모험적인 요소가 섞여 소울라이크 테마 게임에서 기대할법한 플레이 경험을 전달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와 아트 측면에서는 던파 특색이 강하게 드러난다. 우선 주인공인 카잔은 던파 세계관의 ‘소멸의 신’이다. 신이 되기 전에는 펠로스 제국의 버서커이자 대장군으로 활약했고, 친우인 오즈마와 둘이서 광룡 하스마를 토벌하며 제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두 영웅이 황위를 위협하리라는 거짓된 예언으로 카잔은 반역자로 몰렸고, 결국 죽음에 다다른 뒤 신이 됐다.
퍼스크 버서커: 카잔은 반역자로 몰린 카잔이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다룬다. 어떻게 보면 던파의 과거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던파를 장기간 즐겨온 유저라면 현재 전개되는 이야기 및 주요 인물들과 맞춰가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던파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극적인 순간을 다룬 과거 이야기를 토대로 던파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지며 세계관 내 다른 타이틀도 관심 영역에 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트적으로는 3D 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만화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캐릭터와 장비 디자인을 선보인다. 네오플은 2D 도트 기반 던파에서도 독특한 느낌이 살아있는 준수한 아트로 유명세를 얻었기에, 카잔에서도 역량을 집중한다면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색다른 모습으로 글로벌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카잔이 낸 경로로 던파 신작도 글로벌로 가나?
서두에 밝혔듯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게임 자체의 흥행과 함께 던파 IP 영역 확대라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현재 넥슨은 카잔 외에도 던파 기반 오픈월드 RPG인 프로젝트 DW, 던파 후속작 격인 횡스크롤 액션 RPG ‘프로젝트 오버킬’ 등을 준비 중이다. 던파 전반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중국 외 지역으로 적극 진출하여 최대한 넓은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실적 측면에서도 넥슨은 편중을 해소해야 한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로 넥슨은 매출 4,234억 엔(한화 약 3조 9,323억 원), 영업이익 1,347억 엔(한화 약 1조 2,516억 원)으로 최대 연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전체 매출 중 84%가 한국(60%)과 중국(24%)에서 발생했고, 일본, 북미∙유럽, 기타 지역은 비중이 한 자리 수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지점으로 다가온다.
넥슨이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데이브 더 다이버로 이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더 파이널스 외에도 자시 게임 다수를 스팀, 콘솔 등에 선보이며 좀 더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파라는 넥슨의 기존 대표작을, 대세 장르로 떠오른 소울라이크에 접목해 기존에 약세를 보였던 서양에 좀 더 깊숙이 침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토대로 던파와 넥슨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한다면 이후 출시될 던파 신작 혹은 넥슨의 다른 게임 타이틀 역시 글로벌 진출에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전략의 전제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수작으로 기억될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전투, 기믹, 아트 등은 준수했으나 편집을 거쳤음에도 체감되는 프레임 드랍이 우려 사항으로 지목됐다. 1초를 다투는 아슬아슬함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손이 가는 대로 캐릭터가 동작하는 부드러운 컨트롤이 요구된다.
세부적인 부분도 꼼꼼하게 다듬어야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때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소규모이지만 초기부터 유저들을 초청해 게임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진 것 역시 이 부분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FGT에 대해 네오플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참가자 분들께서 보내주신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완성도를 더욱 높여서 글로벌 이용자 분들의 기대치에 걸맞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이야기대로 카잔이 글로벌 유저도 만족할만한 타이틀로 완성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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