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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 앤 본즈, 이 배에 해적의 로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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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 앤 본즈 게임 시작화면 스크린샷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컬 앤 본즈 시작화면 스크린샷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02년 개봉한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은 창작물 속 해적에 대한 강렬한 로망을 세상에 알렸다. 허술하면서도 지능적인 사기꾼 잭 스패로우, 전형적인 악당 헥터 바르보사 등 '해적'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인물상을 완벽하게 묘사했다. 또한 럼주를 마시고 뱃노래를 부르는 꼬질꼬질한 선원들이나, 아름다운 바다를 건너는 함선 블랙 펄의 모습 등은 관객에게 해적의 매력을 확실하게 각인했다.

‘스컬 앤 본즈(Skull And Bones)’는 11년 만에 완성된 유비소프트의 해적 멀티플레이게임이다. 어쌔신 크리드 4: 블랙 플래그(Assassins Creed 4: Black Flag)에서 선보였던 해적 탐험과 모험, 해상전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목표로 한 단독 게임이기도 하다. 이에 기자는 스컬 앤 본즈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진짜 해적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했던 로망은 찾을 수 없었다.

간편한 조작이 장점인 전투와 항해, 전략성은 부족

스컬 앤 본즈의 가장 큰 장점은 아름답게 펼쳐지는 인도양의 풍경과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항해다. 게임을 시작하면 좌초된 해적선에서 간신히 생존한 이름 없는 선원이 된다. 이후 또 다른 생존자들과 돛단배를 타고 대해적 스컬록이 통치하는 생트안으로 건너간다. 생트안에 도착한 뒤 메인 퀘스트를 통해 함선을 마련하면, 본격적으로 바다를 탐험할 수 있다.

게임 내 바다 묘사는 매우 훌륭하다. 넘실대는 파도, 밝은 태양, 폭풍우 등 시각적인 묘사가 특히 탁월하다. 여기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부터 이어지는 선원들의 매력적인 뱃노래가 더해지면, 항해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함선 조작이 다른 항해 게임보다 훨씬 간단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속도는 3단계로 구분되고, 방향도 좌우키 조작이다. 각종 기후도 복잡하지 않게 구현하여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바람에 따라 선박 속도가 변하며, 거센 바람과 큰 파도가 발생하는 폭풍우도 있다.


▲ 인도양 파도와 풍경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폭풍우 치는 바다의 무서움이 잘 느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투 역시 항해만큼이나 조작이 쉬운 편으로, 어쌔신 크리드 해양전과 유사하다. 함선 양측면, 선두, 선미에 설치된 무기를 활용해 싸우며, 대포, 발리스타, 어뢰, 화염방사기 등 무장도 다양하다. 각각 범위, 피해, 사거리, 탄속 등이 달라 전략적인 활용이 요구되며, 적선에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약점을 맞추면 큰 피해와 함께 상태이상을 건다. 적의 노나 방향타 약점을 파괴하면 기동력이 감소하고, 화약통이나 기름통을 터트리면 배에 불이 붙는 식이다. 약점 공격에 성공할 때 느껴지는 호쾌한 타격감은 덤이다.

다만 선박과 무장 전투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전략성은 높지 않다. 해적선은 자체 선박 등급에 무장, 장갑 전투력을 더한 만큼 레벨이 정해진다. 3레벨 이상 차이 나는 선박은 붉은색으로 표시되고, 전투에 돌입하면 십중팔구 패배한다. 해상전은 포격전 위주며, 함정 설치, 선원 암살, 백병전 등은 없다. 창을 던져 선원만 처치하거나, 함상전을 유도해 포격전을 회피하는 등 여러 전술이 도입됐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비교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 약점 공격, 호쾌한 타격감이 일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백병전 표시는 나오지만, 성공 실패 유무만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빈약하고 단조로운 콘텐츠

스컬 앤 본즈 핵심 콘텐츠는 해상전, 약탈, 메인 스토리, 서브 퀘스트, 멀티플레이로 나뉜다. 적 선박과 전투하거나, 오랜 기간 항해하거나, 퀘스트를 수행하면 보상으로 은화(인게임 재화)와 경험치를 얻는다. 경험치를 일정량 획득하면 등급에 해당하는 악명이 상승하며, 악명에 따라 제작할 수 있는 선박과 장비가 결정된다.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대해적으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그린다. 주로 대해적 스컬록이 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인도양 패권을 둔 세력 간 알력다툼이 중심을 이룬다. 다만 대사와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적고, 분량도 빈약하다. 핵심 등장인물이 주인공과 스컬록 외에는 없고, 주요 악역은 함선만 등장한 채 얼굴도 비추지 않는다. 분량도 짧아 퀘스트 몇 개를 수행하고 나면 엔딩을 볼 수 있다.

▲ 전설적인 해적 스컬록, 사실상 유일한 주요 등장인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상품 운송이 주된 임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메인 퀘스트를 마치면, 플레이어는 생트안 수배지, 미션 보드, 각종 섬 상인들이 주는 서브 퀘스트를 수행한다. 서브 퀘스트 역시 적선 사냥, 물자 구하기, 해양 탐사 등으로 다소 단순하다. 여기에 반복적이고 보상이 적은데 항해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길다. 심지어 일부 퀘스트는 버그로 수행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호위 임무에서 호위 대상이 이상한 장소로 향하거나 해상에 멈춰 실패하기도 했다.

멀티플레이는 보상이 확실한 대신 출현 빈도가 정기적이지 않고, 내용 역시 부실하다. 주요 콘텐츠로는 추격전, 함선 레이드 등이 있다. 먼저 추격전은 희귀 보물 지도, 밀수품을 옮기는 PvP 모드로, 상대 함선을 공격해 물품을 탈취할 수 있다. 다만 해적선 간 속도 격차가 작아 목적지까지 따라 잡힐 일이 없어 재미가 반감된다. 이어서 거대한 함선을 공락하는 레이드는 협동 전투라는 것 외에 별다른 난이도나 독특한 기믹 등 차별화된 요소는 없다.

▲ 지도 탐사 미션, 지도를 구해 전달하면 완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설적인 해적 레이드, 체력이 많은 대형 함선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반은 탄탄하지만 하자가 있는 경제 시스템

스컬 앤 본즈는 독특한 경제 시스템이 존재한다. 상인들은 매번 정해진 물건을 판매하며, 이 중 무역물품은 시간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특히, 현재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적정 가격보다 저렴하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해 은화를 벌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해야 하며, 은화는 탄약, 소모품 구매, 함선과 장비 제작 등에 활용된다.

앞서 이야기한 경제 요소는 게임 내 빠른 이동과 적절하게 맞물린다. 스컬 앤 본즈는 항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인 만큼, 항구마다 빠른 이동을 지원한다. 다만 이를 이용할 때 적지 않은 은화가 소모되며, 거리에 비례해 금액이 늘어난다.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빠른 이동을 남발하면 오히려 적자를 보기 십상이다.

기본적은 구조는 갖췄으나 이런 경제 시스템이 일부 해상전과 약탈 때문에 의미가 퇴색된다.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함선과 자유롭게 싸울 수 있다. 또한 특정 정착지에 약탈전을 걸고 적선과 망루를 파괴해 큰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다. 간혹 마주치는 ‘맨 오브 워’급 전함을 침몰시키면 서브 퀘스트보다 훨씬 큰 돈을 획득할 수 있다. 무역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 시스템을 갖췄으나 비중이 크지 않았다.

▲ 시간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는 경제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용이 부담스러운 빠른 이동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큰 돈을 벌 수 있는 약탈 콘텐츠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해적 로망과 생동감은 매우 부족

스컬 앤 본즈의 가장 큰 단점은 창작물 속 해적을 소재로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원하는 로망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선 악당다운 해적 행위가 밀수, 약탈, 상선 공격 등에 한정되며, 퀘스트는 물자 수송에 집중됐다. 어째 해적보다 배달부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항해와 탐험을 제외하면 모든 시스템과 요소 등이 세밀함이 떨어지고 단순하다. 

특히 배에서 내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할 때는 미완성 게임처럼 느껴질 정도다. 일단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이 상당히 어색하고, 지형이나 오브젝트에 캐릭터가 자꾸 걸리거나 부딪혀 멈추는 경우가 잦다. 점프도 없고 이동 속도도 빠르지 않아 육지 이동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져 '해적' 하면 떠오르는 보물 지도 찾기나 섬 탐험 등을 오히려 기피하게 된다.

▲ 캐릭터 이동 모션이 부자연스럽고, 속도가 느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선한 해적들, 욕 한마디 뱉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주인공 캐릭터가 지닌 매력이나 해적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도 치명적인 문제다. 우선 캐릭터 표정 묘사가 부족하고, 목소리도 없어 몰입하기 어렵다. 심지어 캐릭터가 게임 내에서 하는 행동은 빨리 걷기, 느리게 걷기, 감정표현 정도다. 해적이지만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주점에서 럼주를 마실 수도 없으며, 다른 해적들과 술집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적도를 휘두르거나, 머스킷을 들고 부하나 적을 쏘는 일도 당연히 안 된다. 

그나마 캐릭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꾸미기 아이템이다. 의복, 문신, 장신구 등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 개성과 해적 선장으로서의 정체성도 드러낼 수 있다. 다만 해상에서는 플레이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고, 지상에서는 머무는 시간이 적어 감상하기 어렵다.

▲ 꾸미기 아이템 종류가 다양하고, 매력적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선원 꾸미기 요소와 커스터마이징이 매우 부실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선원 관리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아 선장이 됐다는 기붅을 느끼기 어렵다. 선원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굉장히 부실해 의복만 바꿔줄 수 있으며, 새로운 인원이나 부관을 영입할 수 없고, 선원 성별을 지정할 수도 없다. 음식이 존재하지만, 선원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아니라 스테미너 회복을 위한 소모품일 뿐이다. 선원 영입, 성별 선택, 부관 영입 모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이미 보여줬던 부분인 만큼 이를 왜 가져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스컬 앤 본즈는 복잡하지 않은 항해 시스템을 구현했으며, 아름다운 인도양 바다를 훌륭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해적다운 로망은 느껴지지 않았다. 메인, 서브 퀘스트는 모범생 탐험가가 된 느낌이었고, 주변 환경이나 캐릭터도 생동감을 주지 못했다. 물론 해적선을 타고 뱃노래를 부르며 폭죽을 쏘고 바다를 탐험하는 것은 이 게임에서 맛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 다만 이 정도로는 장장 11년 간의 기다림을 채울 수 없으며, 7만 4,000원이라는 가격에 걸맞은 재미를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

▲ 선상 반란으로 항해 종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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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 앤 본즈 2024년 2월 16일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시뮬레이션
제작사
유비소프트
게임소개
'스컬 앤 본즈'는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쌔신 크리드 4: 블랙 프래그'의 해상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게임으로, 보물과 생존을 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황금 시대 해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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