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에 접어들며 국내 게임 업체들의 2023년 연간 실적이 하나 둘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연초부터 곳곳에서 들려왔던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략적인 상황이 예상되긴 했으나, 실제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죠.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작년에 모바일 MMORPG에 기대며 매출 상승을 노렸던 회사들의 성적이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모바일 MMORPG 과포화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런 와중 작년 상반기에만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제노니아 등 수 많은 모바일 MMO가 출시되며 정점을 찍었죠. 모바일게임 매출의 기울기가 내려가는 상황에 많은 MMO가 몰려드니, 잠식하며 공멸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게임메카 기톨 님의 "소비자 풀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제살 파먹기 하는 것 같음 같은 리니지 라이크 끼리 이리 몰렸다가 저리 몰렸다"라는 말과 같이, 이전만큼 높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실제로 관측된 셈이죠.
반면, 스팀 혹은 콘솔로의 진출을 선언하거나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 회사들의 성적은 예상보다도 잘 나와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외길을 걸어온 크래프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안정화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그라비티의 경우 라그나로크 IP 신작의 성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익 모두 50% 이상 상승했죠. P의 거짓을 필두로 인디게임 퍼블리싱에 힘쓴 네오위즈는 영업익이 전년 대비 62% 상승하며 호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올해 발표된 지난 해 실적들은 모바일 MMORPG 침체를 지표로서 명확히 보여주는 한 해였습니다. 여기에 엔데믹, 신사업의 실패, 이어진 경기 침체 등이 구조조정까지 이어지고 있죠. 여러모로 진퇴양난의 현 상황에서, 각 게임사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 재도약을 노리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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