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31일, 대법원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발생한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관련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도14887 판결) 이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에 게임메카 기고을 통해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비슷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해 추가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도11403 판결)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은 겟앰프드 게임방에 접속해 방에 있는 다른 이용자들이 채팅 내용을 볼 수 있는 상태에서 방장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채팅을 전송했습니다.
"방장아 X미 마싯더라 XX안에 듬뿍쌋다 동생축하 ^^ㅋㅋㅋㅋ"
이에 대해 검사는 원래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피고인을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사가 항소했고, 검사는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기존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예비적 공소사실로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 혐의를 추가했습니다. 만약 법원에서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라도 인정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서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예비적 공소사실인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 혐의에 대하여는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8. 11. 선고 2022노1182 판결)
항소심 법원이 설시(쉽게 설명하여 보임)한 내용이 길지만,그 핵심을 요약하면 결국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보낸 채팅 내용이 음란한 것은 사실이며, 그 내용을 여러 유저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게임방에 공공연하게 게시하였고(객관적 구성요건 요소), 해당 문구의 음란성 및 게시 행위의 공연성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면(주관적 구성요건 요소), 게임에서 이루어진 부적절한 성적인 채팅이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죄로는 처벌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위 항소심 법원은 채팅 내용의 음란함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 모친을 저속한 성적 표현 대상으로 특정했고, 피해자를 포함한 보통 사람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했고, 피고인의 연령 및 지적 수준을 종합하면, 본인이 게시한 글이 음란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살펴볼 부분은 공연성입니다. 공연성은 다른 사람이 있거나 혹은 내용이 퍼질 수 있는 공간에서 발언 혹은 행동이 있었다면 성립됩니다. 피고인은 게임방에 있는 다른 이용자는 모두 본인을 차단한 상태라 채팅을 볼 수 없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채팅방 글은 휘발성이 강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여러 근거를 토대로 공연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 고소장에 '당시 같이 게임하던 다른 유저도 채팅을 보고 선을 넘었다고 반응했다'는 내용이 기재된 점 ▲게임방에 있던 다른 유저가 모두 피고인을 차단했다는 것은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한 후 피고인이 새롭게 내세운 일방적인 주장인 점 ▲ 피고인은 본인이 아무 이유 없이 방에서 추방됐다고 주장했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른 유저가 굳이 피고인 계정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입니다.
이러한 항소심 유죄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 판단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도11403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상 앞으로는 게임 내에서 성적 욕설을 다른 유저가 보는 공간 등에 공공연하게 게시한 경우 최소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죄로는 처벌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 성적 욕설을 한 모든 경우에 대해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등 선처를 구해야 할까요? 이는 결국 피의자가 선택해야 할 문제이겠으나, 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대법원 2023도 11403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음란한 문언을 '공공연하게 게시'했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즉, ‘공공연하게’라는 공연성 요건이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죄의 구성요건 요소 중 하나이며, 이는 반대로 말하면 공연성 없이 1 대 1 채팅으로만 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점은 이 글 서두에 언급한 '롤 통매음' 무죄 사건(대법원 2022도14887 사건)과 비교해 보면 보다 분명해집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롤 내에서 피해자에게 1 대 1 채팅으로 성적인 글을 보냈는데요, 1 대 1로 대화를 나눴기에 애초에 '공공연하게 게시'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검사가 예비적 공소사실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죄를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변호사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론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게임 내에서 성적인 욕설 등을 했을 때, 그 욕설을 전체 채팅방 등에 '공공연하게 게시'했다면 최소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에서 굳이 무죄를 주장해 재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것보다 피해자와 합의하여 기소유예 등 선처를 구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만약 수사를 받는 죄명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라면 죄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죄로 변경해 달라는 정도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음란물 유포죄는 성폭력 범죄는 아니며, 법정형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비해 낮습니다. 음란물 유포죄는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 벌금형,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성적 욕설을 1 대 1 채팅 등으로 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 혐의는 적용할 수 없기에, 여전히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대해서만 무죄 주장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개별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에 따라 게임에서 이루어진 '성적 패드립'에 대해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에서 혐의가 인정됐는데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가고 싶지 않다면, 검찰 단계에서라도 피해자와 합의하고 기소유예 등 선처를 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범죄 혐의가 인정 여부와 별개로, 게임을 하는 다른 유저를 상대로 성적인 욕설을 하는 행위는 대단히 적절하지 못하고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설사 무죄 주장이 가능한 1 대 1 채팅이라 하더라도 '통매음' 등 관련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 경찰에 출석해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가급적 삼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형사적인 것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게임 약관에서는 상대 유저를 향한 도 넘은 욕설을 사용하는 경우를 계정 정지 등 제재 사유로 삼고 있습니다. 이 점 역시 충분히 고려하셔서 독자 분들께서는 게임하면서 상대 유저에게 욕설을 사용하시지 않는 매너 플레이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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