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러시 게임이란 스테이지 진행이나 일반 몬스터와 전투 비중이 매우 적고, 여러 보스와 전투가 주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다. 유명한 보스 러시 게임으로는 ‘컵헤드(Cuphead)’와 ‘완다와 거상(Shadow of the Colossus)’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모든 메가맨 시리즈 최종 스테이지가 보스 전투로만 이루어진다.
보스 러시 게임의 장점은 보스 전투에만 개발력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성비가 좋은 개발 방식이고, 그래서 많은 인디 개발사가 시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보스 전투에 집중한 나머지 게임 내적으로 텅 비게 되고 플레이타임도 급격하게 짧아질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름다운 세계관과 액션을 내세운 보스 러시 게임 ‘라이트 오디세이(Light Odessey)’가 개발 중이다. 라이트 오디세이는 지난 2021년 개발을 시작해 6월 텀블벅 모금을 진행했고, 목표 금액을 135%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라이트 오디세이는 어떤 게임인지 개발사 썬게임즈 김선호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빛과 어둠 대비가 드러나는 보스 러시 액션 게임 ‘라이트 오디세이’
라이트 오디세이는 탑다운 시점의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귀여운 주인공 반디가 되어 빛나는 동료 스피릿과 함께 심연에 잠식된 세계에 빛을 되찾아야 한다. 낯선 세계는 총 11개의 거상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과 전투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플레이어는 동료 스피릿을 휘둘러 공격할 수 있다. 반디는 공격이 빠르고 회피를 자주 사용할 수 있지만, 체력이 낮아 거상 공격에 단 두 번만 피격 당해도 목숨을 잃는다. 대신 마나를 소모해 보호막을 회복할 수 있으며, 게임 시작할 때 총 10개 생명을 가지고 시작해 죽은 자리에서 곧바로 부활할 수 있다. 물론 생명을 모두 잃으면 챕터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보스도 부활한다.
등장하는 거상은 서로 다른 패턴과 공격 방식을 가진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보스는 근접거리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두 번째 보스는 얼굴에서 빛나는 레이저를 발사한다. 공통적으로 다소 빠르고 넓은 범위를 공격하기 때문에, 보스 패턴을 숙지하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스 움직임에 개발자 3D 모델링이 활용됐다는 점이다. 김선호 개발자는 “보스는 (본인) 움직임을 3D 모델링 한 것이니, 개발자를 때린다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라이트 오디세이는 지금의 보스 러시 게임이 아닌 생존 장르가 초기 기획이었다. 원래는 낮과 밤이 존재하고 화약 냄새가 풍기는 생존 게임을 제작하고자 했었는데, 이런 장르가 유행이기도 했고 머리 속에 구상한 장면이나 비주얼에 서바이벌 요소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고, 해당 기획으로는 게임을 완성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선호 개발자는 “게임을 개발할 때 생각하는 특정한 장면이 있고, 이것을 꼭 게임에 살리고 싶었다”며, “또 개발 단계도 많이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생존 장르는) 과감하게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몰입이 빠르고 규칙 이해가 쉬운 액션 장르에 집중하게 됐고, 기존 액션 게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제외한 보스 러시 장르 문법을 활용해 게임을 제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다크 소울 시리즈의 어두운 분위기와 스토리텔링, ‘타이탄 소울(Titan Souls)’의 게임 구성, ‘시푸(Sifu)’의 사망 시스템 등을 참고해 라이트 오디세이를 제작하게 됐다.
1인 모바일 캐주얼 게임에서 시작한 썬게임즈
썬게임즈는 김선호 개발자가 21년 부산에 설립한 인디 개발사다. 현재 김선호 대표 개발자 포함 6명으로, 2명이 게임 아트 제작하고, 작곡, 효과음, 3D 모델링 각각 한 명씩 개발자가 담당한다.
김선호 개발자는 원래 게임 기획 부분으로 업계에 취직했다. 하지만 곧 회사를 그만두고 1인 개발사 썬게임즈를 창업해 하이퍼 캐주얼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에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유행이기도 했고, 혼자 많은 것을 개발할 수 없으니 수익화가 목표였다”며,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 출시한 게임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김선호 개발자는 캐주얼 게임 개발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성공하는 작품 하나를 위해 여러 타이틀을 개발한 뒤, 대부분을 폐기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선호 개발자는 이왕 창업했으니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렇게 라이트 오디세이 개발이 시작됐다.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자는 기획 의도와 개발 난항
썬게임즈가 라이트 오디세이를 개발할 때 가장 집중한 부분은 액션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다. 보스와 전투는 플레이어가 도전적인 감각을 느끼도록 주인공 체력이 낮다. 대신 공격 속도가 빠르고 움직이면서 회복이 가능하며, 회피 기술도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보스 또한 빛을 활용한 공격이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시성이 뛰어나도록 제작했다. 보스 러시 게임인 만큼 보스마다 개성적인 공격 방식과 도전적인 난이도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식을 지향했다.
여기에 더해 개발사는 전투 이외에 배경과 세계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아름다운 장소를 방문하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도록 풍경과 빛으로 채웠다. 김선호 개발자는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고 싶은 그런 목표가 있었다”며, “배경이 채워지는 것을 보며 팀원들도 영감을 받고 충족감도 느껴 힘들지만 시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많은 난항도 겪었다. 우선 게임 장르 특성상 난이도 설정이 상당히 고된 문제였다. 어떤 플레이어는 데모 버전이 너무 쉽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플레이어는 주어진 목숨을 다 쓰고도 두 번째 보스를 넘지 못했다. 또한 기획 의도를 벗어난 플레이로 등장했다. 보스 패턴과 상관없이 무작정 공격하다 피격 당하면 가장자리로 도망쳐 회복하는 이들도 있어 시스템 전면 개편도 필요할 것 같았다. 또 공격 방식이 한 가지라 전투가 다소 지루하다는 문제도 발견됐다.
게임을 체험한 플레이어들이 빛과 어둠 테마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보스 색이 모두 검은 색이어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거나, 빛나지 않는 공격은 가시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배경이 지나치게 어둡고 지도가 제공되지 않아 길 찾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임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있었다고 김선호 개발자는 말했다. 아름답고 충실한 게임을 만들고자 넓은 풍경과 비밀스러운 세계관을 만들었지만, 막상 플레이어가 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반감을 가지면 어떨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다양한 기획을 바탕으로 개발중인 라이트 오디세이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던 만큼, 개발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전투는 보스 능력을 흡수하거나,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을 추가해 개선하려고 기획 중이다. 생명과 회복 시스템도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 좋은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난이도는 어려운 정도를 유지해 대중성 보다는 소수 유저를 타겟으로 한다다.
보스 개성 역시 추가할 계획이라고 김선호 개발자는 말했다. 보스 공격 콘셉트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 구분이 쉽도록 할 전망이다. 또한 보스뿐만 아니라 보스가 등장하는 장소 전체를 보스에 걸맞게 꾸미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세계관 탐험을 통해 보상을 얻거나, 세계관 비밀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요소도 추가될 예정이다. 김선호 개발자는 “여러 피드백을 통해 게임을 개선하고 있다”며, “지금 데모판에서 밋밋하다 생각되는 요소를 모두 바꿀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게임은 2024년 출시할 계획이고 지금까지 40% 정도 개발이 진전된 상태다. 김선호 개발자는 “올해 연말에 스팀에서 데모로 찾아 뵙고 싶다“며, “출시까지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플레이어들께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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