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문을 연 국내 게임 첫 마이스터고등학교인 경기게임마이스터고는 개교 3년 만에 게임인재 양성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에만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GIGDC), 대한민국 청소년 게임잼 등 15개에 달하는 대회에 출전해, GIGDC에서는 제작부분 금상, 은상, 대한민국 청소년 게임잼 대상 등 다수의 수상기록을 올렸으며, 작년 지스타 B2C관에도 부스를 내어 관람객을 대상으로 직접 만든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의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게임사 취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 정석희 교장은 “10월 정도가 되면 업체와 면접을 본 후 현장실습을 나간다. 이 프로그램은 채용 약정 방식으로 학교를 졸업하면 채용으로 전환되는데, 학생 중 85% 이상을 보냈고 75%가 채용이 확정됐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올해 3학년인 2기 졸업생에 대해서는 현장실습 90%, 취업률 8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도 내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하락했고, 2021년에는 26.1%에 불과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낸 셈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문체부와 안양시에서 각각 3년간 지원해온 예산이 삭감됐고, 마이스터고에 지원되는 예산 9억 원 역시 이후 추경이 있으나 3억 3,000만 원이 줄어들었다. 정석희 교장은 “전반적으로 예산이 줄었고 운영예산 9억 원 역시 덜 내려왔다. 여기에 물가가 오르며 기숙사 운영비 등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는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기에, 게임 제작 등 교육에 필요한 시설 외에도 24시간 학교 및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는 형평성 등을 고려해 특정 학교를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다. 이에 정석희 교장이 요청하는 부분은 게임 주무부처이자 게임 인재양성을 중요과제로 삼고 있는 문체부의 지원이다. 정 교장은 “게임 인력 양성을 필요로 하는 주무부처인 문체부에서 매년 5억 원 정도를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좋은 인재를 만드는데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코로나 등으로 상황이 어려웠고 시설도 부족했던 상황에서 성과(취업률)를 냈다면 학교의 실력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부분은 ‘게임인재 양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현업 종사자 등 외부 전문가도 좀 더 유연하게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업계 출신의 정석희 교장이 초대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을 맡은 이유 중 하나는 취업연계, 강사 초빙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업계 네트워크와 경험, 게임아카데미 등에서 게임 제작에 대해 가르쳐본 교육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 보니 초기에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다소 부침이 있었으며, 현행 교육제도에서는 교원자격증이 없는 업계 전문가가 장기 근속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본인이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더라도, 학교와 업계를 이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안정적으로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석희 교장은 “주무부처의 필요로 만들어진 학교라면 좀 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급여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나름의 고민과 열의를 가지고 학교에 오신 분들이 의욕이 꺾이는 일이 없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게임 외에도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 분야에 대한 마이스터고를 만든다면 현업 전문가 영입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세 번째는 게임인재 양성과 함께 이 인재를 길러낼 전문 교육자를 길러내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석희 교장은 “게임마이스터고도 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재원도 운영 중인데, 게임인재를 육성할 교사와 강사는 양성한 적이 없다”라며 현업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교육에 대한 경험도 지닌 교강사진 구축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업계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학교를 신설하는 것이다. 정 교장은 “저희 학교에서는 매년 70명, 게임인재원에서는 200명 정도이며, 합쳐봐야 300명에 못 미친다. 업계에서 원하는 인재 수급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수요가 높은 서울에는 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가 하나 더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분야에도 문체부가 순수예술 발전을 위해 구축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석희 교장의 의견이다. 그는 “한예종 역시 초기에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한예종 역시 무용, 그림과 같은 순수예술을 육성한다는 목표가 있었을 것 아닌가”라며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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