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를 기존의 1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늘려, 업무가 많은 주에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죠. 그런데 이 개편안에 따르면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 근로자 건강권이 악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에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인식하고 있다'라며 보완을 지시했다고 말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근로시간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었고,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근 많기로 소문났던 게임업계 근로자 역시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발했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프로젝트에서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등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비상근무 체제)를 경험한 종사자 비율은 19.1%였고, 크런치 시기가 가장 길었던 1주 노동시간은 평균 60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실이 이런데 지금보다 더 긴 장시간 근로를 허용한다면 과로사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장시간 근로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장근로를 한 만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주요 게임사 12개를 근로감독한 결과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 액수가 총 44억 여원에 달했고, 2021년 유명 게임업체를 근로감독한 결과 연장근로 수당 등 임금체불 액수는 3억 8,00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게임사에서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용자는 근로자와 별도 합의가 없는 한 근로자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지급 수당에, 연 20%의 지연이자까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게임사가 임금체불을 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체불된 임금 액수와 피해 근로자 수가 많을수록 형량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위 형사처벌 결과표 중 1번 사례의 경우 회사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구속되었고, 2심에서 근로자 전원과 합의하고 나서야 벌금 2,500만 원으로 감경되어 석방될 수 있었습니다.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 당장 구속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구속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까지 부과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벌금, 집행유예로 끝났다고 해서 민사상 임금지급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임금체불로 처벌되는 사람은 게임사 대표이사만이 아닙니다. 사업주 뿐 아니라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도 형사처벌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경영담당자에 대해 대법원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직책은 이사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한 사람이나, 회사 2인자로서 부회장이라는 직함으로 회사 업무 서류에 결재해온 사람, 본부장이라는 직책으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회사 수익금에 대해 대표이사와 공동 분배하고 동업하는 사람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실제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이사 A는 근로자 21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았습니다. 이사 A는 "나는 회사 대표가 아니므로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가 회사 회장실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president'라고 기재된 명함을 사용한 점, 직원들에게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달성할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점, 근로자를 직접 채용한 점 등을 이유로 A는 사업경영담당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A는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에도 근로자들의 금품을 우선 지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권한이 있었다"고 덧붙이며, A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습니다. 게임 매출이 예상보다 적어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권이나 거래처 채무보다 임금채무를 우선하여 지급할 권한이 있었던 이사는 임금체불 형사처벌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사나 감사와 같은 임원이더라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임금체불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게임사 대표자 B는 법인 등기부에 '감사'로 등재된 피해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B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부과했습니다.
대표자 B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감사로 등재되어 있고, 회사의 사업총괄관리자로서 회사의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회사 홈페이지에 CEO로 소개되어 있고, 직원 채용 면접에 참여하기도 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가 입사 당시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임금과 영업수당을 받아온 점, 대표자 업무 지시를 받고 관리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대표자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근로자 15명 규모의 한 게임사에 대한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C는 이 게임사의 대표이사였고, D는 게임 프로그래밍 파트 팀장, E는 아트 디렉팅 파트 팀장, F는 기획 파트 팀장이었습니다. 대표이사 C는 D, E, F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았는데, C는 "D, E, F는 공동창업자로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D, E, F가 대표이사 업무 지시·감독에 따라 게임개발을 한 점, 게임 개발·출시와 직원 채용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대표이사 C인 점, D, E, F는 매월 고정급을 지급받은 점, 4대 보험도 가입되어 있는 점, 수익분배 약정을 맺은 적도 없는 점 등을 근거로 D, E, F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법원은 대표이사 C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정리하면, 회사에서 소속 팀원에게 세부적인 업무지시를 담당하는 팀장이라도, 매월 고정급을 지급받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근로자라면 임금체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게임사 임금체불 형사사건 사례와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근로자는 자신이 연장근로를 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증명하는 것이 기본인데, PC나 사내 전산망, 업무용 클라우드 등에 로그인·로그아웃한 시간이 기재된 내역을 확보하거나 출·퇴근에 이용한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출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 지시가 담긴 이메일, 메신저, 문자나 근로시간을 기재된 업무일지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게임사 대표들은 게임 흥행에 실패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재정이 악화되어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1심 선고 전에 근로자와 합의를 하는 방법 뿐입니다. 당장 돈이 없는 일부 사업주는 게임에 관한 권리, 사무실 집기, 사무실 보증금을 근로자에게 양도하거나 장차 발생하는 게임사 수익금을 나누는 방법으로 근로자와 합의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1심 선고 전에 근로자와 합의한다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나중에 2심이나 3심에서 합의하더라도 형사처벌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주가 1심 판결 전에 어떻게든 근로자와 합의하기 위해 "일단 합의서를 써주면, 나중에 꼭 변제하겠다"며 근로자에게 이른바 '외상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근로자가 사업주 요구에 응할 의무는 전혀 없으며, 합의서를 써주게 되면 합의서에 기재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인해 민사상 임금채권까지 상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에 대한 합의서를 써주더라도 합의서에 '민사상 권리는 유보한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서를 한 번 잘못 쓰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법률 전문가 조언을 받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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