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인디게임이 등장해 시선을 끄는 경우가 있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를 묘하게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정립한 하데스, 시간의 서순을 뒤틀며 놀라운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 브레이드 등이 있으며, 이번에 소개할 셔터냥도 이러한 게임이다. 셔터냥은 단차를 넘으며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플랫포머 장르인데, 깨는 것이 아니라 유저 스스로 단차를 만들어가며 진행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단차를 만드는 만큼 클리어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가령 동일한 함정을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단차로 함정을 막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만, 함정에 캐릭터 분신을 던져두고 이동하며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오직 '사진촬영'으로 이루어진다. 맵에 있는 풍경이나 물체를 촬영하고 이를 단차로 쓴다. 사진을 찍어가며 스스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방법을 만들어가나는 방식으로 플랫포머 장르를 새로운 방향으로 풀어낸 것이다. 개발진은 어떻게 이러한 방식을 생각해냈을가? 출시 2년차를 맞이한 셔터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개발사 프로젝트 모름의 유동윤 디렉터에게 들어봤다.
고양이와 카메라와 친구, 플랫포머 게임 셔터냥
셔터냥은 친구가 쓰던 카메라와 함께 강풍에 휩쓸린 고양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미지의 세계에서 사진을 찍어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며 개와 물을 피해 카메라와 함께 친구에게 돌아가야 한다. 게임을 하며 찍은 사진을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붙여 넣으면 사물 모양은 물론 그 특성까지 공략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이 생각한 초기 콘셉트는 현재와는 달랐다. 원래는 인간 사진가가 주인공인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사내 그 누구도 개발 경험이 없었다. 1년 정도 사람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게끔 공부하다 결국 포기하고, 좀 더 간단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기로 했다. 이는 게임 개발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모여 유니티 엔진을 독학하며 게임을 제작하며 생긴 문제였다. 그런데 마침 고양이 캐릭터를 토대로 유니티 엔진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발견하며 사람 대신 고양이로 주인공을 바꿨고, 여기에 사진 등을 더하며 셔터냥의 얼개가 잡혔다.
사진을 찍어 플랫폼을 만드는 시스템은 앞서 설명한 바 있는 시간조절을 특징으로 앞세운 인디게임 브레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프로젝트 모름 유동윤 디렉터는 브레이브처럼 독특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사진을 촬영하며 진행하는 게임은 시장에서 보기 드물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사진과 시간조절을 조합해 사진이 가진 정지성을 적용한다면 재밌는 게임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후 게임이 추구하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평을 들은 뒤 독자적인 요소를 찾아보다가 '사진을 통해 사물을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셔터냥의 핵심 요소가 정립됐다. 레벨 디자인과 플랫폼에 설치된 장애물 역시 플레이어가 사진촬영으로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배치됐다.
이렇게 얼개가 잡히고 개발을 진행할수록 초기 기획과 결과물이 점차 달라졌다. 개발 초기에는 깊은 스토리를 가진, 텍스트가 많은 게임을 추구했다. 사진가를 모토로 했던 것도 많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위함이었다. 다만, 초보 개발자이기에 역량과 경험이 의욕을 따라가지는 못했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현실적인 타협을 시작했다. 점점 텍스트가 줄어나가며 생각보다 많은 양을 축소했고, 그러다 보니 거의 텍스트가 없는 게임에 가까워졌다.
그러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행했다. 여러 게임쇼에 체험판을 공개할 때마다 많은 게이머들이 튜토리얼에서부터 어려움을 표했다. 간혹 텍스트리스 요소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했고, 최대한 직관적으로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추가했다. 유 디렉터는 "이런 지속적인 유저 피드백을 통해 게임이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난이도 하향 조정 등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호평받게 된 이유는 제작진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려주신 유저들의 적극적인 피드백 덕분"이라고 전했다.
모름에서 오는 즐거움을 전하는 ‘프로젝트 모름’
프로젝트 모름은 공동 창업자 3인과 직원 1명으로 구성된 작은 인디게임 개발사다. 원래는 친구와 대학교 후배가 모여 만든 팀이었으나, 작년 상반기에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스타트업 기업이 됐다. 프로젝트 모름의 모토는 '모름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남들이 잘 모르는 스타일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앞서 설명했듯 프로젝트 모름 구성원은 그 누구도 게임과 관련된 진로를 고려하지 않았다. 한 명은 디자인 학과, 다른 한 명은 1인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등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변곡점은 대학 졸업이었다. 졸업 후 취업을 앞둔 갈림길에서 어디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아는 사람을 모아 시작했다.
유동윤 디렉터는 게임을 소개하며 셔터냥에 숨겨진 엔딩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유저가 엔딩을 보긴 했지만, 히든 엔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이유다. 매 엔딩 크레딧마다 다른 음악을 쓸 정도로 정성을 들였지만, 이것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쉬워 진행 방식과 엔딩을 알려주고 싶다고. 실제로 엔딩 3종 중 일반 엔딩 외 두 히든 엔딩은 모두 달성률이 3%대다.
특히 자세히 설명한 부분은 두 번째 엔딩이다. 개발사 내에서는 '병맛 엔딩'이라 불리는 것으로, 프로젝트 모름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SF를 변주했다.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고양이가 세상을 점령한다’는 콘셉트인데, 이는 각각 숨겨진 지역에 있는 히든 보스를 깨고, 황금 갑옷을 입은 고양이 스킨으로 엔딩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히든 엔딩은 본 사람 수는 적지만 유저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게임 내 모든 수집요소를 모으면 등장한다.
히든 엔딩에 숨겨둔 SF의 욕망, 차기작으로 구현한다
출시 2년차를 맞이한 셔터냥은 개발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애초에 DLC 등을 추가하겠다 생각하고 만든 작품도 아니었고, 새로운 DLC를 추가해도 게임이 매끄러울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유 디렉터는 "셔터냥은 내실이 조금 아쉬웠다. 첫 작품인만큼 진행이 중구난방이었는데, 경험을 쌓은 이번에는 선택과 집중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차기작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차기작은 히든엔딩에서 보여준 바 있는 SF가 메인이며, 셔터냥에서 포기했던 '텍스트가 있는 게임’을 만들 예정이다. 장르는 로그라이트 스페이스 오페라로, 주인공이 우주를 탐험하며 사건을 마주하고, 분기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볼 수 있는 멀티 엔딩 게임이다. 유 디렉터는 "이번 신작에는 조금 더 전략적인 요소를 부각하고 싶다"며, "우주선을 직접 제작해서 우주전이 가능한 게임이 될 것"이라 전했다.
프로젝트 모름은 셔터냥을 전례로 삼아 이번에는 게임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유 디렉터는 "저희는 게임을 열심히 만들어 더 큰 재미를 전하는 팀이 되고 싶다"며, 신작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기다려주심에 감사하지만, 모쪼록 조금 더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라며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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