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먼 옛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대의 최종 비상식량은 소와 말이었다. 예기치 못하게 보급이 끊기거나 고립됐을 경우엔 짐을 나르고 타고 싸워야 하는 우마를 잡아먹어서라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경우 병력에 심각한 손실이 있기에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지만, 아무튼 전쟁에 동원하는 말이나 소는 비상식량으로서의 의미도 어느 정도 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비상식량 취급은 말이나 소 입장에서 매우 기분 나쁜 일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모험을 하던 동료가, 사실 나를 비상식량 취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기분 좋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비상식량처럼 취급 당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 비극 같은 사례를, [순정남]에서 모아 보았다.
TOP 5. 파와 같이 먹으면 맛있는 파오리
포켓몬스터 1기부터 등장하는 파오리. 국내에서는 왜 뜬금없이 오리가 파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일본에서는 이 조합만으로도 이미 빵 터지고 시작한다. 일본 속담 중 '오리가 파를 가지고 나타난다'라는 말을 그대로 들고 왔기 때문이다. 이 속담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인 오리고기와 파가 마치 밀키트처럼 떡하니 등장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오리 포켓몬이 파를 손에 쥐고 나왔으니 말 다 했다.
실제로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 파오리는 상당히 귀한 포켓몬이다. 이유는 들고 다니는 파와 함께 먹으면 맛있어서 인간들이 남획했기 때문이라고... 참고로 파오리 그 자체도 자신이 들고 다니는 파를 비상식량으로 먹곤 한다는 설정이 있긴 한데, 인간은 한술 더 떠 파오리까지 먹어버리니... 역시 '검은 닌텐도'는 가차없다.
TOP 4. 죽으면 개고기가 나오네? 폴아웃 도그밋
폴아웃 시리즈에 전통적으로 등장하는 동료 도그밋. 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며 적에게 용감히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 강함 여부와 상관없이 꽤 든든한 동료다. 특히 폴아웃 4쯤 되면 귀여우면서도 용맹한 셰퍼드 모습으로 등장해 팬도 많은 캐릭터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름이 도그밋, 한국어로 개고기라는 점에서 비상식량 취급은 피할 수 없다.
물론 게임 내에서 먹을거리가 부족해 도그밋을 잡아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시리즈에 따라 도그밋이 전투 중 죽으면 아이템으로 '개고기(Dog meat)'가 나오는 등, 세계관적으로 도그밋이라는 이름을 그냥 지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그러한 갭이 폴아웃 세계관과 도그밋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TOP 3. 저글링 맛있어! 디파일러(파멸충) 옆 저글링
저그의 고-급 마법유닛 디파일러는 유용한 스킬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자체 공격능력이 없다. 그래서 어딘가 다닐 땐 항상 호위병 역할을 하는 다른 공격 유닛과 함께 다녀야 한다. 얼핏 사이좋은 파티 같은 느낌이지만, 같이 다니는 호위병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바로 디파일러의 컨슘(흡수) 스킬 때문이다.
마나가 떨어지면 주변에 있는 유닛을 잡아먹어 마나를 50 회복하는 이 기술 때문에, 디파일러 주변 유닛들은 비상식량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나마 좀 고급 유닛들은 아까워서라도 잘 안 먹지만, 싼 유닛의 대표주자인 저글링의 경우 아주 만만한 단백질... 마나 공급원일 뿐이다. 게임 내에서는 이러한 장면에 감정이입할 부분이 딱히 없지만, 카봇 애니메이션 스타크래프츠 등을 보면 저글링 입장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100%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맛있죠)
TOP 2. 동물의 숲 프랭클린
동물의 숲 시리즈는 말 그대로 동물 주민들과 함께 사는 게임이다. 너구리, 소, 돼지, 사슴,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의 지능을 지니고 플레이어와 소통하기에, 동물 주민들에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칠면조 캐릭터인 프랭클린 역시 그 중 하나인데, 문제는 게임 내에서 칠면조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프랭클린 면전에서!!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의 추수감사절 이벤트를 보면, 테이블의 메인 요리 자리가 비어 있다. 알고 보니 칠면조 캐릭터인 프랭클린을 무려 '메인 요리'로 초대한 것. 여기에 일부 주민들은 칠면조 고기 맛이 좋다며 입맛까지 다신다. 물론 같은 주민이니만큼 실제로 프랭클린을 먹거나 하진 않지만, 자신을 비상식량 취급하는 대화에 공포에 떨며 숨고 하얗게 질리는 프랭클린의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장난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TOP 1. 원신 페이몬
원신의 마스코트인 페이몬. 어린아이 같은 귀여운 외모와 천진난만한 성격 등으로 인기가 높은 이 페이몬에게는 묘한 별명이 있다. 바로 비상식량이다. 인간형 요정 캐릭터에게 이 끔찍한 별명이 붙은 이유는 실제로 게임 내에 이러한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엠버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마스코트처럼 생긴 건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선택할 수 있는 2가지 답변이 "친구야"와 "비상식량이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페이몬을 비상식량 취급하는 장면이 밈이 되어 원신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이후 '페이몬=비상식량' 콘셉트가 자리잡히자, 팬들은 물론 제작진도 이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페이몬 서술 부분에 '이상한 정령 외모의 비상식량'이라고 쓰여 있거나, 공식 광고 영상이나 피규어에도 비상식량 콘셉트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등 명실공히 21세기를 대표하는 비상식량 캐릭터로서 자리 잡았다. 참고로 구글에 비상식량을 검색하면 각종 음식 이미지와 함께 유일하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페이몬이니, 이제는 본명보다 비상식량으로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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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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