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출시된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이하 하오데)는 여러 의미로 출시 당시 충격을 가져다 준 게임이다. 부위 파괴와 패턴에 따른 반응속도, 분기점 제공 등으로 게이머들에게 ‘다회차’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아케이드 게임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 독보적 요소는 여러 후속작과 외전으로 이어지며 하오데 시리즈가 ‘오락실 좀비 게임’의 굳건한 1인자로 자리하게끔 만들었다. 비록 시국으로 인해 오락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뜸해져버렸지만 말이다.
그런 와중에 돌연 ‘하오데 리메이크’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되는 리메이크 판은 조이콘으로 아케이드와 비슷한 조작감을 살릴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게이머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 시국에 선뜻 찾아가지 못했던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시대에 알맞은 메리트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하오데 리메이크’는 오락실의 감각을 보여줄까? 현역으로 ‘동년배와 하오데를 즐긴’ 노련한 기자와 ‘하오데의 동년배’ 막내 기자가 각각 하오데 리메이크를 즐긴 뒤에 남긴 각자의 의견을 모아 리뷰로 정리해보았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가 ‘구식’이 아닌 ‘고전’인 이유
‘하오데의 동년배’ 막내 기자가 처음 하오데를 구동했을 때의 기분은 생각보다 무난한 게임이라는 생각이었다. ‘부위파괴’라는 개념을 공략 요소로 구현했고, 게임을 시작하며 연구원을 살려야 한다는 목적을 제공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당위성도 잘 보여줬다. 부위를 파괴하면 날아간다는 날아간 부분이 떨어지는 사실성도 구현됐다. 날아오는 투척물이나 좀비의 공격도 투척물이나 팔을 맞추면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게끔 해 플레이어가 ‘공격’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전략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 없이 보이는 것을 쏜다는 직관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에 있어 더없이 중요한 요소다.
다만 이런 요소들은 원작이 출시 당시에야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요소였지만, 당시 이 게임을 접하지 않았던 어린 게이머들에겐 이런 요소가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리메이크를 진행하며 무기 변경이나 수집형 요소, 보스의 특수패턴 추가와 같은 새로운 요소를 옵션으로라도 넣었다면 게임의 볼륨이 훨씬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이콘을 이용하면 오락실 ‘간접 체험’도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 시국으로 아무리 아케이드 게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PC와 콘솔이 아케이드 게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 실제와 가까운 액션을 취해 게임을 진행하고, 그 피드백이 감각을 통해 즉시 돌아오는 쾌감을 제공하는 아케이드 게임의 특성을 이들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하오데 리메이크 판은 타격이나 처치에 성공할 때마다 조이콘 진동으로 피드백을 준다. 아케이드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 손을 움직이며 총을 쏠 때마다 전해지는 진동 피드백은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조작에 적합한 자신만의 감도를 잡기까지의 기간이 제법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다. 아케이드 게임처럼 컨트롤러 위치를 인식해 화면을 향해 직접 발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이로스코프로 조준점을 이동해 발사하는 방식이라 직관성의 한계를 부정할 수가 없다. 반응속도를 요구하는 일부 구간에서 특히 이 단점이 부각되는 편인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의 머리나 약점을 노려야만 하는 구간이 유독 많은 하오데에서 이런 조작성의 문제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아는 그 게임’에 그친다
첫 만남과 게임 파악에 집중한 막내 기자와 달리, 거친 아케이드 게이머의 삶을 산 올드 게이머 기자는 ‘유경험자’의 시선에서 게임을 살폈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1편은 '버추어 캅', '타임 크라이시스 2'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슈팅게임 3대장 중 하나다. 1996년 발매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혹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국민 게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올드 게이머라면 원 코인 클리어는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서 어떤 좀비가 나오는지 정도는 달달 외우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게이머에게 하오데 리메이크는 단 한 번의 특이한 경험에 그친다. 옛날 게임이기에 다소 거칠었던 좀비와 NPC, 배경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을 감상하고 나면 할 것이 없다. 포토모드를 제공해도 이는 직접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좀비는 원래 나오던 곳에서 같은 타이밍에 나오고, 숨겨진 아이템 위치도 같다. 스토리 전개나 분기점 역시 동일하다.
결론적으로 '아, 이 캐릭터가 이렇게 생겼구나', '이 성벽은 이런 무늬였구나' 같은 경험이 끝나고 나면, 26년 동안 수없이 플레이 해 온 반복이 이어진다. 스코어링에 도전하는 하드코어 유저가 아닌 이상, 엔딩 한두 번만 보고 나면 '할 게 없네'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반복 플레이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는 이미 20여년 전 다 맛봤기 때문에, 접대용으로 쟁여놓는 정도의 의미만 가진다.
만약 당신이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물론, 고전 명작을 다시 한 번 즐긴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복붙이라는 말은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동일한 감상’을 부여하는 것에 그칠 것이나, 다르게 말한다면 과거의 명작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흐트러짐 없이 계승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같은 방식의 플레이가 연속되는 레일 슈팅 장르 특성과 26년을 버틴 노장 게임이라는 점이 결합되면, 이 게임을 굳이 리메이크까지 사 가며 즐겨야 할 동기부여는 잘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스코어링까지 도전할 기력이 없는 평범한 올드 게이머 입장에서 이 게임은 단 한 번의 경험 이후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간혹 접대용으로 한 두 번 써먹을 게임 정도에 그친다. 처음으로 즐겨본 게이머 입장에서도 뚜렷한 호평을 주기는 애매하다. 아케이드 게임의 짧은 플레이타임은 분기점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볼륨을 기대하기 힘들고, 요즘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편의성조차 도입하지 않아 정을 붙일 친절함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리메이크와 리마스터의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번 작품에는 ‘리메이크’보다는 ‘리마스터’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이 나아 보인다.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레일 슈팅 장르에 있어선 한계가 명확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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