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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유명무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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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를 맡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회원사 현황 (사진출처: 기구 공식 홈페이지)
▲ 자율규제를 맡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회원사 현황 (사진출처: 기구 공식 홈페이지)

'확률형 아이템'이야말로 게이머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게임 콘텐츠다. 국회와 정부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수많은 규제를 꺼냈고, 게임업계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고쳐보겠다며 2015년부터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정부가 수년간 움직였음에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은 계속 쌓였고, 게이머와 국내 게임사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업계 자체가 자율규제에 전폭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현재 자율규제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라는 민간단체가 맡고 있다. 현재 기구 회원사로 가입한 곳은 네시삽심삽분,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까지 7곳에 불과하다. 중소 게임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 중견 게임사가 가입이 안되어 있다는 것은 큰 공백이다.

두 번째는 기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율규제에 투입할 인력과 자본도 부족하다. 현재 기구를 운영하는 자금 대부분은 기구에 가입한 회원사가 내는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어 있지 않으나 회원사 수 자체가 적기에 업계 전체를 커버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자율규제 모니터링 전담 인력이다. 매월 온라인게임 100개, 모바일게임 100개를 살펴보며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가를 체크하는 인력은 현재 3명에 불과하다. 자율규제 핵심 실무진인 모니터링 인력을 3명밖에 둘 수 없을 정도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확률 공개로 끝나는 자율규제로는 게이머를 납득시킬 수 없다. 게이머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가진 가장 큰 불만은 투입한 돈에 비해 터무니 없이 모자란 결과물이다. 게이머는 0.00으로 시작하는 숫자를 보고 싶은 것도, 누가 확률 공개를 안 하는지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니다. 원하는 것은 낮은 확률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규제 역시 정보 공개를 넘어서 새로운 해결책을 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양새다.

▲ 자율규제 강령은 2018년 이후 2년 넘게 개선된 부분이 없다 (자료출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공식 홈페이지)

물론 자율규제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자율규제가 진행되며 업계와 시장에 ‘확률 공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고, 중국 게임사도 점점 확률을 공개하는 추세다. 하지만 자율규제가 확률 공개에만 머문다면 유저가 가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은 없어지지 않는다.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는 자율규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결국 정부와 국회에서 계속 규제 시도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고 싶다면 업계에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는 방향으로 자율규제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자율규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던 2015년에 한국게임산업협회 신임 협회장으로 취임했던 강신철 협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이런 말을 전했다. ‘기업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행하는 법적 규제가 오히려 ‘법대로 했으니 난 모른다’는 행태의 무책임한 행동을 조장할 뿐이기에 오히려 자율이 낫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업계가 주장해서 시작한 자율규제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법보다 자율규제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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