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트레이닝, 일명 헬스 마니아들을 속되게 부르는 말 중 '헬창'이라는 단어가 있다. 최근에는 일부 헬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자조적으로 해당 단어를 쓰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니만큼 누구에게나 함부로 쓸 말은 절대 아니다. 특히나 건전하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이 단어를 쓰는 것은 모욕이 될 수 있는 만큼, 되도록이면 사용을 지양해야 하겠다.
다만, 사이버펑크 2077에는 이 '헬창'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적합한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애니멀'이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을 일삼는 갱단으로, 안 그래도 우울한 사회를 더욱 암적으로 만드는 존재다. 다른 갱단과의 차이점은 신체 강화를 위해 약물과 성형수술, 개조 등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한다는 점인데, 실제로 게임 내에서 이들처럼 근육에 집착하는 이들도 없다. 이들의 패악질을 당해 보면 '헬창'이라는 단어도 아까울 테지만, 일단은 흑화한 이들이라고 해 두자.
애니멀 갱단은 야성적이고 원초적인 '강함'에 집착한다. 필요 이상으로 체격과 근육을 키우고 짐승을 연상시키는 문신이나 개조를 하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애니멀 단원들이다. 자연히 신체 강화에 극도로 집착하는데, 약물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스테로이드는 물론이고 울트라 테스토스테론이나 말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등을 통해 근육을 키운다. 아예 인공배양으로 만들어진 근육을 몸에 이식하기도 한다. 일부는 '주스'라고 불리는 자체 제작 스테로이드를 일반에 유통하기도 하는데, 그 재료를 구하기 위해 약국이나 운반 차량, 마약상 등을 습격하는 패거리도 있다.
단순히 몸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갱단 이름처럼 짐승처럼 보이기 위해 피부에 점이나 줄무늬를 박아넣기도 하고, 피부 아래에 사이버웨어를 박아 넣어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턱을 짐승처럼 만드는 성형수술도 애니멀만의 특징 중 하나다. 사이버웨어는 고통 조절기, 전투 자극제 주입기, 강화 사이버림 등을 애용하며, 평범한 기능 집중형 사이버웨어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뭐, 그렇다고 총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닌 듯 하지만 말이다.
이들이 신체를 강화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강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들은 모든 일을 폭력으로 해결한다. 단원 간 분쟁이 생기면 어느 한쪽이 완패할 때까지 계속 싸우는 '결투 재판'을 여는데, 패자의 말로가 어떻게 될 지는 상상에 맡긴다. 아울러 애니멀의 대장은 전통적으로 가장 강한 단원이 맡는데, 현재 대장은 '사스콰치'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여성의 생물학적 한계 따위는 아득히 뛰어 넘은 강자로, 단원들에게 '리스펙트'를 받고 있지만 대결에서 패하는 순간 그 리스펙트는 사라진다.
CD 프로젝트 레드 스토리 디렉터인 마르친 블라하는 애니멀 갱단에 대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펙트'다"라면서 "이는 영향력과 힘(무력)에 관한 것으로, 그들의 거대하고 근육질 육체는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총을 겨누기 전 두 번 이상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제대로 훈련된 용병이나 기업 요원들은 그들이 다가오기 전 원거리에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마르친 블라하에 따르면 그들마저 애니멀과 직접적인 충돌을 하기보다는 매수나 협업을 선호한다고 하니 이 세계에서도 육체적 강함은 어느 정도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키운 몸집과 무력으로 하는 짓은 영 단순하다. 불법 투기장을 운영하거나, 길거리에서 삥을 뜯거나, 사창가나 스트립 클럽에서 바운서(문지기)로 근무하거나, 전문 경호원이나 용병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고용되는 정도다. 특정 지역을 점거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며, 조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간의 한계를 넘어 강해지기만 한다면 세력이건 부건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단순하고 야만적인 신념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이들. 그들이 바로 애니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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