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은 여성차별 이슈,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인권위가 문체부와 콘진원에 게임업계에 만연한 여성차별과 여성혐오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고, 지난 14일에는 전국여성노동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 및 노동조합 34곳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16년에 수면 위로 떠 오른 여성차별 폭탄이 곧 터지려는 조짐을 모이고 있다.
다만 유저들이 '메갈 논란'이라 부르는 여성차별 문제는 게임업계가 다루기 힘들어하는 문제다. 가장 큰 부분은 게임사는 특정인 하차를 요구하는 소비자, 즉 게이머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게임사 역시 가장 큰 목적은 좋은 게임을 만들어 많은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분유료화가 대부분인 국내 시장 특성상 유저가 대거 이탈하면 매출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유저가 지적하는 그 사람을 하차시키지 않으면 매출이 하락할 것을 알기에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현재 업계 스스로가 여성차별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업계가 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 정확히는 게임에 대한 정책을 펴는 문체부는 논란이 터진 2016년에도 미동이 없었고, 인권위 결정이 발표된 후 일주일이 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내부에서는 여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을 수도 있으나 문체부 장관 혹은 책임자가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히거나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없다.
문체부도 여성차별 관련 논란으로 인해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과 게임사가 모두 고충을 겪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인재를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할 일은 개인 혹은 일개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2018년에 콘진원이 성평등센터 ‘보라’를 열며 궁극적인 목적은 성차별 없는 콘텐츠 만들기라 밝혔으나 이후에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
2016년에 도마에 오른 게임업계 여성차별 문제는 이미 몇 해 묵은 이슈다. 문체부가 스스로 ‘게임업계 주무부처’라고 생각한다면 업계의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성차별 이슈를 해소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문체부에서 게임사가 게임을 운영하다가 여성차별 이슈가 터졌을 때 ‘이대로 대응하면 되겠구나’라고 단번에 알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차별은 게임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이기에 게임사 입장에서도 일종의 ‘표준계약서’처럼 보고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나 지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업계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침을 토대로 움직인다면 업체마다 대응이 달라서 이 부분이 또 입방아에 오르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아울러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 유저와 소통할 때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침에 따라서 이렇게 조치한다’ 혹은 ‘소비자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정부 지침이 이러기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게임사에 여성차별 이슈에 대응할 방패가 되어줄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체부가 게임사에 여성차별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패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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