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게임 주변기기들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게임 트렌드 변화로 인해 게이머들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때에 따라 각기 달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과거의 주변기기들을 보면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23년 전, 1997년 사용되던 게임 주변기기들을 보면 현대 기준으로 꽤나 낯선 기기들이 보입니다. 일부는 지금 기준으로도 꽤나 탐나는 모습이지만, 몇 개는 ‘이런 게 왜 제품으로 나왔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제품도 있죠. 제품들이 꽤나 잘 소개돼 있는 광고가 있길래 소개합니다.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1월호에 실린 광고입니다. 게임본부 라는 무역업체인데,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다양한 주변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곳인 듯 합니다. 당시 판매하던 제품들을 소개해놨는데, 꽤나 재미있는 기기들이 보입니다.
왼쪽 위는 액션리플레이 카드, 줄여서 액플입니다. 액플이란, 쉽게 말하면 콘솔 기기용 치트코드 하드웨어라고 보면 됩니다.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램 확장을 비롯해 게임 데이터 저장, 치트까지 하나의 카트리지에서 해결할 수 있죠. 위에서 예로 든 세가 새턴의 경우 게임 로딩을 빠르게 하는 가속램 카트리지를 끼웠다가, 게임 세이브를 하려면 메모리로 바꿔 끼우고, 다시 가속램을 끼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RPG 등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거의 필수라고 해도 무방했죠.
오른쪽에는 현대 미니컴보이(닌텐도 게임보이)용 주변기기들이 있습니다. 아케이드 스틱의 경우 게임보이의 불편한 십자키와 버튼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기로, 대전격투 게임에서 꽤나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그 외에도 화면 확대 기능이나 액정 보호, 시력보호(?) 기능이 있는 렌즈, 2인 대전 케이블, 외부 사운드 앰프 등이 눈에 띕니다. 참고로 최근 세가에서 게임 기어 마이크로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확대렌즈를 선보인 바 있죠.
다음 장에도 다양한 액세서리가 보이네요. P/S 리플레이 카드를 필두로, PC 링크카드라는 물건도 보입니다. 링크카드에 액션리플레이 카드를 꽂고, PC에 연결해서 새턴이나 PS1을 즐기는 제품이죠. 사실 저도 이건 처음 봅니다. 그 외에도 2대의 게임기와 TV를 연결해 하나의 게임을 즐길 때 필요한 2인용 링크케이블도 보이며, 화면 송출에 쓰이는 RGB단자, S단자, RF단자 등도 보입니다. 워낙 TV나 모니터 환경이 다양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케이블도 수십 종류였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은 게임챔프 2월호에 실린 동 업체 광고입니다. 비슷비슷한 물품이 많지만, 새로운 기기들도 보이네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소개된 슈팅 광선총입니다. 기존 슈팅용 건 컨트롤러에 비해 디자인과 가격이 탁월하다고 쓰여 있는데, 막상 디자인이 사진으로 안 나와서 허전한 느낌이 드네요. 무려 자동로드, 자동발사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옆에는 포켓 미니액정 게임이 보이는데, 화면 구성으로 보니 테트리스종류 LCD 게임기로 보입니다.
2면 광고에도 앞과 같은 종류의 조이스틱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많이 쓰이는 비행조종간형 조이스틱입니다만, 레이싱게임에도 쓸 수 있습니다. 그 밑에 있는 것은 레이싱용 패드인데요, RC카 등에 쓰이는 총 형태로 생겼습니다. 쓰는 사람은 곧잘 조종하지만, 일반 게이머라면 사용하기 꽤나 어려운 그런 패드죠.
4월호에도 같은 업체 광고가 실렸는데, 하나하나의 기기 설명에 좀 더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정품 컨트롤러보다 좀 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는 이젤 오리지널패드, 어두운 곳에서도 즐길 수 있게 라이트판을 설치한 테트리스 미니게임기, 그리고 왠지 위에서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으로 보이는 건 블라스터 듀오건 등이 보입니다. 지금 봐도 자동발사와 연속기관총 모드 등은 탐나네요. 아래쪽 열쇠고리형 콤팩트 액정게임기는 어린아이들 선물로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보면 ‘저게 무슨 필요인가’ 싶을 정도의 기기들도 많고, 왠지 탐나는 기기들도 많았던 90년대. 사실 경제적 관점에서는 별의별 주변기기들이 다 필요했던 당시보다는 지금 상황이 훨씬 낫다고 생각되지만, 왠지 당시 수많은 선과 기기들을 연결해 가며 즐겼던 풍경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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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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