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공개된 라이엇게임즈 신작 중에서 발로란트는 유독 독특하다. 다른 게임들이 하나 같이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발로란트는 이와 동떨어진 독자적 세계관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사실 개발사 입장에서 신규 IP 시도는 양날의 검이다.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새로운 IP를 획득하며 작품 풀을 넓힐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새로운 IP를 바탕으로 하기에 흥행 확률이 줄어든다. 이는 대형 게임사라면 늘 가지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게임메카는 발로란트 팀에게 물었다. 왜 다른 게임들처럼 롤 세계관이라는 매력적이고 손쉬운 길을 놔두고 새로운 세계관을 개척한 것이며, 거기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발로란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노팅엄(David Nottingha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임 스타일을 담당하는 모비 프랭크(Moby Francke) 아트 디렉터가 답했다.
매력적인 세계관을 놔두고 독자적 세계관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비드: 롤 세계관은 롤을 비롯한 ‘룬테라 장르’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만 현대적 무기를 가지고 하는 FPS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FPS에 잘 맞는 세계관이 필요했고, 발로란트라는 신규 세계관을 만들게 됐다.
모비: 보통은 게임 개발을 하다 보면 색도 안 입힌 그레이박스로 기본적 게임을 만들고 이후 디자인을 입히는데, 간혹 개발 전에 콘셉트를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발로란트가 그랬다. 팀 전체가 본격적 게임 개발에 앞서 새로운 IP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다.
데이비드: 발로란트가 지향하는 바는 현대적이고, 세련되고,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다. 그것을 살리려면 SF가 살짝 섞인 지구라는 설정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는 롤이 글로벌에서 흥행하는 것을 보며 전세계 모든 플레이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점에서 실제 지구를 배경으로 하면 세계 각지 사람들이 애정을 갖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한국인 에이전트를 만들면 한국 플레이어들이 좋아하지 않겠나.
실제 지구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정확한 시대상이 어떻게 되는가?
데이비드: 발로란트의 무대는 지구다.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은 어느 순간의 근미래로,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건이 일어난 직후다. 세계 곳곳에서는 무엇인가에 노출돼서 특별한 능력들을 발현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각종 기현상들이 벌어지며 큰 위험이 닥쳐온다. 이 와중에 수수께끼의 단체 ‘발로란트’가 나타난다. 발로란트는 각양각색의 능력자/기술자/군인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게임 시작 시점은 수많은 기현상에 마주한 세계가 발로란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서로 싸우는 것인가?
데이비드: 발로란트의 세계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전 세계의 다양한 전투 요원들이 모여 세계를 위태롭게 하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 싸운다. 게임 출시 시점에 지구를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게임맵에 표시된 전 세계 사이트들은 이 위협의 중심지이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발로란트’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요원들로 구성한 비밀 조직이다. 요원들은 각자 다른 출신 배경을 갖고 있다. 군경력이 있는 요원도 있고, 범죄자 출신도 있다. 과거에 한 편이었던 이들도, 서로 다른 편에서 싸우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관계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직면한 사건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넘어서는 큰 위협으로, 이제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울 때다.
근미래 치고는 무기들이 너무나도 현대적인 느낌이다
데이비드: 발로란트가 다루는 미래는 막 50년 후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현대와 큰 차이는 없다.
모비: 디자인 측면에서는 무기를 예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게임 플레이의 순수성을 해치지 않도록 디자인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한 마디로 기존 FPS 유저들이 딱 보기만 해도 어떤 총인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다만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꾸밈 여지는 남겨뒀다. 플레이어는 여러 무기 스킨, 무기 액세서리, 스프레이 및 기타 유사 아이템을 획득, 구매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어 본인과 게임플레이를 표현할 수 있다.
게임 내에 한국어를 하는 캐릭터 ‘제트’가 있던데, 그녀의 국적이 한국인가?
데이비드: (머뭇거리다)… 사실 맞다. 캐릭터별 문화권은 피닉스(영국), 제트(한국), 바이퍼(미국), 소바(러시아), 사이퍼(모로코), 브림스톤(미국), 세이지(중국) 등이다. 개발진은 에이전트들을 전 세계 각지의 문화와 트렌드를 대변하는 다양한 요원들로 구성하고 싶었다. 신규 요원을 공개할 때마다 해당 요원의 출신지 플레이어들과 발로란트를 기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5 대 5 매칭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에서는 세계관을 느끼기 힘들 것 같은데, 스토리텔링 계획이 궁금하다.
데이비드: 전반적으로 발로란의 스토리텔링은 경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어디 가서 뭘 보고 어떤 책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벽에 붙은 광고판을 보며 세계관에 대한 힌트를 얻는 식이다. 마치 포트나이트처럼 말이다. 사실 지금 개발해 놓은 시연 버전에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별로 없는데, 정식 출시 후에는 긴 호흡으로 경험적 스토리텔링을 해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스토리에 빠지고 캐릭터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배경 스토리만 제시해준다고 되지 않는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의 동작과 외형 등이 마음에 들었을 때, 비로소 캐릭터의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역할은 그 때쯤 어디로 가야 추가 정보를 더 알 수 있는지 제시해 주는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2만 봐도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창의적이고 독창성 있어 절로 배경 스토리가 궁금해지지 않나. 발로란트도 그런 방향으로 조그마한 단서를 제시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고 싶다.
안개 등 인게임의 시각적 묘사가 처음에는 다소 단순해 보였는데, 플레이를 하고 나니 피아 구분이 좀 더 쉬워 보였다. 이러한 접근은 의도적인 것인가?
모비: 바람직한 랭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양식화된 아트 스타일과 시각적 명확성 간 올바른 균형점을 잡는 것이 필요했다. 캐릭터들이 맵의 배경이나 기타 비주얼에 묻히면 안되기 때문이다. 슈팅을 하기 위해서는 각 캐릭터가 분명하게 보여야 하고, 이를 위해 전체적인 맵에 캐릭터의 무릎에서 머리 위까지 ‘클린존’을 설정했다. 클린존의 경우, 경쟁적인 플레이나 플레이어의 결정적인 샷을 가로막는 요소가 없도록 슈팅에 방해될 만한 비주얼이나 그래픽이 항상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다.
향후에 시각적 유혈 효과나 고어한 요소들이 들어갈 계획은 있는가?
모비: 현재로서는 없다. 발로란트는 전술과 팀 전략 중심 게임으로, 폭력적이거나 고어한 게임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시네마틱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개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데이비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종류의 CG 작업물을 출시 때 보여드리긴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거기에 쏟진 않고, 그 에너지를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분산하고 싶다. 즉, 우리의 역량을 CG에 국한하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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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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